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 들이고 품지만 유상증자 투입 금액 등 위험에 노출…경영정상화 성공해야 후계구도 ‘탄력’
지난 1월 31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베팅’이다. 최근 LNG 관련 산업이 뜨면서 수주가 활발하다. LNG 관련 기술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독보적이다. 세계 1, 2위 기업의 합병이니만큼 가격결정권도 높아질 수 있다. 산업은행(산은)이 가진 대우조선 지분을 받는 데에는 유상증자를 활용하기에 현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 대우조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입되는 유상증자 대금 1조 5000억 원이 당장 들어가는 유일한 목돈이다.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출자(2조 862억 원)의 대가로 지급할 주식은 우선주 1조 2500억 원, 보통주 8000억 원이다. 산은에 발행한 우선주는 발행 후 4년 6개월 시점부터 5년 시점까지 6개월간 상환청구가 가능하다. 주가가 전환가 이상으로 오른다면 주식으로 바꾸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금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설령 주가가 많이 올라 현금상환이 아닌 주식전환이 이뤄져도 현대중공업의 부담이 크다. 산은이 주식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가 우선매수권(call option)을 갖기 때문이다. 우선주까지 보통주로 전환돼 외부에 매각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지분율(18%)이 높아질 수 있다.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면, 산은으로서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꾼 후 현대중공업지주 측에 이를 사줄 것을 요구하는 게 더 이익이다. 요약하면 주가가 높아질수록 현대중공업지주의 매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보통주로 바뀌는 우선주만 확보해도 지분율이 40%를 넘어 경영권은 안정된다.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투입한 1조 5000억 원 역시 위험노출액이다. 보통주이니만큼 대우조선이 정상화되면 주식가치 상승으로 되돌아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가치가 하락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만큼 중복 부문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동반부실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우조선은 물론 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번 거래에 부정적인 이유다.
NICE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신용도가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안정성이 높은 현대오일뱅크의 계열 내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 계열의 통합적인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왔으나 대우조선 인수에 따라 변동성이 큰 조선업의 그룹 내 비중이 현재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향후 조선업 시황의 변동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산은도 ‘꽃놀이패’는 아니다. 우선주를 통해 최소 1조 3000억 원 이상 회수할 수 있고 보통주까지 현대중공업 측에 팔면 이번 거래로 인한 손실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경영개선에 실패하면 투자회수는 사실상 어렵다. 무리해서 투자회수를 하다 자칫 현대중공업까지 동반부실에 빠질 경우 산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대마불사’의 덫에 걸려 대우조선은 물론 현대중공업에도 대규모 자금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투자회수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자금만 13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구조를 이용한 큰손들의 전략적 주식매매도 변수다. 전형적인 인수합병(M&A)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 주식을 공매도(short)하는 거래다. 하루 2만 주 남짓하던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매도는 대우조선 인수 추진이 발표된 1월 31일 17만 주를 넘어섰다, 2월 1일에도 12만 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성공은 정 전 의원의 후계구도에도 중요하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아버지 정 전 의원에게 증여받은 돈 3040억 원과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빌린 500억 원으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매입했다. 정 부사장은 증여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 가운데 절반가량을 국세청에 공탁했다. 대우조선이 이익을 많이 내면 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수익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정 전 의원과 정기선 부사장의 배당수익으로 직결된다. 현대오일뱅크 매각 또는 상장으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이익이 불어나도 배당 여력이 크게 확대된다.
최열희 언론인
“자동차 올라야 코스피가 산다” 글로벌 증시 반등 앞과 뒤 새해 초 예상 밖 주가 랠리에 증권가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려운 한 해를 예상했는데 의의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강한 반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스피가 전고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시를 낙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반등은 기술주 중심일 뿐 우리 시장에서 영향이 큰 자동차와 화학업종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부진하다. 주요국 증시의 52주 신저가 대비 최근까지 주가상승율을 보면 미국 나스닥이 19.15%로 가장 높고, 다우존스(16.94%)와 S&P500(16.41%)이 그 뒤를 잇는다. 연방준비제도가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잠정중단을 선언한 효과다.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기준인 ‘저점대비 20% 상승’ 충족이 눈앞이다. 우리 증시는 코스닥이 17.8% 반등했지만, 코스피의 회복률은 아직 11%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 넘게 오른 덕을 봤지만 현대차와 바이오 등은 시장 상승률에 못 미친다. 코스닥은 740, 코스피는 2380을 넘어야 강세장 전환이다. 코스닥은 곧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코스피는 아직 멀었다.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큰 일본 니케이225나 독일 DAX30도 코스피와 비슷하다. 중국 경제의 부진 여파도 아직 상당하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의 반등률은 각각 7.26%, 6.58%에 그치고 있다. 각각 중국 소비와 애플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결정적 요인이다. 대만 팍스콘은 아이폰 제조업체다. 핵심 관건은 미중 무역분쟁의 향배다. 2월 말 북미 정상회담 직후로 추진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이 불발됐다. 무역분쟁이 완화된다면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경제에 호재다. 중국 영향이 큰 우리나라와 자동차산업의 수혜도 예상된다. 관련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밝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다. 한편, 국내 증시만 본다면 코스피보다 삼성전자가 더 유망한 상황이다. 과거 상승장에서 삼성전자는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했다. 올 들어서도 외국인들은 업황이 불투명한 자동차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