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빅픽처’는 바른당과 연대…보수·반문연대 때 무르익을 때 ‘집단 입당’ 기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극보수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내세우고 있다. 그의 ‘부산 영도 출마’, ‘자유한국당 입당’ 등 여러 소문은 야권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박은숙 기자
이 의원이 한국당에 입당한 뒤 부산 중구 영도구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곳은 6선인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김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언론에선 이를 중심으로 온갖 후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최근 부산 영도에 자주 방문한다거나 자신의 주소지를 영도로 벌써 옮겼다는 둥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 의원 측은 이를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그가 자신의 지역구에 설치한 수능 응원 현수막에 당명을 적지 않고, 바른미래당의 상징색인 민트색도 빠져있었다는 점에서 탈당설에 무게를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입당’과 ‘영도 출마설’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대여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는데, 그의 지나친 발언에 손학규 당 대표가 “정체성을 밝혀라”라며 공개 경고를 할 정도였다. 급기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천재적인 분”이라며 ‘박정희 우상화’까지 나섰는데, 부산의 보수 민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의원의 출생지는 부산 영도이며, 그곳의 남도여자중학교와 영도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와 동시에 김 의원이 이 의원의 ‘영도출마설’ 관련해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 있다”는 말을 던지며 영도 출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 세 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며 이 의원의 행보에 이 같은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물론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만약 이 의원이 비박계인 김 의원과 손을 잡으면 한국당 내의 보수진영, 특히 입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한애국당 같은 극보수진영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또한, 부산 영도가 아닌 기존의 지역구 광명을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한다 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광명을은 이전부터 진보성향이 비교적 강한 지역으로, 최근 이 의원의 행보를 미뤄봤을 때 당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 있다”는 김 의원의 발언은 이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일까. 김무성 의원실 관계자는 “열린 방향으로 해석해 달라. 그건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이었을 뿐이고 이 의원을 특정한 것도 아니다. 그 ‘누구든지’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나를 말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김 의원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가며 계획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도 “(이 의원은) 지금 한국당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 친박과 비박을 보라. 망한 정당”이라면서도 “바뀐다면 모를까 지금은 안 들어간다”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이 의원을 향한 지역구 민심이 돌아선 것에 대해선 “절대 그렇지 않다. 지역 일을 우리가 얼마나 악착같이 하는데. 언론에 노출이 안 될 뿐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김 의원과 이 의원은 냉소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 의원이 입당할 경우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것을 높게 산다. 한국당에 들어오면 좋을 거고, 친박(친박근혜)과 손잡느냐 비박(비박근혜)과 손잡느냐는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환영하지 않겠느냐.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도 없애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이 의원과 함께)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계파를 초월해 이 의원의 입당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들 모두 “지금 당장은 부적절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어떤 의원은 “지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지 못하다. 보수연대, 반문연대가 무르익을 때쯤 다 같이 (한국당으로 입당해서) 극적인 효과를 누려야 한다”며 “지금은 서로 감당을 못한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시너지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에 지상욱‧이학재 의원 등도 (그때에 한국당에 입당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시기는 정치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가 돼야 한다”라며 “야당 대통합이 되어야 하고, 이왕이면 외연확장을 통해 야권이 폭넓어지고 서로 연대가 가능할 때가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연임한 조경태 의원도 정계개편의 흐름에 맞춰 지난 2016년 1월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조 의원도 “선택은 이 의원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만, 야권은 통합을 해야 하지 않겠나. 통합의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는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정책적 연대,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인의 의사를 물론 존중하겠지만, 통합의 정신을 잘 살려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한국당은 이 의원 개인의 입당보다는 ‘보수 대통합’과 ‘반문연대’라는 그림 아래, 야당의 결집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며, 이 의원의 탈당 및 입당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우연의 일치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맞긴 맞다”며 “하지만 이 의원 혼자 한국당으로 옮긴다고 해서 정계개편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면 집단적인 세력의 움직임이 있거나 거물 정치인들이 이동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평론가는 “이 의원과 한국당은 서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하는데, 서로 입당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그 내용이 좋아야 하고, 시점도 적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