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골에 관심 없다” 주요 타깃인 밀레니얼 세대에 외면 받아…‘미투운동’ 확산도 한몫
섹시 콘셉트를 표방해 인기를 끌던 레스토랑 ‘후터스’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후터스’는 원래 올빼미란 뜻이지만 비속어로는 ‘여성의 큰 가슴’을 의미하기도 한다. 1983년 설립된 ‘후터스’가 ‘브레스토랑(브레스트+레스토랑)’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터스’가 처음 플로리다에 설립될 당시만 해도 전반적인 미국의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반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했으며, 레이건 정부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여성 해방운동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후터스’는 노골적이고, 선정적이었다. 캐주얼한 스포츠바를 표방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1950년대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메뉴들이 주를 이루는 등 보수적이었다. 압권은 여종업원들이었다. 핫팬츠를 입고 서빙을 보는 비키니 모델들을 고용함으로써 과거 서비스직(스튜어디스, 비서, 판매원, 종업원 등)에 종사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런 서비스직 여성들의 주된 임무는 남성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보살피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콘셉트로 영업을 시작했던 ‘후터스’는 20년 동안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면서 전세계 20여 개 국에 460여 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훗날 ‘트윈픽스’ ‘틸티드 킬트’ 등 ‘후터스’를 모방한 비슷한 콘셉트의 아류 레스토랑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다른 캐주얼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경영난에 휘청였던 것과 달리, 아무런 고비 없이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던 ‘후터스’도 최근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를 나타내듯 400여 개였던 미국 내 지점 가운데 35개 지점이 지난 2011년 문을 닫았고, 2012~2016년 사이에는 7%가량이 더 폐업했다. 사정이 이러니 매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후터스’는 원래 올빼미란 뜻이지만 비속어로는 ‘여성의 큰 가슴’을 의미한다. ‘브레스토랑(브레스트+레스토랑)’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때 미국인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후터스’가 이처럼 외면을 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요식업 전문 매체인 ‘매시드닷컴’과 ‘USA투데이’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후터스’의 몰락에 대해 보도한 ‘USA투데이’는 “후터스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1980년대의 유물이다”라고 말하면서 ‘후터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쇠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성차별적이고,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이미지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저속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실제 ‘브랜드인덱스’가 지난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터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서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끊임없이 계속되어 온 보이콧과 반대 운동 때문이다. 사실 기업 이미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새로 문을 여는 지점 앞에서 벌어지는 반대 시위를 들 수 있다. ‘후터스’의 경우 특히 영국에 진출할 때 이런 심한 반대에 부딪친 바 있다. 2010년, 웨일스 카디프에 지점을 열 당시 매장 앞에는 연일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으며, 브리스톨, 버밍엄, 셰필드 등 다른 지점에서도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계속 됐었다. 결국 버밍엄 지점의 경우에는 간신이 오픈하긴 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셰필드 지점의 경우에는 아예 오픈 자체를 취소했었다.
셋째, 성희롱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17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한몫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후터스’의 광고 문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던 사람들도 그동안 성희롱 및 성폭력에 침묵했던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그리고 이에 따라 ‘브레스토랑’들을 향해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넷째,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터스’ 여종업원들이 매니저로부터 당하는 크고 작은 성추행 사건은 오래전부터 익히 잘 알려져 왔었다. 이 가운데는 소송 끝에 ‘후터스’ 측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은 여종업원도 있었다. 당시 매니저로부터 성추행 및 협박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세라 스타인호프가 받았던 배상금은 27만 5000달러(약 3억 원)였다.
다섯째, 밀레니얼 세대의 무관심도 ‘후터스’의 몰락을 이끌고 있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여성들의 가슴이나 가슴골에 별로 관심이 없다. 성인물 스트리밍 사이트인 ‘폰허브’의 분석에 따르면, 18~24세는 다른 연령대보다 유방을 검색하는 비율이 19%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55~64세는 유방 관련 게시물을 검색하는 비율이 1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후터스’의 주된 고객 타깃층이 노년층이 아니라는 데 있다.
후터스보다 더 선정적인 여성들이 서빙을 보는 ‘트윈픽스’는 ‘음란한 스포츠 산장’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이다.
여섯째, 더 강력한 경쟁업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트윈픽스’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후터스’보다 더 선정적이고, 더 파격적이고, 더 화끈한 여성들이 서빙을 보는 ‘트윈픽스’는 ‘음란한 스포츠 산장’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이다. 맥주에도 ‘골드디거’ ‘더티블론드’ 등 야릇한 이름을 붙여 판매하며, 종업원들의 의상 역시 짧은 핫팬츠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등 포르노물 의상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지난 2014년, 당시 ‘트윈픽스’의 CEO였던 랜디 드위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후터스는 충분히 섹시하지 않다”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었다.
이런 도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2013~2015년 ‘트윈픽스’의 매출은 63% 증가했고, 지금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곱째,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가 전체적으로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전세계에서 ‘애플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배경에도 역시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의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을 더 선호한다. ‘치폴레’, ‘판다 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보다는 더 고급스런 분위기와 더 좋은 품질의 음식, 그리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을 말한다.
이밖에 밀레니얼 세대는 배달음식과 캐주얼한 와인바 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 자리에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편리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반영돼 있다. 이에 발맞춰 ‘후터스’ 역시 새로운 기술 장비를 도입하거나, 야외 좌석을 마련하거나, 최첨단 음향 장치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덟째, 메뉴 변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후터스’의 메뉴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은 치킨윙이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한층 고급스러워졌으며, 따라서 더 질 좋은 음식을 원하고 있다. 냉동 치킨윙이나 냉동 버거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후터스가 론칭한 ‘후츠’는 정숙한 유니폼의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 등 기존의 후터스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후터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메뉴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인 그렉 브릭맨을 영입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 고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밖에도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매장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었는가 하면, 케이터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처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후터스’는 현재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의 트렌드에 발맞춰 론칭한 ‘후츠’다. ‘후터스’의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버전인 ‘후츠’에서는 정숙한 유니폼을 입은 남녀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메뉴는 간소화됐으며, 셀프 서비스로 운영된다. 테이크아웃도 물론 가능하다. 기존의 ‘후터스’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확연히 달라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후츠’의 성패에 따라 ‘후터스’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 ‘매쉬드닷컴’은 ‘후터스’의 운명은 결국 시간이 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