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부진, 팀 성적으로 속앓이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
[일요신문] 2018년이 마무리를 앞둔 시점,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를 만났다. 야구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박민우 또한 시즌을 마치며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일요신문’이 직접 만나 그의 2018년을 돌아봤다.
#슬럼프, 역대 최저 팀 성적으로 속앓이
박민우의 2018 시즌 시작은 그의 유쾌한 성격과 달랐다. 개막 첫 일주일을 타율 0.263으로 불안하게 시작했다. 4월 월간 타율은 2할에도 못미쳤다. 2013년 프로 1군 데뷔 이후 처음 받아보는 성적표였다. 팀 동료 최금강과 중대장 훈련병과 기수 훈련병을 나눠 맡은 훈련소 생활을 이야기하며 생글생글 웃던 표정이 성적 이야기를 꺼내자 이내 달라졌다.
그는 부진의 원인을 “딱 한 가지로 꼽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변 동료들이나 지인들, 언론에서도 많은 이유들이 나열됐다. 작년에 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이 잘 안돼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담을 느껴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다”며 “다 핑계거리다.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 넣었던 것 같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인데 내 멘탈을 붙잡아 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를 제자리로 돌려 놓은 것은 ‘평정심’이었다.
“초반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려고 막 애쓰지 않았다. 애써서 잘하게 된다면 야구의 신이다.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자, 기본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러니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그는 “개인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팀에도 영향이 갔다. 팀 성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팬들께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지난 7월 흔치 않은 충돌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공교롭게도 3년 전 자신이 친 타구에 급소를 맞았던 경기도 SK와의 원정경기였다. 그는 “그 때도 인천이었는데 인천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보호대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꼈다.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도 불편해서 착용을 안한다. 미국에선 다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도 초등학생들부터 의무화해서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월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열렸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발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서 나중엔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면서 “감사하게도 결국 발탁이 됐다. 누군가를 밀어내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대회에서 그는 2루수 백업 역할을 맡았다.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설 때마다 팀에 힘을 보탰다. 대회 기록은 7할을 넘어서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이 안나가서 그런 성적이 나왔다. 그 때가 컨디션이 좋기는 했다. 상대 전력이 떨어지기도 했고”라며 웃었다.
그에게 대표팀은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자부심도 있고 그로인해 특별한 혜택도 받았다. 이외에도 대표팀은 배움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는 “대표팀엔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 연습할 때의 느낌도 다르다. 많이 배워온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손아섭 형 같은 경우에 경기 전 루틴이라든가 연습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나도 그런 부분을 배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새 전기 맞은 소속팀 NC
박민우의 소속팀 NC는 다음 2019 시즌을 앞두고 굵직한 변화들이 찾아왔다. 사상 첫 최하위를 기록한 2018 시즌을 뒤로하고 새로운 코칭 스태프가 선임됐고 홈구장 또한 신축 구장에 새 둥지를 튼다.
신축 구장 이야기를 하자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우리 경기장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너무 멋있다.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새 구장에서 새로운 감독님, 새로운 코치님들과 멋진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개장 1호 안타가 나다. 우리 구장에서 그런 기록도 욕심이 나는데 홈팀이라 말공격이라서 잘 될지 모르겠다. 우리팀 투수들을 믿는다”며 웃었다.
다음 시즌의 목표를 묻자 “NC다운 야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NC다운 야구에 대해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투지, 패기있는 야구가 특징이다”라며 “올해는 맥이 빠지는 경기가 많았다. NC는 윈래 지고 있어도 악바리로 어떻게든 역전을 하고 쫓아가는 경기를 했다. 지더라도 끝까지 하는 것이 우리팀 색깔이다. 내년엔 다시 그 색깔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적인 목표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박민우는 “항상 입이 방정이다. 매년 시즌 전에 인터뷰에서 ‘도루왕 하겠다’는 둥 당차게 말했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며 웃었다. 이어 “물론 목표는 있다. 기록적인 면은 생각 안하고(웃음)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하지만 말하면 안지켜지기 때문에 이부분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부상 없는 시즌’을 위해 이미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그동안은 비시즌에 구단 웨이트장에서 혼자 몸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다. 퍼스널트레이닝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엔 정말 간절하다”고 설명했다.
의욕이 앞서 공수표를 날리기도 했다. 지난 1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2018기장국제야구대축제의 토크 콘서트에서 박민우는 “크리스마스에 훈련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같이 참석했던 김규민(넥센), 이민호(NC), 한동희(롯데)가 다 똑같이 집에서 영화 보겠다고 하길래 나는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웃자고 한 말인데 기사가 나왔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피티 선생님과 일정도 잡아놨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증명하겠다”며 웃었다.
유쾌한 분위기로 흐르던 인터뷰 말미, 그는 팬들을 향해 특별한 당부를 전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제가 술을 좋아하는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팬분들이 걱정하시는 만큼 많이 먹지는 않는다(웃음). 어쩌다 한 번인데 그 때마다 팬들이 알아보시고 ‘목격담’이 인터넷에 올라간다. 그런게 쌓이다보니 애주가 이미지가 돼버렸다.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자주 마시지 않는다.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다. 좀 먹더라도 ‘깔끔한 스타일’이다(웃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