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의혹 띄우더니 폭로 안해…‘김병준 사퇴’ 주장하며 결집하던 친박 맥빠진 분위기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 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한국당에서 문자로 해촉된 건에 대해 전 변호사가 ‘폭탄선언’을 할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에 기자회견 장소로 예정된 여의도 한 빌딩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기자들이 더는 들어갈 수 없어 밖에 서 있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14일 오후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자유한국당의 조직강화특위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에서 해촉된지 2일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전 변호사도 “일단 방이 좁아서 죄송하다. 급하게 방을 구하다보니까 방이 좀 작다”고 양해를 구하는 멘트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의 이목을 끈 전 변호사가 해촉 직후 “조강특위에 특정인물을 넣어달라고 한 게 갈등의 시작”이라고 했던 부분에 대한 추가 폭로는 나오지 않았다. 폭로보다는 쓴소리, 비난보다는 비판 수준으로 낮아졌다.
오히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둔하는 발언도 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조강특위 위원을 추천했는데 들어주지 않아서 해촉당했다’는 이야기를 한 배경에 대한 질문에 전 변호사는 “김병준 위원장도 얼마나 어렵겠나. 서로 이해를 해야 한다”며 “깨끗하고 난 잘났다고 한다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다. (답을 못하는 데는)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사실 기자회견이 있기 전부터 한국당 비대위 관계자들은 예상 밖으로 큰 우려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눠본 비대위 관계자나 당직자 모두 전 변호사가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사청탁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사추천 문제에 관해 비대위 관계자는 “조강특위가 빨리 출범해야 하는데 인사가 며칠 밀리면서 ‘이런 분은 어떠냐’고 추천한 정도다. 이 부분은 회의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인사청탁이라고 할 게 못되는 사항이라 회의록을 까도 나올 게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진흙탕으로 가서 비대위가 얻을 게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청탁과 별개로 또 하나의 쟁점은 전당대회(전대)를 예정된 2월에서 6월로 옮겨야 한다는 전 변호사의 주장이다. 기자회견에서도 전 변호사는 “2월 전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수없이 말했다”라며 “12월 15일까지 현역의원들을 쳐내라? 그게 가능하나. 그거 가능하다고 믿는 분들 아무도 없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앞서의 비대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해촉은 조강특위의 전권을 가졌다는 전 변호사가 당의 전권을 가진 것처럼 행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조강특위 위원이 전대 시기, 태극기 합류 여부 등을 왜 이야기하고 주장하나”라며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전권을 준다’고 해서 국방부 장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권 전반에서는 ‘전 변호사가 정치를 시사평론으로 배워서 그렇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전대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며 “2월 전대를 목표로 조직을 꾸렸던 사람에게 4개월간 홀딩시키라는 건 그만큼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계속 들이라는 것밖에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당 한 핵심 관계자는 “비상대책위는 당 대표 궐위시 잠시 그 자리를 잇는 거지 당 대표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다음 당 대표를 선임해야 한다”며 “2월 전대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음 당 대표가 4월 재보선에서 공천을 하기 위해서인데 전 변호사는 이를 ‘4월 재보선은 많아야 3곳, 적으면 1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1석이라도 선택받은 당 대표가 공천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정치를 잘 몰라 하는 소리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한국당에 몰아칠 폭풍이 될 것 같았으나 미풍이 되면서 상황도 여러모로 반전되고 있다. 당초 전 변호사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이를 명분으로 김병준 비대위 사퇴를 주장하며 결집하던 친박들의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12일 홍문종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전 위원 해촉에 대해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적쇄신이란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당연히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3일에는 ‘열린 우파 대통합을 위한 1차 모임’이란 이름으로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지사, 김진태 의원, 심재철 의원, 조경태 의원, 유기준 의원 등 친박 중진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본격적으로 김병준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기준 의원은 “당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하루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진태 의원도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기 전대를 개최해야 한다”고 조기 전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앙꼬 없는 찐빵’으로 기자회견이 끝나자 친박의 공격 기세도 많이 빠진 분위기다. 비대위가 예상보다 큰 파장 없이 지나가리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원조 친박들이 복당파를 공격하는 논리가 이상하다. 나간 것도 잘못은 맞지만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가게 된 계기를 만든 사람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의원 선수로 따져도 이날 모인 이들은 개혁주체가 아니라 청산대상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