강서구 일자리경제과 도시영농팀은 지난 3년간 매년 한 번씩 배수로 정비 공사를 발주한다. 그런데 2015년 590만원에 수행했던 이 공사는 2016년 1,830만원으로 비용이 3배 이상 증가했고 2017년에는 1,320만원으로 공사비가 책정됐다. 2015년과 달리 2016년과 2017년은 같은 업체가 해당 공사를 맡았고 같은 공무원이 수의계약으로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
도시영농팀은 3년 간 텃밭 농장 조성과 관련한 용역계약도 맺는다. 이번에는 3년 간 같은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750만원, 900만원, 838만원의 계약을 했다. 이 업체는 용역계약 외에도 물품 구매와 관련한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두 차례 더 따낸다.
2016년 12월에는 한 업체와 주차장 포장 공사 계약을 맺어 697만원을 지급하고 2017년 3월 또 그 업체와 캐노피, 몽골텐트 설치 계약을 950만원에 체결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도시 양봉장 주출입구 계단 및 화장실 설치 공사를 610만원에 맺는데 이 계약 역시 모두 수의계약으로 같은 업체와 진행했다.
강서구청 일자리경제과 도시영농팀은 불과 3년간 12건의 공사와 16건의 용역, 16건의 물품구매 계약을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총비용은 3억원이 넘는다.
물론 수의계약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모든 사례를 발주자와 업체 간의 유착이 있었다고 볼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다만 마땅한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같은 업체를 선택해 온 건 행정 편의주의 또는 나태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매년 실시하는 정기적인 공사․용역의 경우 경쟁입찰을 하면 비용은 줄어들고 입찰은 투명해진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수의계약을 해야 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한편 도시영농팀은 A항공이라는 회사와 3년간 매년 2,150만원의 벼 병해충 항공방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담당자는 “강서구에 논밭을 가진 구민이 많아 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과연 강서구에 농사를 짓는 구민이 어느 정도며 이 항공방제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어느 정도 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강서구청은 수의계약의 이유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5호 라목을 꼽았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추정가격이 2,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인 계약 중 학술연구ㆍ원가계산ㆍ건설기술 등과 관련된 계약으로서 특수한 지식ㆍ기술 또는 자격을 요구하는 물품의 제조ㆍ구매계약 또는 용역계약’이라고 규정돼 있다.
구민을 위한 벼 병해충 방재 서비스가 학술연구, 원가계산, 건설기술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말인데 눈을 씻고 대조해 봐도 어느 곳에 해당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자리경제과의 상위부서인 기획재정국은 이렇게 진행된 수의계약을 두고 “행정 고유의 권한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수의계약은 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했다는 뜻이다.
항공방재 부분도 “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담당자의 답변이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직자로서는 아쉬운 답변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를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경우에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의미지, 반드시 수의계약을 하라는 강행규정이나 권장사항은 아니다.
공직자가 예산을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집행했으면 하는 기대는 모든 시민의 공통적 바람일 것이다. 시민의 혈세로 공무원들은 급여를 받고 연금을 쌓고 그 돈으로 다양한 복지를 누린다. 업무를 공정히 수행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의미로 법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정년을 보장하며 최고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 권리는 누리면서 시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은 없이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구민은 “강서구청 공무원들이 예산 집행을 본인 일처럼 생각하고 신중해 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럴거면 사기업에 가지 왜 공무원을 해서 다른 성실한 공무원들을 욕을 먹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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