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협력사, 홍영표 동생 회사 주요 주주로 드러나…
성일하이메탈은 성일하이텍이라는 상호로 2000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둘째 동생이 설립한 회사다. 전자제품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폐가전을 재처리해 나오는 희유금속을 덩어리 형태로 제작해서 판매하는 ‘도시광산업’을 영위한다. 희소 금속이라고도 불리는 희유금속은 추출할 수 있는 양 자체가 적거나 많아도 정련이 어려웠던 망간, 카드뮴, 셀레늄, 텅스텐, 우라늄 등을 덩어리 형태로 재가공한 금속을 가리킨다. 매출은 2017년 기준 약 1167억 원이다. 2017년 성일하이텍은 상호를 성일하이메탈로 바꿨다. 리튬이온전지 재활용 부문을 인적분할한 새 법인에 성일하이텍 기존 상호를 인계했다.
삼성물산과 성일하이메탈의 공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1년이었다. 2011년 8월 10일 삼성물산은 성일하이메탈의 지분 10%인 주식 6만 6667주를 20억 원에 인수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광물자원본부가 이 업무를 담당했다고 알려졌었다.
의외의 투자였다. 삼성은 당시 지분을 투자하지 않아도 성일하이메탈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급자 권력’을 이미 손에 쥐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종합상사가 특정 제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이유는 상제품을 원활하게 공급 받으려는 목적이다. 환율, 원재료의 가격 변동이 심하거나 공급자가 사업을 다각화하며 다른 업체에게 상제품을 공급할 경우 종합상사는 상제품 수급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성일하이메탈이 영위하는 도시광산업은 보통 구매자가 권력을 쥔 여타 산업과 달리 공급자의 힘이 가장 센 산업이다. 폐가전 공급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국내에서 폐가전의 40% 이상을 배출했다. 성일하이메탈은 2000년 초반부터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의 부산물을 받아 재가공해 왔다. 삼성이 원재료 공급을 끊으면 성일하이메탈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물산은 굳이 지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상제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초갑’ 위치에 있었다.
삼성물산의 당시 반응은 더욱 의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성일하이메탈 지분 투자와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도시광산 사업에 대한 관심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신사업분야에 대한 경험 차원에서 소규모 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설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지 않고 지분 투자를 나서지 않는다. 종합상사 업계에 따르면 투자금액이 20억 원 수준이면 대표이사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규모다. 당연히 지분 투자부터 지분을 매각하는 출구 전략까지 수립돼야 투자가 이뤄진다.
삼성물산과 성일하이메탈의 이상한 동행은 2013년 또 다시 이어졌다. 그 해 하반기 삼성물산은 1억 원을 더 투자해 성일하이메탈 주식 2만 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성일하이메탈의 증자 때문이었다. 삼성물산 지분은 성일하이메탈의 증자 뒤 애초 투자한 10%에서 소폭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2만 주를 추가 취득해 성일하이메탈의 지분 10%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성일하이메탈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했을 때 눈여겨 볼 움직임이 하나 더 포착됐다. 대주전자재료 대표이사는 당시 성일하이메탈 주식 2만 주를 삼성물산과 동시에 취득했다. 대주전자재료는 삼성 협력사다. 이들은 2011년에도 나란히 성일하이메탈 주식을 취득했다. 삼성물산과 삼성 협력사가 홍형표 원내대표의 동생 회사 지분을 동시에 두 차례나 매입한 셈이 됐다. 삼성물산은 2017년 성일하이메탈이 인적분할해 설립한 성일하이텍 지분도 10%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2011년 당시 2차 전지 산업이 확대돼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다양한 희유금속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삼성물산은 희유금속업계 선두주자였던 성일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받고 협력관계를 강화하려 지분을 투자했다”며 “성일에게 원재료를 공급하는 건 삼성물산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삼성SDI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공개 입찰로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성일의 삼성 그룹 의존도는 초기 70%였고 현재는 25% 정도다. ‘초갑’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삼성물산은 성일의 최종 상제품을 구매하는 회사다. 공급자가 아니니 공급자 권력을 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성일하이메탈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북도 부지사,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 등과 함께 2011년 11월 11일 리튬2차전지 재활용 공장 준공식 때 기념식수 행사도 치렀다. 당시 삼성물산 광물자원본부 본부장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이렇다 보니 삼성과 홍영표 원내대표가 적대적 공생 관계 아니냐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삼성은 10년 전쯤부터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토양정화업에 집중했다. 삼성물산은 2007년 토양정화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고 공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당시 2010년 국내 토양오염 복원시장 규모가 1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는 자료를 냈다. 특히 미군 기지 이전은 큰 시장성을 가졌다 평가 받는 사업 대상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초선 때부터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2009년 4월 보궐선거로 제18대 인천 부평구 을 국회의원이 된 홍 원내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치됐다. 2014년 5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6월 다시 환경노동위원회로 돌아왔다. 위원장 자리까지 꿰찼다.
1월 9일 국방부와 환경부, 인천시 관계자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 연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홍영표 의원실 제공
현재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부평 미군기지 오염정화 관련 환경부, 국방부 실무 네트워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월 9일 그는 국방부와 환경부, 인천시 관계자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부평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방부가 지난해 수행한 캠프마켓 다이옥신 정화방안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공유됐고 차후 일정이 조율됐다. 2022년쯤 부평 미군 기지가 반환될 예정이다. 토양정화는 미군 기지 반환과 함께 시작된다. 삼성에겐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이 성일하이메탈 지분을 최초 투자한 시기는 홍영표 원내대표와 삼성물산의 연이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 2011년 6월 27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했던 미군기지 5번 문 앞에서 열렸던 ’캠프 캐럴 조사 보고서 공개에 대한 고엽제대책회의의 입장발표‘ 때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고엽제 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석했다. 80개 단체가 합쳐졌던 고엽제대책회의는 4일 앞선 2011년 6월 23일 미군이 공개한 2004년 삼성물산의 캠프 캐럴 조사 보고서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2004년 작성했던 캠프 캐럴 보고서의 문제점이 처음 제기된 때였다. 두 달쯤 뒤인 2011년 8월 10일 삼성물산과 삼성의 협력사 대표는 홍 원내대표 동생의 회사 지분을 취득했다. 일각에서는 ’관리의 삼성‘이 그려 놓은 큰 그림이라는 말도 돈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과 홍 원내대표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형의 정치와 동생의 사업 사이에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7월 1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라며 “삼성이 지난해 6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을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반기업정서를 부추긴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적대적 공생 관계란? 냉전 시절 정치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나라가 서로를 비난하며 위협하는 행위를 각자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채우는 행동을 일컫는 용어였다. 소련이 “미국을 위협하려면 핵 미사일 배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 미국은 “소련의 공격에 대비하자”는 명분을 내세워 국방비를 늘렸다. 미국의 일부 간첩 사건과 공산주의 국가 침략, 소련의 민주화 운동 탄압은 모두 적대적인 자세를 취했던 양국의 정치 세력의 주도로 시작됐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도 적대적 공생 관계로 보는 시각이 있다. 북한은 남침으로 시작했던 6·25 전쟁을 미국 때문에 성공리에 완수하지 못하자 유일지도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비판세력을 모두 제거했다. 북한 주민은 곧 통제당했고 김 씨의 세습 체제가 완성됐다. 한국 역시 북한 관련 문제를 내세워 이득을 취하는 정치적 세력이 많았다. 적대적 공생 관계는 세간에도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08년 작품인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앙숙인 배트맨에게 말했다. “넌 날 완성시켜(You complete me).” 배트맨의 존재는 조커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까닭이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도 적대적 공생 관계와 관련 명언 하나를 남겼다. “적과의 싸움에 의존하며 사는 사람은 적을 살려두는 데에 관심이 많다(Anyone who relies on fighting enemies has an interest in keeping them alive).”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