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많이 들지만 글로벌 팬층 확보 효과…영국 내 NFL 미디어권 가격 껑충
프로스포츠 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시대에 시장의 확장과 더 많은 팬층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친선경기도 아닌 정규리그를 외국에 나가 낯선 구장에서 치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런던의 ‘축구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NFL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웸블리 스타디움 공식 페이스북
지난 21일(한국시간) NFL 테네시 타이탄스와 LA 차저스의 경기가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축구종가’ 영국에서도 ‘축구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어 오는 28일에는 지난 시즌 ‘챔피언’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잭슨빌 재규어스의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NFL은 미국에서 다른 프로스포츠 중계와 비교해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스포츠다. 하지만 미국적인 특색이 짙은 탓에 세계적인 영향력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NFL 사무국은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시즌 경기를 치르는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7년부터 경기를 펼쳐왔다. NFL은 멕시코에서도 시즌 중 경기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독일에서도 리그를 진행할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MLB도 영국에서 경기를 치른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내년 6월 29~30일 런던의 런던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2연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MLB 경기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LB는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정규시즌 경기 개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은 멕시코나 일본, 푸에르토리코, 호주 등 야구가 비교적 활성화된 국가들에서 이뤄져왔다.
1999년에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즌 개막전을 열었다. 2014년은 리그 개막전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경기를 치렀다. 일본 도쿄돔에서는 2000년(시카고 컵스-뉴욕 메츠)과 2004년(템파베이 레이스-뉴욕 양키스), 2008년(보스턴 레드삭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12년(시애틀 매리너스-오클랜드), 4번이나 MLB 개막전이 개최됐다. 내년에도 시애틀과 오클랜드의 2019시즌 개막전을 펼칠 예정이다.
영국 시민들이 NFL 경기를 앞두고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미식축구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웸블리 스타디움 공식 페이스북
비록 한 국가와 지역에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지만 외국에 나가 정규시즌을 치르는 것은 당장 큰 수익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NFL의 경우 10년 가까이 런던에서 정기적으로 경기를 펼쳤음에도 여전히 중계권 권리, 티켓 판매 금액, 스폰서십 등에서 많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외신과 NFL 사무국 등에 따르면 런던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매우 비싸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대여하고, 각 팀이 경기 전 머물며 사용할 연습시설을 빌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역 프랜차이즈들이 감당했을 프로모션과 이벤트 비용도 직접 지불해야 한다. 또 런던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 각 팀은 선수와 코치, 트레이너, 구단 관계자 등 180여 명이 움직인다. 여기에 NFL 기술 스태프, 치어리더 등까지 더하면 사무국이 여행에 지불해야 할 인원은 5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런던에서 경기를 이어나가면서 영국 내 NF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잠재적인 팬층이 확보되고 있다. 2015년 조사에서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은 팬 중 절반은 이미 게임을 본 사람이었다. 또 3분의 1은 시리즈의 모든 표를 구매했다. NFL 사무국 측은 “팬층이 충분해지고 미디어 가치가 높아지면서 2007년과 비교해 영국 내 NFL에 대한 미디어권 가격이 2배가 됐다”며 “다시 협상을 하면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영국 BBC가 올해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NFL 게임과 슈퍼볼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스카이스포츠가 NFL 경기를 영국에 중계할 예정이다.
런던의 한 현지인은 “웸블리에서 NFL 경기가 열리면 전역이 축제 분위기가 된다“며 ”매진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런던을 돌아다니다보면 NFL 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유럽축구의 국외 경기 반발 심한 이유 ‘MLB는 당근도 많이 주던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미국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라리가는 내년 1월 미국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지로나와 FC바르셀로나의 리그 경기를 열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리그 경기 일부를 미국과 멕시코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개척의 일환이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이 내년 1월 지로나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바르셀로나 공식 페이스북 그러나 이러한 계획에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 스페인축구협회가 “스페인 국경을 벗어난 곳에서 정규리그가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라리가 소속 클럽들과 스페인선수노동조합(AFE) 역시 선수들의 체력문제, 형평성 등이 맞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도 우려를 표했다. 팬들 역시 “정규리그는 시즌 성적과 직결되는데, 외국의 낯선 구장에서 뛰면 홈의 이점을 전혀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라리가 사무국의 미국 개최 의지는 강경하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인터뷰에서 “물론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내가 알기로 양 팀 선수들도 미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가하길 원한다. 미국에서 라리가 경기가 열릴 수 없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은 “라리가 사무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마케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테바스 회장은 한국에까지 라리가 주재원을 뒀을 정도로 글로벌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은 “다만 구단이나 선수들 입장에서는 국외 경기로 인해 일정상 피해를 보는데다 그 효과 자체에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굳이 정규리그 경기를 국외 이벤트로 해야 하느냐는 당위성도 약하다”며 “피파 또한 자국리그 경기는 자국에서 한다는 보편적 통념에 비춰 이러한 이벤트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프로스포츠와 달리 라리가의 국외 경기에는 반발이 심한 이유가 무엇일까. 한 위원은 “유럽 축구와 미국 스포츠 간의 다른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유럽 축구는 전통과 시스템 면에서 미국식 스포츠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축구본질주의·전통주의 등이 강해 미국식 제도에 낯설어 하고 배타적으로 반응하는데, 마케팅 우선주의에서도 유사한 인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라리가 사무국은 미국에서의 정규리그 경기 개최를 결정하는데 선수노조는 물론 스페인축구협회와도 전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MLB는 해외 경기에 대해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데, 양키스와 보스턴 선수들은 내년 런던에서 경기를 치르면 MLB 노사단체협약에 따라 6만 달러(약 6800만 원)씩을 받는다. 주요 프로스포츠의 글로벌 마케팅에 따라 한국팬들도 한국의 경기장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한 위원은 “한국은 마케팅 효과를 봤을 때 우선 고려 대상으로 꼽히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기엔 거리도 매우 멀다”고 말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