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으론 4강 대사들 거론…여야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현실 아닌 흔들기’ 분석 우세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 ‘원톱’으로도 꼽혔던 임종석 실장이 교체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 한 달 전까지 임 실장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워낙 집중됐다. 만약 교체한다면 오히려 관심이 약간 줄어든 지금이 교체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야당 공세로 인한 수동적 교체가 아닌 청와대 주도적으로 교체한다는 뉘앙스도 줄 수 있다.
국회 주변에서는 만약 교체한다면 4강 대사가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위 4강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대사 모두 정치권, 혹은 비외교관 출신이다. 이 중에서는 최근 문 정부에서 각광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도 있다.
조윤제 주미 대사는 서강대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다. 조 주미 대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한 바 있다. 이수훈 주일 대사는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지냈다. 이 주일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문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노영민 주중 대사는 충북 청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지냈다. 우윤근 주러 대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전남 광양·구례·곡성 지역구 3선 의원 출신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우 주러 대사는 노 주중 대사와 함께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4명 모두 최측근, 혹은 대선캠프에서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만큼 신임 비서실장으로 누가 뽑히더라도 큰 위화감은 없는 셈이다. 특히 노 주중대사, 우 주러 대사는 임종석 비서실장 내정 이전 비서실장으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기도 하다. 두 대사 모두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이기 때문에 친문 핵심으로 거론된다.
시기와 대체 인물까지 거론되면서 교체 가능성이 얘기되지만 정치권 분위기만큼 교체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단지 대략적인 시기가 됐다고 해서 임 실장을 교체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청와대 쪽에서도 교체를 고려한다는 분위기는 감지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인사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교체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면서 “임 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할 이유가 없다. 남북관계가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해당 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봐도 길게 보고 오래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시간에 교체될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임에도 그 후임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며 임 실장 교체론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한 야당 관계자는 “야당 측에서는 보수들이 보기에 임 실장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데다,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을 흔드는 게 나쁜 그림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구체적인 교체 인물까지 거론되며 지속적으로 교체설을 흘리는 걸 보면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임 실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양 측 입장이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임 실장은 국회나 당 차원에서 흔들어도 본인이 나올 때가 아니면 문 대통령이 신뢰를 계속 둘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약 1년 5개월 남은 총선일정이 더 큰 변수다”라고 지적했다.
임 실장이 총선 출마를 한다면 예상 사퇴 시점은 최대한 늦췄을 때 약 2020년 1월 선이다. 이렇게 되면 1년 2개월 이상 남았다. 짧게 잡으면 그 시기는 알 수 없다. 이미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인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2일 배재정 전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비서실장(차관급)에 임명된 지 1년 5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임 실장의 행보에 여의도의 눈이 쏠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