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고 부모 제치고 주변 압박해서 합의서 받아내”
2017년 9월 일본 외무대신표창을 받은 이미숙 한체대 교수(오른쪽)와 함께 선 김성조 총장(가운데)과 전명규 교수. 사진=일요신문 DB
조재범 코치는 쇼트 트랙 선수 심석희를 포함 4명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0월을 받으며 9월 19일 법정구속됐다. 조 코치는 구속 수감된 뒤 피해자와의 합의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전명규 교수는 2018년 9월 30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조재범 코치의 측근을 만났다. 조 코치의 측근 역시 전 교수의 제자이자 빙상 선수 출신이었다.
조재범 코치가 구속되자 전명규 교수는 조 코치 측근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미끼는 한체대 출신 메달리스트의 탄원서였다. 탄원서를 요청하는 조 코치 측근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폭행 피해자가 아직 어리니 압박에 못 이겨 합의서를 쓸 수밖에 없도록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 특정 행위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제껏 사건의 중심에 서면 “자신은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온 전 교수의 논리가 조각났다.
# “심석희 돌봐준 조재범 모친이 심석희를 만나게 해라”
이 자리에서 전명규 교수는 심석희와 A 씨 각각에게 합의서를 받아낼 자신의 전략을 조재범 코치 측근에게 알려줬다. 애초 전 교수는 심석희 부친과 A 씨의 모친을 찾아가려 했다. 심석희 쪽과 A 씨 쪽 모두 전 교수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심석희와 A 씨는 가깝다고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전 교수는 조 코치 측근에게 심석희 부친과 A 씨 모친을 직접 만나도록 지시했다.
전명규 교수는 “예를 들어 술을 좋아하면 그런 거를 좀 치밀하게 (해줘야 돼). 전화로 설득하는 건 너무 성의가 없는 거야. 말도 안 되는 거야. 문 앞에 가서 만나고 말하고 대화하고 이렇게 하는 거지”라며 “(심석희 부친이) 지금이라도 (관계가) 회복될 사람이면 집에 데려다가 미리 맥주도 사놓고. 재범 아버지는 나를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데 내가 말한다고 (합의가) 되는 게 아니라고. 만나야 해. 석희네 집 주소도 알 수가 있어”라고 말했다.
이어 “(심석희 다음은) A인데 지금 내가 이런 주소나 이런 건 찾을 수 있어. 주소를 받아다가 너에게 줄게. 근데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면 잘 알아둬.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게 있어. 나중에 (그쪽에서)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 문제가 생기고 처벌을 받을 수가 있어. ‘남의 집에 앞에서 무슨 훼방 놓는 거냐?’(란 말이 나오면) 아작 나.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했다. 개인정보유출을 암시하며 법적 문제 소지를 조재범 코치 측근에게 떠밀었다. 전 교수 옛 조교는 “학생 스카우트 할 때도 전 교수는 자주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학생 집 앞까지 찾아가 설득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전명규 교수는 조재범 코치와 심석희의 오랜 관계를 공략하라고 작전 지시를 내렸다. 전 교수는 “재범 아버지는 나랑 대화를 처음 해봤거든. 말투가 안 돼. 석희네는 재범네 아버지가 가도 효과가 없을 거 같아”라며 “(조재범) 엄마는 (석희가 강릉에서 서울로 왔을 때) 석희를 데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작전을 써야 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는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만나. 안 해보면 후회하잖아. 네가 갑자기 다가가는 건 아니고 우연히 만나는 거지. 그런 방법도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조재범 코치는 초등학생이던 심석희를 강릉에서부터 가르쳐 서울까지 데려온 지도자였다. 조 코치 모친은 고향 떠나 온 어린 심석희를 돌본 적 있었다. 전명규 교수는 “(심석희) 주소를 찾아서 네게 줄 테니까 네가 (주소를) 재범이 엄마한테 줘. ‘어디서 났냐’고 그러면 그냥 ‘어디서 들었다’고 해. ‘정확한 건 모르고 그냥 어디서 들었다’고 해. 그렇게 하고 끝내. 월요일이면 알 수 있어. 너한테 전달할게. 아마 OO이(한체대 빙상장 사설강사)가 전달할 거야. OO이랑 대화되니?”라고 일렀다.
# “A가 정신병원 갈 정도로 압박해라”, “그런 뒤 A의 모친 몰래 A의 합의서를 받아라”
전명규 교수는 심석희와 함께 조재범 코치에게 맞은 A 씨 회유 작전도 조 코치 측근에게 주입했다. 전 교수는 A 씨의 모친이 전화로 하면 완강하니 직접 만나라고 종용했다. 전 교수는 “걔들(한체대 빙상장 사설강사)이 맨날 전화로 ‘어머님 그건 아니잖아요’ (라고 했잖아. 내가 그걸 보고) 이 성의 없는 X새끼들이라고 했어.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님 어디세요. 잠깐 뵙자’고 해서 만나는 거야”라고 말했다.
A 씨 모친 몰래 A 씨에게 직접 합의서를 받아 오라고도 했다. 전명규 교수는 “A네는 네가 좀 만나. 네가 A를 만나 봐. 그 정도라면 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면 A가 (합의서를) 써주는 거지. A의 엄마가 써주는 거 아니잖아”라며 “A 엄마는 지금 막혀있어. 그러면 당사자를 뚫는 거지. (A에게) ‘야 너 이거 써주고 엄마한테 모른다고 하면 되잖아’라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지. 애들이 하는 건데 희망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 A 씨의 주변을 압박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전명규 교수는 “A랑 친한 애를 또 찾아봐야지. 가까운 애들을 찾아서 걔가 골머리 아프게 만들어야지. 가까운 애들. A가 가장 가까운 애를 찾는 거야. 석희 말고 가장 가까운 애를 찾는 거야. 나도 내가 알아볼 테니까 A가 누구랑 가까운지 너도 알아보라”며 “A는 머리 안 아프겠냐? 머리 아프지. 난 그렇게 생각해. A는 머리가 더 아파야 해. A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돼. ‘나 이거 못하겠어 석희야’ 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압박은 가해야 된다는 거야.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라고 일렀다.
전명규 교수는 “아이한테 압박을 준다는 게 문제가 되니 그럴 수 없다”는 조재범 코치 측근에게 “아니지. 우리가 말하는 건 압박이고 (A에게는) A랑 친한 애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거지. 예를 들어 걔랑 친한 애가 (A에게) ‘야 이건 아니지 않냐? 너 10개월 있다가 사람 어떻게 보려고 해?’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는 A 씨와 친한 이성 친구 이름도 꺼냈다. “나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애가 있어. B 야. 그것도 내가 하면 파토가 나. 요새 또 (A랑 B가) 친해졌더라고. 그렇게 연결해 가지고 해야 해. 그리고 친구가 얘기하면 또 먹힐 수도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것도 하나의 카드야. 그 다음에 너도 좀 찾아봐. A는 일단은 B를 좀 움직여보는 방향으로 생각해 봐.”
전명규 교수는 또 “B가 최선을 다 해야지. B는 머리에 똑바로 승부를 하는 그런 기질이 있고 아버지가 좀 건달이야. 그걸 좀 해보자는 거지. B를 투철하게 정신교육을 시켜야 해. 그리고 너네도 한 번 찾아봐. 양쪽에서 똑같은 이야기가 들어가면 흔들릴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해서 이제 A를 설득해서 밀고 가고 B의 여자친구도 나름대로 또 그런 거를 해주고 하면 (A는) ‘주변이 다 이렇게 되는구나. 나 혼자만 이렇게 이렇구나’하며 위기의식을 느껴”라고 덧붙였다.
전명규 교수의 지시는 계속됐다. “(우리) 어른이 하는 거랑 또 애들이 하는 거는 또 다르다고. 어느 정도 간을 계속 봐. 어느 정도가 되면 흔들려. 흔들어 놔. 그리고 접촉을 하면 돼. 나 같은 사람이 붙어서는 이게 먹히지를 않아. 친한 사람이 붙어서 계속 집요하게 준비를 해야 해. 건드려 놓고 건드려 놓고 해. 처음부터 툭툭 세게 가면은 안 돼. 한 단계씩. 어린 애들은 감정이 수월하다고. 그런 쪽으로 한 번 해보는 건 어떠니? ‘구속됐잖아. 이제 그만해야지 너네. 그러면 이제 너네는 거꾸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는 거야. 그래 안 그래? 얼음판에서 너네가 어떻게 살려고 하는 거냐?’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는 거야”라고 했다.
전체 그림을 설명한 전명규 교수는 자신이 계속 돕겠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여 보는 거 어때? 제일 중요한 거는 재범이네 엄마가 석희네를 부딪혀 보는 거야. A네는 살짝살짝? 그래 안 그래? 그래야 되지 않을까? 내가 계속 소스를 줄 거야. 그러면 너는 현장하고 상황을 컨트롤을 해야 해.”
전 교수는 A 씨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계속 이야기하다가 조재범 측근에게 말했다.
“OO이(한체대 조교)는 말주변이 없어서 안 되고 그래서 내가 지금 OOO 선생이랑 또 찾고 있어. 너도 좀 찾아보고. 나도 좀 고민을 해볼게. 어려운 일한다. 예쁘게 생겨가지고.”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