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낡은 서울구치소에 있는 박근혜가 더 암울
전직 대통령 2명이 나란히 수감돼 있었던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데, 두 대통령은 병원 치료 외에는 특별한 행보 없이 겨울을 나고 있다. 2017년 3월 31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 겨울이 두 번째, 지난 3월 서울 송파 동부구치소에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이 첫 옥중 겨울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옥중 겨울나기를 알아봤다.
# “MB는 서울대, 박근혜는 카톨릭대”
이 전 대통령은 지병인 당뇨와 수면 무호흡 등으로 서울대병원을 찾곤 한다.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에 한 달에 2~3번가량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동부구치소가 위치한 송파구 문정동 근처에 다른 병원들도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지난 8월에는 치료비가 약 800만 원 이상 나온 것 역시, 전직 대통령 예우 덕분에 무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동부구치소가 신설인 탓에 겨울에 더 따뜻한 점도 ‘늦게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이 누리는 혜택(?) 중 하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없었다면 이 전 대통령이 시설이 낡은 서울구치소에 갔어야 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상황은 이 전 대통령에 비해 암울하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기 부담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데, 지난 7월에는 재판을 마친 뒤 발가락 통증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수감 중 왼발 셋째, 넷째 발가락을 다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병원에서 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병원비용은 본인이 전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가락 부상에 이어 허리 통증으로 강남성모병원을 찾기도 했다.
보통의 수감자들에게 외부 병원 진료는 쉽지 않은 혜택이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과 나이 등을 감안해 ‘만약의 사고’를 막기 위해 구치소에서 신경을 쓰다 보니, 외부 병원 진료가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앞선 법무부 관계자는 “여름도 힘들지만, 겨울엔 온수가 나오지 않고, 설거지도 찬물로 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 안에서 사고라도 있을 경우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해서 두 전직 대통령의 건강 등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정치 행보는 정반대
구치소 안에서 재판을 거부하는 것까지는 두 전직 대통령이 똑같지만, 면회 등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동은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족 면회도 일절 거부하며,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수감된 이후 지금까지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을 제외하곤 면회 요청을 모두 거부했고, 가족도 일절 만나지 않았다.
최근 친박계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석방’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만남은 없었다. 친박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제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깊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도 “아무하고도 면회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면회는 안 가봤다”고 얘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가 넣어준 책을 읽으며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4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대하소설부터 에세이, 만화까지 폭 넓게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편지도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근무자들의 연말 모임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세 집결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이재오 의원 등 측근들은 한 번씩은 왔다가는 등 이 전 대통령은 수감 이후 검찰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제외하고 정·관계 인사 및 가족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외부인들이 접견도 많이 오지만, 운동도 시간이 되면 늘 하며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고 교도관들도 잘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생일 등을 기념해 모이는 매년 모임이 이번에도 열렸다”며 “이 전 대통령이 강훈 변호사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이명박근혜 나비효과? “신설로 보내줘” 범털들 이감 시도 잇따라 두 전직 대통령 때문에 거물급 수감자들은 ‘웃음’을 짓고 있다. 거물들이 주로 수감되는 서울구치소에서 신축 구치소로 옮기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나비효과인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관리가 힘든 구치소 상황을 노려, 몇몇 거물급 수감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원주 등으로 이감을 시도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다. 시설이 열악한 서울구치소보다 서울 동부구치소나 원주구치소 등에서 편하게 생활하려는 시도다.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감됐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서울동부구치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각각 구속돼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 관계자의 경우 보통 서울구치소나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을 관리하는 탓에 구치소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 이를 노려 상대적으로 신설이자 시설이 깨끗하다고 평가받는 원주교도소 등으로 이감을 시도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검찰 관계자는 “최근 거물은 아니지만, 나름 힘이 있는 수감자 사이에선 민간에서 운영하는 여주교도소나 봉화산 자락에 둘러싸여 조경이 우수한 원주교도소로 가려는 시도가 상당하다”며 “원주 교도소의 경우 약간의 특혜를 받더라도 언론 노출이 되지 않고 가족 면회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인기가 좋다. 몇몇 언론에 거론됐던 인사들 가운데 원주로 옮긴 사람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에 따른 나비효과라는 얘기인데, 실제 구치소 역시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구치소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정말 사소하게 넘어져 다치거나, 식사량을 줄이기만 해도 관리 문제로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단순 관리 인력 증강 외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호소했다. 서환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