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협박 당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유포 가능성 사전 차단
사건은 9월 13일 오전 0시 46분쯤에 벌어졌다. 구하라의 남자친구였던 최 아무개 씨가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라에서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것이 그 시작이다. 최 씨는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한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상처 난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구하라는 본인 역시 폭행을 당했다며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했다. 구하라와 최 씨는 모두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9월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구하라. 연합뉴스
‘청담동 유아인’이라 불리는 헤어디자이너 최 씨와 구하라는 한 종편 방송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결국 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구하라는 경찰 조사를 받은 9월 1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볼썽사나운 소모전과 진흙탕 같은 공방전을 서로 주고받았다”라며 “소모적인 공방전을 멈추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잠잠해지던 사건은 10월 4일 한 매체를 통해 구하라가 최 씨에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급변했다. 곧이어 구하라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이미 9월 27일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일방폭행과 쌍방폭행을 두고 양측의 논박이 오가던 사건은 성폭력 범죄가 됐다.
구하라가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받았다는 사실을 단독 공개한 ‘디스패치’는 그날의 사건을 시간대별로 구분해 보도했다. 9월 13일 0시 46분부터 30여 분 동안 몸싸움이 이어졌고 새벽 1시 26분에 최 씨가 디스패치에 1차 제보를 한다. 여기까지가 폭행 사건이다. 구하라는 쌍방폭행을, 최 씨는 일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CCTV 영상 캡처.
문제는 새벽 2시 4분에 30초가량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낸 것이다. 이에 2시 21분 구하라는 엘리베이터를 탄 최 씨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2시 23분엔 최 씨가 주차장에서 8초가량의 동영상을 또 보낸다. 구하라는 계속 최 씨와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최 씨는 2시 27분쯤 차량을 이용해 주차장을 떠난다. 2시 4분 이후에 벌어진 일은 구하라가 최 씨를 성범죄와 협박 등으로 고소하게 만든 또 다른 사건이 됐다.
최 씨의 변호인 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하라가 이 영상을 받으며 최 씨가 협박을 할 의도로 보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최 씨에 따르면 최 씨는 이 영상을 하나의 추억으로서 간직하기 위해 구하라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카카오톡에 올린 건 촬영한 당사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일방폭행과 쌍방폭행으로 주장이 엇갈린 격한 몸싸움 직후에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내지는 당사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성관계 동영상을 보냈을 뿐 협박은 아니라는 주장은 다소 옹색해 보인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법조계에서도 최 씨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구하라는 당시 최 씨가 자신에게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9월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는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 아무개 씨. 연합뉴스
그렇다면 구하라는 왜 이런 절박한 선택을 한 것일까. 구하라가 “소모적인 공방전을 멈추고 싶다”고 밝힌 이후 세간의 관심도 줄어들고 있었다. 구하라는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그는 동영상을 갖고 있으니까. 변호사를 통해 일을 마무리 짓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9월 27일 변호사를 통해 전 남자친구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혐의로 고소했다. 그럼에도 구하라는 스스로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최 씨 측 변호사는 “나도, 최 씨도 동영상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구하라가 여자이고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선 맞고소 상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최 씨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성폭력 관련 전문가들은 “행여 동영상이 유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결국 스스로 협박당한 사실을 공개하는 고뇌어린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유포협박을 당하는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며 “신고하는 순간 유포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구하라가 직접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와 이로 인해 협박 받았다고 밝힌 만큼 유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이미 경찰이 최 씨의 집과 직장,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최 씨의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 등도 확보했다. 최 씨의 변호사 역시 “이 동영상은 절대로 유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구하라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