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고작 3000만원 ‘사회적 책임’ 외면 지적에 “남는 게 있어야 내지”
카카오뱅크. 박정훈 기자
“1년 동안 5초에 한 명꼴로 카카오뱅크에 가입한 셈이다”,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2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카카오뱅크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뜨거운 관심 속에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1년 만에 계좌 개설 고객이 630만 명을 넘겼고, 지난 8월 말 총자산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자산 규모가 1조 1494억 원, 수신 규모는 9조 64억 원에 이르렀다.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1년 만에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연착륙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으로서 이렇다 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고객이 맡긴 자산으로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때문에 은행에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실제로 대부분 시중은행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업 윤리강령 내 ‘은행의 의무’에 모범적 기업활동과 사회공헌을 적시해놓고 있다. 모범적 기업활동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적법하고 정당한 기업활동을 통해 여타 기업의 귀감이 되고,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공헌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으로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임직원의 건전하고 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 참여를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카카오뱅크는 강령을 이행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 7월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2017년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사회공헌비는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조성한 발전기금에 납부한 것이다. 이 외에 소개된 사회공헌활동 내역은 하나도 없다.
이는 1093억 원으로 가장 많은 사회공헌비를 기록한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1074억 원), KEB하나은행(1022억 원), KB국민은행(850억 원), 신한은행(755억 원) 등 일반 시중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일반 시중은행과 규모나 출범 시기가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케이뱅크의 사회공헌비가 42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사회공헌활동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케이뱅크의 자산은 1조 1800억 원으로 카카오뱅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흑자가 나야 하는데, 흑자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년간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자본 수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출상품 등을 원활하게 늘리지 못했다. 출범 이후 1년 동안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지난해 10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20억 원 적자를 이어갔다.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주주 자격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카카오뱅크는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의 관계자는 “직원이 1만 명이 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직원이 500명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과 같은 집짓기·연탄나르기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는 힘들다”며 “ATM 및 이체·송금 수수료 면제, 뮤지컬과 게임을 통한 금융교육, 카카오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 나름의 방식을 찾아서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년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공헌활동까지 강요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겠지만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의 상대를 시중은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매년 은행의 사회공헌 내역을 보고서로 발간할 만큼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역시 “금융사들이 보다 엄격한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공헌활동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