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수장 교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이슈 등장…돌발상황 대비중
주요 금융사의 주총이 이달 말 몰려 있다. 오는 22일 하나금융지주가, 27일에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주총은 이달 중순 이후 열릴 예정이다.
함영주 행장의 2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KEB하나은행이 지성규 부행장을 행정내정자로 하면서 주총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 고성준 기자
금융권의 관심을 모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은 싱겁게 끝났다. 하나은행은 당초 내부적으로 함 행장의 3연임을 확실시했다. 연임의 바로미터인 실적에서 압도적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함 행장 취임 후 순익은 2016년 1조 3727억 원에서 2017년 2조 1035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2조 928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빼어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으로 쪼개진 인사·급여·복지제도 등을 합치며 인수 후 통합작업을 성공한 것도 주요 성과다.
하지만 3연임의 기대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발언에 물거품이 됐다. 윤석헌 원장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진 초청 조찬강연회를 마친 뒤 “(함 행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그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이사회에서) 체크해달라고 전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간부들의 하나금융지주 이사진 면담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력에 결국 하나은행은 함 행장 교체로 백기를 들었다. 하나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지성규 부행장과 황효상 부행장을 복수추천했다. 하나은행 임추위는 지성규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새 행장 선임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주총에서 확정된다.
KB금융은 주총을 통해 KB증권과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3개 계열사에서 새 수장을 맞는다. 우리금융은 일찍이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선임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오는 27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총은 여러 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임준선 기자
금융사들은 올해 주주총회가 별다른 잡음 없이 무난히 끝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주총을 뜨겁게 달굴 굵직한 이슈들이 주총 이전에 대부분 교통정리됐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식화하며 바람몰이를 했던 KB국민은행은 전격적으로 노동이사제를 철회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백승헌 변호사에 대한 사외이사 후보추천 주주제안을 수일 안에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추천후보인 백 변호사의 자격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이사제 안건 상정도 어렵게 됐다. KB국민은행과 함께 노동이사제 도입을 선언한 기업은행의 경우 노동사외이사를 추천했으나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복병은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최근 하나금융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가 이슈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한다.
금융지주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효율화는 물론, 수탁자산 증대까지 이룰 수 있어서다. 637조 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보유한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사업자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금융사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는데, 금융사로서는 이에 따른 수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KB·하나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사도 스튜어드십 코드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총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금융지주들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인 투자기업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NH농협금융을 제외한 각 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KB금융 9.62%, 신한금융 9.55%, 하나금융 9.55%, 우리금융 9.29%로, 모두 지분율이 5%를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바뀌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