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덜 내고 더 받자’ 분명한 메시지…수익률 2배 높여야 실현 가능
지난 9일에는 청와대 인사를 단행하며 공적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전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신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에 앉혔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덜 내고 더 받는’ 방향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한 셈이다.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 사진=일요신문DB
신임 김 사회수석은 공적연금 전문가로, 과거 보험료를 1%만 인상해도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뜻한다. 김 사회수석은 2015년 논문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쟁점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 “2060년 기금고갈을 전제로 2015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가 1.01%포인트 추가된 10.01%의 보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고갈이 바람직하거나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금 유동화가 시작되는 2040년 전에 순차적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사회수석은 이 같은 주장에서 변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득대체율 50%’ 주장에 대해 “청와대에 오기 전 학자로서의 개인적 소신“이라며 ”정책 결정자의 위치로 가면 탄력적으로 여러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 위치는 연금개혁 정책의 구체적 정책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임무는 복지부 장관에 있다”고 말하며 복지부와 갈등·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수석의 적극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리드 하에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 수석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복지공약을 설계한 바 있으며 개편안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문 대통령의 의견과 교수 시절 김 수석의 주장이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전문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단순 산수상으로도 받는 것이 늘어나면 부담하는 것 또한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민연금은 복지제도 가운데서도 공공부조제도가 아닌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많이 받으면 나중에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시선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쏠린다. 국민연금 기금 문제가 등장하면 운용수익률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터다.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덜 내고 더 받는’ 것을 가능케 하려면 국민연금은 그만큼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있다. 청와대와 복지부 사이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익률에 수반되는 위험 때문에 기금운용본부의 탄력적인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기금운용 시스템에 따르는 터라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정 또한 내릴 수 없다고 본다. 김용하 교수는 “덜 부담하고 더 받는 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현재의 두 배가량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30년 평균 5.5%가량이며 이는 경제성장률과 거의 일치하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수익률을 높이려고 허둥대다 보면 위험도 같이 높아져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다, 수익률을 늘리기 위해 국민 전체의 자산을 투기자본처럼 운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덜 내고 더 받는 방안은 기금운용 수익률을 한껏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큰 어려움이 따른다”며 “노후자금 보장 차원이므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나 적정한 수준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제자리 찾나…본부장 선임되자 지원자 몰려들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긴 공백 끝에 새로운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최근 선임된데다 자산운용실장 공개모집에 지원자가 몰린 덕분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 사퇴 후 지난 10월 8일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 사장이 새 CIO로 선임되기 전까지 15개월간 수장 공백 상태였다. 기금운용본부는 본부장 자리 외에도 해외대체투자실장,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등 주요 보직이 공석 상태였으며, 본부 내 인력 유출도 문제로 지적됐다. 더구나 그 사이 기금운용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평가까지 나와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7월 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기금 고갈 시기가 2013년 3차 추계 때보다 3~4년 앞당겨진 것 또한 위기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안 CIO 선임 이후 안정적인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중순께 시행한 주식운용실장 공개모집에 24명이 지원해 흥행몰이에 성공했으며,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국민연금 출신 퇴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 흥행이 안 CIO에 대한 신임 덕분이라는 말도 나왔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CIO가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장이 없으니 내부 운용역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집행을 못했던 것”이라며 “이제 CIO가 정해진 만큼 국민연금도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더 적극적으로 운용자금 집행이 이뤄지면 투자수익률 제고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