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정권 바뀌면 직권남용 및 배임 책임 물을 것” 전방위 공세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탈원전 반대 문구를 부착하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박은숙 기자
# 탈원전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를 지낸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단언했다. 조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피해는 몇십 조에서 몇백 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한수원 이사 시절 유일하게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과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반대했던 인물이다.
원자력 학계에서는 탈원전으로 600곳이 넘는 원전 관련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최소 4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탈원전과 별개로 원전 수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탈원전을 하게 되면 주변 조직이 모두 무너진다. 부품이나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문을 닫을 것이고 고급인력도 해외로 유출된다. 원전은 한번 지어놓으면 수십 년간 관리를 해야 한다. 원전을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원전을 도입했다가 나중에 관리를 제대로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지난 2017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리고 나머지 전력 부족분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면 19조 9000억 원의 추가요금이 든다”면서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36%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오르면 제품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제조업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 원전은 위험한가
원전은 위험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전제는 탈원전 정책의 주요 근거다. 원전 찬성 측 전문가들은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에 가깝다고 설명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에 떤다.
실제로 해외에선 원전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도 문제지만 전쟁 상황에서 원전이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 강정민 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언론 기고에서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 등에 의해 원전이 파괴되면 체르노빌, 후쿠시마보다 훨씬 대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성진 교수는 “탈원전은 요설과 억지 때문에 과학이 무너지는 것이다. 천성산 도룡뇽과 광우병 괴담과 비슷한 일”이라면서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 냉각 비상발전기를 3~4중으로 해놨다. 전쟁 상황에서 폭격을 당해도 안 깨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신재생에너지로 원전 대체 가능한가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성진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도심 한가운데 태양전지판을 깔 수 없으니 외곽에 태양전지판을 깔아야 한다. 태양전지판을 통해 모은 전기를 가져오려면 변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전신주 하나만 설치되어도 주민들이 반발하는데 온 동네에 변전소가 들어선다고 생각해봐라. 사람들이 머리 띠 묶고 다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탈원전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일부 유럽국가의 경우 전력망이 다른 국가와 연결되어 있어 전력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져올 곳이 없다. 또 그런 국가들은 제조업 생산공장을 거의 해외로 이전해서 산업용 전기에 대한 수요가 낮아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탈원전의 명분 중 하나가 환경보호인데 신재생 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하려면 온 국토를 파헤쳐 태양전지판과 풍력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환경이 더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대해 “저효율인 중국산 태양전지가 마구잡이로 사용되면서 제대로 전기도 생산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국산 태양전지는 국내산과 비교해 가격이 반값도 안 된다. 그러니 태양광업체들이 주로 중국산 태양전지를 사용하는데 이를 막을 규정이 없다. 태양광 사업으로 중국 좋은 일만 하고 있다. 중국산 태양전지는 내구성도 떨어져 금방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탈원전 강행, 절차적 문제는 없었나
한수원은 지난 6월 15일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의 건설 중단을 의결했다. 이로 인해 한수원은 수조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 노조 등이 제기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소송을 맡고 있는 김기수 변호사는 “공기업들이 탈원전 기조에 맞추기 위해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한 배임이다. 공기업이라고 해도 주주회사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자력진흥법에 따르면 원자력 이용에 관한 사항은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건설 중단을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한 것은 월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나 신규원전의 건설 포기를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김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줄줄이 감옥에 가지 않았나. 같은 기준이라면 탈원전 정책을 위해 (공기업에) 조금이라도 압력을 가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모두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자체가 월권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건설 중이었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추진했다. 건설 중단을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숙의 공론조사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건설을 재개하라는 결론이 나왔다.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바람에 약 100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이를 한수원이 보상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승인돼 건설되고 있던 신고리 5, 6호기를 정권이 마음대로 중단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건설중단은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했지만 노조 측은 정부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기각이 됐지만 저희는 권력에 의한 편파 판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 탈원전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승주 의원은 “탈원전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국회에서 질문하니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그런 게 있습니까’하고 되묻더라.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국고가 손실됐다고 생각한다. 실무자들까지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