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상임위·서울시의회 등 법·조례 제·개정 추진... 업계 “현행법 따라 사업”
전국 지역별 도시가스회사. 사진=한국도기사스협회
도시가스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기화시킨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은 전국 각 지역 내 독점적 사업권을 가진 34개 소매 도시가스회사들이 가정 등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현재 전국 1800만 가구와 일부 사업장 등에서 쓰이는 필수공공재 성격임에도 도시가스회사들은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도시가스사업법과 지방조례는 도시가스회사에 대한 재심사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도시가스사업법은 ‘도시가스사업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이 사업권을 승계한다’고 규정해 도시가스회사가 폐업이나 매각하지 않는 이상 영구적인 사업권까지 보장하는 실정이다.
최근 GS에너지로부터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를 인수한 글랜우드PE 사례에서 보듯 도시가스회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들에 인수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대주주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도시가스회사를 고의로 상장을 폐지시키면서 배당을 극대화하는 양상도 국내 도시가스산업에서 나타나는 최근 추세다.
도시가스를 공익산업으로 바로잡는 것을 목적으로 2006년부터 활동해 온 도시가스공익시민연대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시민연대는 이달부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29명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법 개정의 취지와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대는 법 개정에 공감하는 일부 의원들을 통해 의원입법 또는 국회청원 방식으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복수의 산자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은 ‘일요신문’에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의원과 시민단체의 공식 면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연대가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우선 도시가스사업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의 사업권을 승계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매 5년마다 기존 도시가스사업권의 재허가에 대한 심사 규정을 신설했다. 도시가스회사의 상장폐지를 막고 사모펀드 인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주주주의 자격요건도 강화했다. 도시가스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요건을 갖추면 상장을 의무화하고 대주주를 한국의 자연인이나 법인으로 제한했고, 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시·도지사의 승인과 주민 동의를 받도록 했다.
현행 도시가스 공급비용(가격)과 거래약관인 공급규정은 도시가스회사가 제출한 내용에 대해 시·도지사의 승인으로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규정과 공급비용을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지자체의 심도 있는 심의를 생략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드러나 사실상 도시가스회사 의도대로 결정되는 실정이다.
이에 개정안은 시·도지사가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제공한 공급규정을 승인하기 전에 주민에게 그 내용을 공지하고 공청회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도지사는 매년 1회 도시가스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공급비용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정해 주민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보정계수에 관한 규정도 정비했다. 보정계수란 도시가스를 공급할 때 온도와 압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스공급량의 측정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적용된다. 도시가스는 온도가 오르면 부피 팽창으로 사용량보다 더 많은 요금이 청구된다. 개정안은 시·도지사는 이러한 온압보정계수 시행 이후 판매량 차이로 인해 발생한 도시가스회사의 초과이익금을 환수해 사용자에게 반환하거나 시설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도시가스요금체계. 사진=한국도시가스협회
도시가스 지방조례 제·개정과 관련해 시민연대는 우선 서울시의회, 인천시의회, 광주시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그 결정절차가 도시가스사업법에도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지방조례도 마찬가지다.
조례 제·개정안 골자는 시·도지사가 매 5년마다 도시가스사업자의 사업권 재부여에 대해 심사를 시행하고 30일 이상 공표한 후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후 결정하도록 했다. 도시가스사업자의 대주주가 변경되거나 공급규정을 승인하기 전에 시·도지사는 30일 이상 공지한 후 공청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아울러 시·도지사가 온압보정계수 시행 이후 발생한 초과요금을 도시가스회사로부터 징수 규정을 의무화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군사정권 시절 각종 특혜를 받으며 출범하고 성장해 온 국내 도시가스회사들은 현재도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며 “도시가스회사는 출범 이후 초기 100억 원 정도만 투입한 후에 배관 등 대부분의 시설을 국민 시설부담금과 국가의 지원금으로 설치해 도시가스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고 도시가스 지방조례를 제정해 공익성을 제고해야 한다. 지방조례만이라도 제대로 제·개정돼 지자체들에게 확산된다면 국내 도시가스산업에 만연한 폐해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회사들의 모임인 한국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법규의 제정과 개정 움직임에 대해 현재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회사들은 현행 법규에 따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가 집중 점검하는 내용은 가스공사가 LNG를 국내로 수입하는 과정이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