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출판사 북커스로 이름 바꿔 활동…북카페 통한 홍보 나서나
북커스는 일반 북카페와 마찬가지로 각종 서적이 전시돼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또 앞치마 등 의류와 각종 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북커스는 올해 초 오픈했으며 운영시간은 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다.
북커스가 위치한 평창동은 서울의 전통적인 부촌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가수 서태지 씨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평창동에 살고 있다. 또 가나아트센터 등 예술관도 적지 않게 있어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커스. 사진=박형민 기자
북커스 SNS에는 북커스출판사가 북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소개한다. 북커스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에 따르면 북커스출판사는 지난해 5월 출판등록을 했고, 주소지는 재국 씨 소유 부동산인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XX-X로 나온다. 또 재국 씨가 북커스출판사 발행인을 맡고, 대표는 정 아무개 씨로 소개한다.
공교롭게도 문발동 5XX-X는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음악세계’가 있는 곳이다. 또 북커스출판사의 전화번호와 음악세계의 전화번호가 같은 것으로 나온다. 음악세계 SNS에는 북커스를 홍보하는 게시물도 있다. 음악세계는 “북커스그룹 계열사인 평창동책방-북커스”라고 설명했지만 법인등기소에서 북커스라는 회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북커스출판사의 전신은 자작나무숲 출판사로 확인됐다. 자작나무숲은 음악세계의 임프린트(출판사의 하부 브랜드)로 2017년 ‘전두환 회고록’을 출판해 논란을 빚은 곳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관련 재판을 받는다.
실제 북커스출판사 SNS에는 과거 자작나무숲이 출판한 잡지 ‘블루진’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작나무숲이 출판한 서적에 관한 글이 SNS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자작나무숲이 사용했던 SNS를 북커스출판사 SNS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북커스출판사 관계자도 “북커스출판사는 자작나무숲이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은 신용카드 제조업체 바이오스마트가 재국 씨 소유의 출판사 ‘시공사’를 71억 7000만 원에 인수한 때이기도 하다. 재국 씨는 1990년 시공사를 설립한 이후 줄곧 출판업계에 종사했지만 ‘전두환 회고록’ 관련 논란에 휩싸이고 시공사까지 매각하면서 출판업에서 손을 떼는 듯했다.
음악세계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구체적인 실적이나 지분관계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공사 매각 후에도 재국 씨가 음악세계 대표로 재직 중이고 임프린트인 북커스출판사 발행인까지 맡은 것으로 보아 음악세계는 여전히 재국 씨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카페 북커스 내부 전경. 사진=박형민 기자
북커스출판사는 커피나 식물에 관한 책을 최근 출판했지만 아직까지 출판업계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은 듯하다. 취재 중에 접한 출판업 관계자들도 북커스에 대해 “처음 듣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북커스에는 북커스출판사에서 판매한 책을 홍보하는 코너도 보였다. 실제 북커스에는 적지 않은 작가들이 다녀갔고, 지난달에는 유명 여배우 A 씨가 방문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커스는 지난달 아날로그 오디오와 관련한 문화강연을 개최하는 등 단순 북카페를 넘어 복합 문화공간을 꾀하고 있다. 북커스 SNS에도 “이곳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전재국 씨 소유 서점 ‘리브로’도 경영 위기 전재국 씨는 음악세계 외에 리브로라는 서점을 운영 중이다. 리브로는 전국 7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리브로는 2016년 2억 9250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3억 56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90억 원대로 비슷했지만 영업비용이 늘어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리브로는 과거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을 병행했지만 2010년 온라인 서점을 매각해 현재는 오프라인 서점만 운영한다. 2017년 말 기준 리브로의 최대주주는 지분 39.73%를 가진 전재국 씨고, 2대주주는 35.01%를 가진 시공사였다. 지난해 재국 씨가 시공사를 매각하면서 리브로도 같이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지만 재국 씨가 현재도 리브로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보아 리브로 경영권은 재국 씨 측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국 씨 딸 전수현 씨가 리브로 지분 12.35%를 갖고 있어 시공사 지분을 제외해도 재국 씨 측 지분이 50%가 넘는다. 수현 씨는 현재 리브로 사외이사를 맡고 있고, 재국 씨 부인 정도경 씨가 리브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김 아무개 리브로 대표이사도 전재국 씨 측근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김 대표가 2014년 6월~2017년 2월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 성강문화재단의 이사를 역임했기 때문이다. 리브로는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7월 리브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이와 관련한 특별한 사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