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사장·로코케 사장 영세업자 맞아?…범법에 가까운 고민 사연에 시청자 화들짝
이보다는 덜하지만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역시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흥밋거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적 치료와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안녕하세요’가 풀어야 할 오랜 숙제다.
# 진정성 사라진 ‘골목식당’
‘골목식당’은 골목상권을 살리며 영세업자를 돕겠다는 취지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이 패착이었다. 최근 전파를 탄 청파동의 피자집 사장과 고로케집 사장이 그 대상이다. 피자집 주인의 경우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몇몇 네티즌은 피자집 주인과 건물주의 성(姓)이 같다며 제작진을 압박했다. 제작진이 이에 대해 “아니다”고 명확한 선을 긋지 않고 몇몇 언론을 통해 “개인 정보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물론 건물주의 아들도 자영업을 할 수는 있다. 다만 솔루션을 받는 그의 자세에서 기존 일반인 출연자들의 절실함과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화면 캡처.
이는 고로케집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증폭되자 고로케집 주인은 SNS를 통해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로케집은 저와 공동사업자인 사촌 누나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사업자등록에 업종을 추가하며 시작했다. 먼저 찾아온 ‘골목식당’ 작가님이 법인사업자로는 방송하기 어려우니 개인사업자로 변경할 수 있냐고 해서 변경했다”고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제작진이 어떤 의도에서인지 고로케집 주인에게 업태 변경까지 제안하며 출연을 권한 점은 석연치 않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를 꿈꾸는 사장과 영세 자영업자의 괴리는 너무 크다.
‘골목식당’은 수요일 예능 시장의 맹주였던 MBC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을 뛰어넘은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폭발하는 기점이 됐던 건, 힘들게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나몰라라하는 아들이 빈축을 산 홍탁집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홍탁집 아들의 행태를 보며 개탄했지만, 백종원은 “당신 어머니를 위해 포기 못한다”며 솔루션을 제시했다. 결국 홍탁집 아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를 경험한 ‘골목식당’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두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피자집과 고로케집은 시청자들이 뒷목을 잡게 만드는 행태를 보이며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작진의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논란 후에도 ‘골목식당’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가진 기본 취지는 많이 훼손됐다. 흠집 난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골목식당’이 다시 출발선에 선다는 심정으로 모든 제작 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 충고보다 치료가 필요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는 9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KBS의 간판 예능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 이영자가 KBS 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갑작스럽게 그에게 대상을 주는 것이 의아하단 반응도 적지 않았지만, 이영자와 ‘안녕하세요’가 KBS 예능국에 기여한 바는 충분히 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안녕하세요’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시청자들과 네티즌이 내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웃기보다는 걱정으로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방송 화면 캡처.
방송 초기 ‘안녕하세요’에 등장하는 일반인 출연자의 고민은 소박한 편이었다. 첫 회의 주제는 “일본인인데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나이트클럽에 너무 자주 가요” 등이었다. 남자 같은 목소리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이나 머리숱이 없어 고민인 젊은 남성들의 사연 역시 함께 고민하면서 격려를 전하며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민의 강도는 점점 세지는 분위기다. 최근 두 아이와 가족을 뒤로하고 일도 내팽개친 채 직장 후배를 위해 7박8일 동안 베트남에 다녀온 남편을 비롯해 술만 마시면 주변 물건들을 던지고, 휴대폰을 부수는 남편, 동생의 신용카드를 펑펑 써 억대 빚을 지게 만든 형 등의 사연은 고민이라기보다는 범법에 가깝다.
중요한 건 ‘안녕하세요’ 패널 가운데 이런 고민에 대해 적절한 솔루션을 줄 전문가 패널이 없다는 것이다. MC를 비롯해 매번 등장하는 연예인 패널도 활동을 재개하며 홍보성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들은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감정적 동조를 하며 고민을 갖게 만든 대상을 함께 성토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수년간 거듭된 고민이 1회성 방송 출연으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어떤 부부는 이혼 조정 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출연을 신청한 경우도 있다.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이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이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고민을 가진 이들이 향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센터를 연결해준다거나, 출연진 중에 관련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전문가를 앉히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단순히 시청률을 올릴 목적으로 자극적 고민을 가진 일반인을 출연자로 선정한다면 방송이 끝난 후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