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때문에 애꿎은 우리만 피해 입어”…투자자·직원들 ‘부글부글’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이낙연 총리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조 6000억 원에서 3조 8000억 원으로 4조 8000억 원 줄었다. 또 추경호 의원실이 공기업들의 올해 자체 실적추정치를 전달받아 집계해봤더니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7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급격한 하락으로 상장된 공기업들의 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0일 종가 기준 4만 3150원이었던 주가가 2018년 11월 21일 종가 기준 2만 8200원까지 떨어졌다. 한전KPS는 같은 기간 5만 7600원에서 2만 9850원으로 하락했고, 강원랜드는 3만 7800원에서 3만 50원으로 하락했다. 공기업 중 같은 기간 주가가 오른 기업은 한국가스공사(4만 5650원 → 5만 100원)가 유일했다.
추경호 의원실은 공기업들의 영업이익 급감은 외부요인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방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중에는 에너지 회사들이 많은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정규직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면서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 결산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360개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7만 886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4만 7231명보다 약 10%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임직원수는 연평균 1만 4951명씩 늘었는데 증가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공공기관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앞으로도 정규직 전환과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10명 중 6명이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워지면서 전문성도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 178명 중 60.1%인 107명이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사, 여당과 가까운 시민단체·지역·노동계 출신 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큰 손해를 입은 한전 주주들은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전 주가는 지난 10월 5년 만에 최저 수준인 2만 38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전 주주 모임을 통해 연락이 닿은 한 투자자는 “한전에 한 1000만 원가량 투자하고 있었는데 삼성동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하고 배당금이 꽤 나오더라. 그 후 돈이 되겠다 싶어 한전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 잘못이었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기 어렵지만 손해가 매우 크다. 투자자 중에는 한전 주가 하락으로 가정불화가 생긴 사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투자자는 “주식회사는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기요금까지 인하해주지 않았나.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그렇게 인기영합적으로 운영해도 되나. 너무 답답해서 민원도 넣어봤다. 서로 담당부서가 아니라고 전화를 돌리더니 한전에서 전화가 왔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운영할 거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배임 행위로 처벌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주주들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신고리 원전 건설을 중단했는데 합법적으로 진행 중이던 공사를 대통령 말 한마디로 중단하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다”면서 “공사 중단을 정부에서 추진했으면 손해배상도 정부에서 해야 되는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한전 자회사)이 부담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한전 주주들이 입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적자는 탈원전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전의 상반기 적자는 유가 등 연료비 인상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원전 이용률 하락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지만 이 또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한 점검 및 정비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야당에서는 한전 적자와 탈원전 정책이 상관없다는 주장은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전 이용률 하락도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원전 점검 일수가 지난해 상반기 1080일에서 올해 상반기 1700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건 탈원전 정책뿐”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급감으로 공기업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과 직결되어 있는 한수원 김병기 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의 불만이 엄청나다”고 했다. 한수원은 원전과 수력발전소 등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모기업인 한전에 팔아 수익을 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한수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김병기 위원장은 “영업이익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직결되고 경영평가는 다시 임금인상, 인센티브와 연결된다. 이대로라면 직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대로라면 올해 한수원은 적자다. 사내 근로복지기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순이익의 5%까지 출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경조사나 장학금 지원 등 직원 복지에 쓰이는 돈인데 내년에는 없어질 상황이다. 그러니 직원들의 불만이 얼마나 크겠나”라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수사한 채용비리 문제로 딜러가 줄어 영업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크게 줄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0%가량 영업이익은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주민들은 “폐광지역에선 자녀에 대한 취업 부탁은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던 오랜 관행이었다”면서 “단순 취업 부탁 사례마저 ‘채용비리’라고 처벌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성희직 진폐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입사점수 조작, 금품수수 등이 확인된 사례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단순 취업 부탁 사례는 구제되어야 한다”면서 “강원랜드 자체가 폐광지역 지원을 위해 세워진 곳 아닌가. 당연히 폐광지역 자녀들이 많이 취업을 해야 하는데 가산점이 있다고 해도 시험을 보면 도시 사람들과 경쟁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공공연히 취업 부탁을 하고 이를 들어주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강원랜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공기업 특성상 이익만을 목표로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영업이익이 이렇게 크게 줄어드는데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