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확정된 게 있어 애초 불가” 석방설, 해프닝으로 끝날 듯
# 박지원 의원이 불 지핀 ‘박근혜 구속만기 석방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 시점인 내년 4월 자유한국당이 ‘친박(친박근혜)당’과 ‘비박(비박근혜)당’으로 쪼개지는 분당(分黨)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 시점이 내년 4월인데. 이때까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풀려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나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함으로써 친박 정당의 재건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잊지 않았다.
‘검찰 등이 다른 혐의로 구속연장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다른 거로 연장하면 저는 그건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한 뒤, “박 전 대통령은 존재만으로도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힘이 생긴다. 두고 보시라”고 단언했다.
일요신문 DB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은 검찰의 항고로 지난 9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배당돼 있는데, 이미 지난 10월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12월 16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이제 두 번 더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2019년 4월 16일까지 대법원이 형을 확정짓지 않으면 구속이 만기된다는 게 박지원 의원의 추론이다.
# 한 술 더 떠 ‘석방’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 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만기 및 사면 문제를 두고 계파별로 다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친박 창당론에 실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신당의 실체가 당 밖에 있다”며 의미심장한 얘기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당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가 돼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내년 구속만기로 나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속만기와 별개로, 불구속 재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달 말 김무성 의원과 홍문종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복당파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자, 탄핵에 찬성한 것을 사과하는 게 먼저라는 비판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최근 당내 구심점이 없다보니 친박과 비박을 막론하고,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정치적 사건이지 않냐, 석방이나 사면 같은 경우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귀띔하기도 했다.
# 석방?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
그렇다면 여론은 어떨까.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부정적이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 7일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응답율 6.6%·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게 박 전 대통령의 석방과 불구속 재판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불구속 재판에 응답자 10명 중 6명(61.5%)이 반대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반대 중에서도 ‘매우 반대’ 47.8%가 ‘반대하는 편’ 13.7%보다 3배 많으며,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찬성(매우 찬성 19.1%·찬성하는 편 14.1%) 응답은 33.2%에 그쳤다. 리얼미터 측은 “60대 이상, 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과 불구속 재판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특히 20대와 30대,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 진보층은 반대가 압도적인 80%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구속만기? 말도 안 되는 소리, 가짜뉴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어떨까. ‘낮다’는 게 법원의 중론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사건 가운데 형이 확정된 게 있어, 구속만기가 의미가 없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구속 시점이 만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2년은 구속되어 있어야 하는 ‘기결수’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기소된 것은 모두 3건. △공천 개입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11월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 전혀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 사건 역시 대법원에 항고하지 않았고, 11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양형 부당만으로는 상고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공천 개입 사건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형사소송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등에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29일부터 2년 징역형의 기결수 신분이 됐다. 이미 기결수인 터라 구속 기간은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 도중 구속 기간 만료로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가능성은 없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 만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며 “이미 대법원에서는 형이 확정돼서 구속을 연장하지 않고도 선고를 천천히 해도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고가 내년 중반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천천히 사건을 살펴볼 수 있게 돼 부담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진행 중인 사건이 더 있어 확정 구속 기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1심(유죄 및 징역 6년)이 크게 뒤집히지 않는 한 검찰이 항고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기결수로 머물러야 하는 확정 기간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대승적으로 사면을 해주는 것 외에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지금 정권 2년차이지 않냐. 벌써부터 풀어주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 되레 부담이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