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방적 통보 탓 직원들 분노…“최대주주 안철수 불통 행보 여전” 지적
사측 분위기와 달리 정작 안랩 직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적분할과 신설법인 설립 등 직원들의 업무와 임금·복지가 걸린 문제를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했다는 것이다. 안랩을 창업하고 현재 최대주주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 정치에서의 불통 이미지를 회사 경영에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월 설을 맞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안랩을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는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안랩 직원들의 익명앱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물적분할로 비상장 자회사로 이동하는 직원들은 복지 및 고용조건이 달라진다. 이처럼 직원들의 상황이 달라지는 결정을 이메일로 임의통보 하나 보내고 끝내고, 세부사항이나 조건은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소문 믿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회사는 입으로만 복지수준 지켜준다고 하고 문서화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직원은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안랩에 입사해 일해 왔다. 안랩에서 일하는 자부심, 그 안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회사는 구성원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없다고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사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지적하며 경영진에 사과를 요구하고 분사조치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비난은 안랩 창업자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로 향하고 있다. 정치활동에서 보인 ‘불통’ 이미지와 행보가 안랩과 관련해서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블라인드와 오픈채팅 등에는 “경영진은 회사가 결정하면 직원들은 따라야지 어쩔 것이냐 생각하는 것 같다. 안랩이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안철수 전 대표와 그 측근들 때문이다”, “과거에 안랩 경영할 때도 불통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불통이어서 이번 사태도 불거진 것 아니냐”고 성토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안랩 경영에서 손 뗀 지 10년이 넘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200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2007년 전후 대학에서 강의를 맡으면서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2012년까지 이사회의장을 맡으면서 대표이사 선임과 회사 내부조직 변경, 경영일반에 관한 사항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현재도 안랩 지분 18.6%(186만 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안 전 대표는 2012년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절반가량을 출연해 만든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지분도 9.99%(100만 주)를 갖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안랩의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 설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거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안철수 전 대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안랩 최대주주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지 오래 됐다. 다른 기업들을 봐도 주주들에게 일일이 회사 경영 결정사항을 묻지 않지 않느냐”며 “안 전 대표는 현재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에 안랩 사정은 더욱 모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랩 측은 이러한 직원들의 목소리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고 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사측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라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실제 안랩에는 노조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노조에 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안 전 대표가 과거 안랩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사내 소규모 그룹 간담회에서 몇몇 직원이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하자 그가 “회사 접어야죠”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유언비어”라며 “당시 비공개 간담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노조가 필요 없는 건전한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와 함께 노조가 만들어졌을 경우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그만큼 건전한 회사 발전에 대한 CEO로서의 비전을 주위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안랩 직원들은 최근 네이버·넥슨 등 IT기업에서 노조가 결성되는 것을 보며 “노조가 있었으면 좀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 “노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푸념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반론보도] 위 기사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측은, “안철수 전 대표는 2005년 안랩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안랩의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번 안랩의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 설립에도 전혀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경영진이 결정해서 분할한 것을 안 전 대표의 불통 이미지로 표현한 취지의 본 기사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또 안철수 전 대표는 안랩 노동조합 설립 질문에“노조가 생기면 회사를 접어야한다”라고 말한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해당 논란은 2017. 2. 24. 국민의당 사이버대응팀이 신고센터 트위터 계정에 안 전 대표의‘노조 발언’에 대하여 잘못 해명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당 트위터 계정에서 재차‘그러한 발언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정정한 바도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