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전문가 작심 쓴소리 “9명의 미필자 위해 KBO리그 볼 권리 침해”
8월 30일 안치홍이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선동열 감독은 한국 야구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전임 감독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 기간도 정해져 있다. KIA 타이거즈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4년 만의 현장 복귀였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관행인 아마추어 선수들을 배제하고 KBO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금메달을 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선 감독의 해명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은 선 감독의 선택을 받아들였지만 대학야구를 비롯,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는 선 감독의 행보에 크게 반발했다.
비난을 안고서라도 메달을 가져오겠다던 선 감독의 결정은 정작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우승 후보팀으로 꼽힌 대만이 프로 선수 10명, 아마추어 선수 14명으로 팀을 만들었고, 일본은 프로야구 선수가 단 한 명도 합류하지 않은 사회인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런데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2패를 당했던 것.
이와 관련해서 한국독립야구연맹 최익성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대만과 일본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을 텐데 우리나라와 방향성, 지향점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대만, 일본은 아시안게임을 더 이상 프로 선수들의 무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젊은 선수들, 아마추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삼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를 바랐다. 실업팀, 사회인야구에서 뛰는 선수들과 수십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프로 선수들과의 싸움은 결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과 대표팀 관계자들이 아시안게임을 보는 온도차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김정준 SBS 해설위원은 “아시안게임이 오히려 선수들의 상품 가치를 떨어트렸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왜 여기서 뛰고 있어야 하지?’를 말이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리그의 격을 떨어트린 거나 마찬가지다. 설령 금메달을 획득한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금메달일까 싶다. 앞으로 아시안게임에는 프로 선수가 나가면 안 된다고 본다. 만약 아시안게임 출전이 도쿄올림픽을 위한 과정이고 그걸 토대로 선수들을 구성했다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표팀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이다. 이럴 때는 선수협의회에서 나서 프로 선수들 차출을 반대해야 한다. 아니면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아닌 프로에서도 앞으로 한국 야구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 아마추어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다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리그를 중단하고 팀의 중심 선수들을 대표팀에 뽑는다는 건 분명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KBSN 해설위원인 대니얼 김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대만, 일본의 선수 구성을 보고 굳이 우리가 쫓아갈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90년대부터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게 이번에만 적용된 것도 아니다.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지금의 규정을 버리고 일본, 대만을 따라간다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구성 문제는 이후 야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박해민, 오지환한테 쏠리는 비난으로 다른 선수들까지 모두 문제라는 인식은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8월 30일 일본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리그를 중단했다. 금메달 획득을 위해 KBO리그 경기를 3주가량 스톱시킨 것이다. 리그 중단은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했다가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비난이 들끓었다. 올림픽도 아닌 아시안게임을 위해 굳이 리그를 중단했어야 했느냐는 지적이었다.
김정준 위원은 “국민들의, 팬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아직도 협회 관계자들은 90년대 발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리그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즉 우리집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대회라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나. 아시안게임보다 KBO리그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출발로 인해 모든 게 헝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패한 건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는 중학생이 대학생을 이길 수도 있는 세계다. 만약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학 선수들이, 나이 어린 프로 선수들이 대표팀에 간다면, 그래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야구의 인기가 떨어질까? 오히려 더 많은 응원과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익성 사무총장도 “KBO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리그 중단을 강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리그가 24명 중 9명의 병역 미필자들을 위해 팬들의 볼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었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리그를 중단해서라도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 협회와 구단 관계자들의 구시대적인 발상이 문제다. 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참가한 아시안게임인데 대만전부터 패배를 당했고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상대팀의 낮은 수준이 팬들을 자극했다. 이런 경기를 보려고 리그를 중단한 것이냐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금메달만 따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앞으로 그런 인식을 갖고 대표팀을 운영한다면 심각한 불협화음이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도 리그 중단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굳이 팀의 중심 선수들 위주로 선수 선발을 해야 했을까 싶다. 앞으로는 아시안게임에 나갈 대표팀 선수들을 각 구단별로 지원자를 받거나 아마추어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 테스트를 거쳐 선발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아시안게임에 꼭 출전하고 싶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다면 리그를 중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이번 리그 중단은 분명 지나쳤던 부분이 있다.”
아시안게임은 이제 막을 내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 후 바로 소속팀에 합류해서 4일부터 시작되는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팀 사정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에게 좀 더 휴식을 줄 수도 있겠지만 순위 싸움이 치열한 팀들로선 선수들을 배려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얼마만큼 빠른 시간 안에 대표팀 선수들의 몸이 회복되느냐도 관건.
김정준 위원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이미 많이 지쳤기 때문”이라며 KBO리그로 돌아가는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에 우려의 시선을 담아냈다.
“4년 전 리그를 중단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한 시즌 동안 144경기를 치른다. 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내내 극심한 부담을 갖고 경기를 소화했다. 그 후유증은 상당할 것이다. 모두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구단의 바람대로 중심 역할을 해줄지는 의문이다. 특히 오지환, 박해민은 너무 많은 비난에 시달려 내상을 심하게 입은 상태다. 리그로 복귀해도 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오지환, 박해민에 대해선 대니얼 김 위원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KBO가, 구단이 선수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부분이 선수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오지환, 박해민처럼 나이가 꽉 찬 선수들이라면 당연히 국제대회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당연한 진심이 세상에 노출됐을 때 좀 더 포장을 잘했어야 했다. 이건 선수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구단도 적극적인 해명과 설명으로 팬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선수도 아예 입을 닫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팬들은 ‘금메달만 따면 다냐’라며 더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수로선 굉장히 소중한 팀의 자원인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밉상 선수로 전락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메시지 없는 선동열 감독 ‘언론과의 소통이 부족해’ 8월 30일 일본전에서 승리를 거둔 선동열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선동열 감독과 언론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시대가 갈수록 언론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야구관, 경기 운영, 투수 교체와 선발 출전 명단 등 언론을 통해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게 요즘 감독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선동열 감독한테선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없었다. 자칫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대표팀을 이끌며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고 말한 것처럼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위대한 도전’ 운운했던 걸 떠올린다면 선 감독의 이번 아시안게임은 메시지가 없었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화의 한용덕 감독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타이밍에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선수도, 팬들도 감독이 하는 말의 행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 유형이다. 선 감독이 향후 대표팀을 이끌 때는 좀 더 소통하고,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지도자이길 바란다.” 선동열 감독과 함께 하는 이강철, 이종범, 유지현, 정민철, 진갑용, 김재현 코치들 중 3명은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이종열 코치까지 포함한다면 4명이다. 물론 현역 코치로 활약 중인 이강철, 유지현, 진갑용 코치도 있지만 해설위원이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참가한 건 가장 많은 숫자였다. 대만전 패배 후에는 이러한 코칭스태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정준 위원은 이런 시각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결과를 떠나 지금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 “지금은 누굴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지켜보면서 기다려줘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지금의 코칭스태프로 3년을 가야 한다면 굳이 흔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그 안에서 코치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성적 유무로 코칭스태프 구성을 흔드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감독, 코칭스태프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보고 뽑은 것 아닌가. 그걸 기억해야 한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