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멤버, 욱일기 사진·‘종전기념일’ 글 등 논란…“다른 멤버들도 피해 안타까워”
지난 10월 29일 데뷔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이 우익 논란과 공영방송 출연 금지 청원 등에 부딪쳤다. 사진=오프더레코드 제공
당초 프로듀스 48은 ‘48사단’의 멤버들을 오디션에 참가시킬 방침을 밝혀 논란을 낳았던 바 있다. ‘48사단’이란 일본 아이돌 업계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굴지의 인기를 자랑했던 AKB48을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48’이 붙는 그룹을 결성, 활동해 온 아이돌을 통칭한다. 이 때문에 이미 일본에서 데뷔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멤버들과 한국의 연습생이 함께 서바이벌에 참가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이 ‘48사단’은 우익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더 큰 논란을 낳았다. 특히 가장 인기가 높은 AKB48의 경우는 공연 무대에 직접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노래를 불러 강도 높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멤버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자위대 모델 선정, 기미가요 제창 등도 국내 대중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다른 두 멤버가 ‘48사단’의 우익 이미지에 묻어가는 식이었다면, 미야와키 사쿠라의 경우는 개인에게 비판의 폭격이 쏟아졌다. 2011년 HKT48 멤버로 데뷔한 미야와키 사쿠라는 전체 48사단 인기투표에서도 5년 연속 10위권 내에 들 정도로 인기 있는 멤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아이즈원 최종 선발에서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야와키 사쿠라에 대한 우익 논란이 강하게 불거진 것은 지난 2016년 8월 16일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8월 15일을 ‘종전기념일’로 적어 글을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일본에서는 1945년 8월 15일 패전일을 ‘종전기념일’로 표현한다. 당시 국내 대중들은 “전쟁을 일으켰던 장본인인 일본이 자신들의 패전을 마치 제3자처럼 ‘종전’으로 표시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라고 미야와키 사쿠라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욱일기가 그려진 대본을 든 채 사진을 찍은 점, 조선 정벌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를 ‘위인’이라고 표현한 SNS 글 등이 그가 ‘우익 성향’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반면 미야와키 사쿠라 본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류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을 종종 방문하는 등 ‘친한 성향’을 보여 왔던 바 있다.
HKT48 멤버로 활동하던 때부터 우익 논란에 흽싸였던 인기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오프더레코드 제공
아키모토 야스시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관련이 있는 극우 성향의 모리모토 재단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교가를 제작한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더욱이 앞서 우익 논란이 불거졌던 48사단의 공연에 깊이 관여한 장본인인 만큼, 그가 프로듀스에 참여한 아이즈원에 대해서도 국내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의 행보를 지적하며 아이즈원의 공영 방송 출연 금지 청원이 시작됐다. 지난 10월 28일 개설된 이 청원에는 이틀 만에 2만 명이 참여했다. 사적인 영리 추구 활동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국민들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에서만큼은 아이즈원의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골자였다.
방송연예가에서는 “국민 정서를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케이팝이 세계화되고 있는 추세에 세계 정서가 아닌 한정된 정서로 연예계를 재단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음악 방송 관계자는 “(프로듀스 48) 방송 초기부터 문제가 예견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일본인’이어서가 아니라 이전까지 그들의 행보를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케이팝은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굳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문화 쇄국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아이즈원도 한국인 멤버들이 월등히 많은데 단순히 협업만을 이유로 그들이 받게 될 피해는 다소 가혹하지 않은가”라고 짚었다.
한편 아이즈원은 10월 29일 첫 번째 미니앨범 ‘컬러라이즈(COLOR*IZ)’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들어갔다. 같은 날 열린 그들의 데뷔 쇼콘은 엠넷 생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동시 접속자 수만 최대 13만 명에 달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