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손흥민 의존증 탈피...이청용 구자철 ‘올드보이’, 황인범 나상호 ‘영보이’ 조화
이번 대표팀 2연전에서 연속골을 기록한 공격수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첫 메이저 대회인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비 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6차례 평가전에서 3승 3무를 기록했다. 우루과이, 칠레, 호주 등 까다로운 팀들을 상대로 패하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게 됐다.
#분위기 잡은 벤투호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지난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첫 공식석상에서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아시안컵을 언급했다. 그는 이후로도 꾸준히 오는 2019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9일과 20일 열린 호주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은 UAE로 떠나기 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이번 2연전을 포함해 대표팀은 6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안방서 열린 앞선 4경기 뿐만 아니라 호주 원정에서도 무패가 계속됐다. 확실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대회에 돌입하게 됐다. 우즈벡을 상대로 보인 자신감있는 슈팅과 실패하더라도 밝은 선수들의 표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에서 종목을 막론하고 팀 분위기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난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거듭된 패배와 쏟아지는 질타에 분위기를 잡기 힘들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지금처럼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선 경기내용 외에 단순히 승패가 중요하기도 하다”면서 “패배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2연전은 좋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축 선수들이 빠지기도 했고, 벤투 감독 체제에서 치르는 첫 원정경기였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1~2년간 원정에서 약했던 대표팀의 모습을 탈피했다”고 덧붙였다.
6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청용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간 대표팀은 멤버 변화가 있더라도 팀을 이끄는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감만은 지속됐다. 박지성-박주영-기성용-손흥민 등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계보다. 이들이 부상이나 징계 등으로 빠지면 불안감부터 보였고 실제 경기력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번 2연전에 앞서 주요 선수들이 대거 빠져 불안감을 낳은 바 있다. 대표팀 내 절대적 존재감을 발휘하는 기성용, 손흥민 이외에도 벤투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받던 정우영, 이재성, 황희찬 등도 빠졌다.
하지만 이청용, 구자철과 같은 ‘올드보이’, 황인범, 나상호 등 ‘영보이’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아시안컵이나 향후에도 대표팀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능력을 선보였다. 이들의 약진은 대표팀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 6경기로 드러난 주전 윤곽
그간 6경기를 치르며 벤투호의 아시안컵 주전 윤곽도 어느정도 드러났다. 공격진에선 황의조가 가장 앞서가는 모양새다. 황의조는 벤투 체제에서 6경기 중 4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지동원, 석현준 등 경쟁자가 많지는 않지만 대표팀 뿐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가장 뜨거운 골감각을 보이고 있는 공격수가 황의조다.
2선 지역에서 가장 많은 출장시간을 기록한 이는 다름 아닌 남태희였다. 지난 월드컵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6경기 2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좋은 활약을 보인 우즈벡전에서 당한 부상이 전방 십자인대 부상으로 판명되며 아시안컵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측면과 중원에서 뛰던 이재성, 황인범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또한 측면에서 활약했던 과거와 달리 소속팀에서 중앙 포지션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청용에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측면에선 대한민국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과 황희찬, 문선민 등이 신뢰를 받고 있다.
‘K리그 MVP 후보’ 이용은 벤투 감독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수비수 중 한 명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중원은 월드컵 멤버인 기성용과 정우영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주전 등극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들이 없는 이번 2연전에서 황인범과 주세종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황인범은 앞서 파나마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팀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때 활용도를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다만 A매치 70경기에 넘게 나선 베테랑 구자철의 호주전 부상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수비진은 벤투 체제에서 가장 변화의 폭이 적은 포지션이다. 왼쪽 홍철, 중앙 김영권, 오른쪽 이용은 6경기를 전부 뛰었다. 특히 김영권과 이용은 전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핵심적 활약을 했다. 장현수가 징계로 빠진 자리는 김민재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앙수비수 정승현도 이번 2연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기량을 증명해냈다. 안정적 구도인 수비진과 달리 골키퍼 포지션에선 김승규와 조현우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9월부터 13경기 9골…황의조의 무서운 골감각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달아오른 감각이 식을 줄 모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과 20일 호주에서 호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열린 친선경기에서 연속골을 기록했다. 지난 9월부터 자신이 나선 13경기에서 9골을 기록하는 고감도의 골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9월 15일 J리그 빗셀 고베전부터로 시야를 좁히면 10경기에서 9골이다. 대표팀에서 파나마와의 친선경기를 제외하면 전경기에서 골맛을 봤다. 시즌 전체를 돌아봐도 그의 골기록은 무서울 정도다. 축구 통계 사이트 ‘사커웨이’에 따르면 황의조는 J리그 26기 15골, 리그컵 6경기 5골, 아시안게임 7경기 9골, A매치 4경기 3골로 올해 총 43경기에서 32골을 넣었다. 이는 경기당 0.74골의 기록이다. 활동무대에 따른 수준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 스트라이커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해리 케인은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경기당 0.70골을 기록하고 있다. 연일 불을 뿜고 있는 황의조의 과제는 무엇일까.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황의조에 대해 “너무 잘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무엇을 시도하든 다 이뤄내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자신감이 충만한 상황에서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근육이나 무릎 등에 부상이 올 수 있다. 지금 상황을 1월 아시안컵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