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까지 ‘소속사 구하기’ 나서…이석철 형제 “명백한 2차 가해, 명예훼손 고소할 것”
지난 12월 26일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가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폭행 사건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12월 26일 더 이스트라이트의 소속사인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더 이스트라이트는 해체했고, 멤버들의 전속 계약도 해지됐지만 이 자리에는 전 멤버인 정사강과 이은성이 참석해 증언했다. 김창환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이정현 대표이사도 함께했다.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폭행 사건은 지난 10월 19일, 그룹의 리더였던 맏형 이석철의 기자회견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의 친동생인 이승현이 더 이스트라이트를 맡고 있던 문영일 PD로부터 수년간 폭행을 당해 왔다는 폭로였다. 특히 지난해 6월 13일에는 감금된 채로 극심한 폭행을 당했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석철 형제 측이 문 PD를 더 이스트라이트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소속사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이에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승현을 팀에서 퇴출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석철 형제는 문 PD의 폭행을 김창환 회장과 이정현 대표가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문 PD에게는 상습 폭행,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고, 김 회장과 이 대표에게는 폭행 방조 및 교사 등 혐의가 적용돼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
이 대표는 반박 기자회견에서 이석철 형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폭행’이 있었음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이석철 형제를 비롯한 멤버들이 모두 받아들인 ‘체벌’일 뿐, ‘폭행’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석철 형제는 지난 10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 피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문제는 이 당시 발생한 문 PD의 훈육과 체벌이 도가 지나쳤다는 데에 있다. 지난 10월 기자회견 전후로 이석철 형제 측은 이 당시에 촬영됐다는 이승현의 엉덩이 부위 사진을 공개했던 바 있다. 당시 시퍼런 멍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고 부모마저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미디어라인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주장과 의혹이 제기됐다. 이석철 형제가 공개한 사진의 정확한 진위 여부였다. 이정현 대표는 “이 사진은 폭행이 있던 날로부터 약 3~5일 뒤에 촬영된 사진”이라며 “문 PD의 폭행 당일 새벽,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이석철 형제의 아버지가 이승현을 추가로 체벌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같은 멤버인 정사강과 이은성은 사건 다음날인 14일, 스케줄을 가던 차 안에서 이석철로부터 이런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두 번 정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석철이 형이 ‘아버지가 대전에서 올라오셔서 새벽 4시까지 승현이를 때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디어라인 측은 별도로 고려대 법의학연구소에 이승현의 맞은 부위 사진과 문 PD가 체벌에 사용했다는 몽둥이의 사진을 보내 맞은 부위 상처의 인과관계 감정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체벌에 사용된 몽둥이를 이용한 가격과는 별개의 외력에 의해 (상처가) 발생했음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를 통해 미디어라인 측은 “아버지의 추가 체벌로 인해 발생한 부상까지도 문 PD의 체벌로 인한 것이라고 거짓 주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미디어라인 측은 추가로 이승현의 형인 이석철이 지난 10월 18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시가 470만 원 상당의 전자드럼과 DJ런치패드를 절도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대표는 “10월 4일 이승현과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그를 멤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석철이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회사 자산인 악기들을 훔쳐 갔다”라며 “당시 사무실 CCTV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석철이 아버지도 현장에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아버지 역시 공범이므로 둘 모두 절도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멤버들 역시 입을 모아 이석철 형제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은성은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이나 데뷔 초에 연습을 하지 않거나 게을리할 때 학교에서 혼나는 것처럼 체벌을 당한 적은 있다”라며 “그런데 이석철 형제가 증언한 것처럼 몇십 대씩 맞고, 감금 폭행을 당한 적은 없다. 그런 것을 우리와 상의도 없이 우리를 대표한다고 기자회견에 나와서 고발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배신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정사강 역시 “3년 동안 둘(이석철 형제)은 회장님을 정말 잘 따르고 회장님의 집에 가서 자기도 했다. 석철이 형은 자기 인스타그램에 제2의 아버지가 김창환 회장님이라며 글을 쓰기도 했는데 한순간에 훅 돌아서서 이런 식으로 장악을 해버리니까 지금도 많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더 이스트라이트의 전 멤버인 정사강, 이은성도 26일 기자회견에 나와 증언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어 정 변호사는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도 없는 허위 사실로 피해자들과 부모에 대한 2차, 3차의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이승현의 인성에 대해서도 공격하고 있는데 이승현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이석철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4년간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더욱 심한 폭행을 당한 이승현의 인성에 대한 책임은 인격형성기에 지속적인 폭행을 하고 또 그런 상황을 방치한 미디어라인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추가로 제기된 주장에 대해서는 “이석철 형제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때린 적이 없다. 골프채로 때렸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아버지는 골프를 치지도 않고 대전 집이나 서울 애들 숙소에 골프채가 있지도 않다. 이 주장은 정당한 공격과 방어의 범위를 벗어난 허위사실 유포로 이에 대해서 별도로 법적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석철의 전자 드럼 절도에 대해서는 “회사 자금으로 산 악기는 맞지만 김창환 회장이 이석철에게 준 것”이라며 “이석철은 김창환 회장이 자기에게 준 것으로 생각하고 본인 소유 악기를 가지고 나올 때 같이 가지고 나온 것이며 지금이라도 돌려 달라면 바로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영일 PD는 구속 기소 의견으로, 김 회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송치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정 변호사는 “아이들은 여전히 폭행 피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데 상대방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으로 사실을 적극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라며 “진실은 법정에서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