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센터 투자자와 돈문제로 갈등…급기야 4차례 센터 침입하고 용역 동원해 기물 파손
12월 13일 김 전 대표가 동원한 용역 깡패의 모습. 사진을 찍자 오히려 ‘브이’를 그리고 있다.
삐삐왕의 도전은 휴대전화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도전이 실패로 그치면서 회사는 결국 2004년 파산했다. 국내 벤처 1세대, IT 업계 신화였던 김 전 대표는 이후 여러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가 추진했던 한국금융플랫폼, 예공, 이바디웍스 등 많은 회사들은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최근 그가 살던 집마저 경매에 부쳐지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현재 김 전 대표는 단순히 사업이 좋지 못한 수준이 아니다. 최근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구속하기 위한 구속 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가 구속 기로에 선 배경은 피트니스 센터와 관련 있다. 바로 이바디웍스라는 회사다.
이바디웍스는 2004년 설립된 김동연 전 대표가 소유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회사다. 피트니스 센터는 양재동 캠코타워(한국자산관리공사) 지하에 위치해 있다. 원래 양재동 캠코타워는 텔슨전자의 사옥이었다. 텔슨전자가 무너지면서 사옥은 팔리고 김 전 대표는 지하 피트니스 센터만 임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 낸 사업들마저 어려워지면서 김 전 대표는 이바디웍스가 운영하던 피트니스 센터 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투자금을 받고 넘기려고 했다. 이바디웍스에 돈이 없어 캠코에 약 40개월치 임대료 약 3억 5000만 원과 가스비 수천만 원도 밀려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대표는 피트니스 센터 회원이었던 한 아무개 씨를 만나 투자 및 위탁운영 계약을 맺었다. 한 씨는 “피트니스 센터를 3년 다녔는데 친한 골프 프로가 김 전 대표가 돈이 없어 투자할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생각 있냐고 해 계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한 씨는 2017년 8월 중순 실제로 만나 얘기하다 논의가 본격화돼 2017년 8월 22일에 계약을 맺게 됐다.
김 전 대표는 5억 원 투자 전액을 현금으로 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 씨는 투자와 위탁 운영을 하더라도 전액 현금으로 바로 줄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3억은 인테리어와 기구 교체 등 현물 투자하고, 2억은 2017년도 12월 31일까지 위탁 운영한 뒤 특별한 문제 없으면 넣겠다고 했다.
당시 계약서를 보면 한 씨는 ‘2017년 10월 31일까지 2억 원 상당 장비를 이바디웍스에 현물로 임대하고 1억 원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다’, ‘한 씨는 2017년 12월 31일에 현물투자 3억 원과 추가 출자금 2억 원을 합쳐 총 5억 원의 투자금을 전환하여 이바디웍스 주식 지분 36.8%를 받는다’고 써 있다. 수익이 나면 월 최대 3000만 원까지 한 씨가 가져가고, 이후 발생한 수익의 20%는 김 전 대표에게 주기로 했다. 대신 한 씨는 미지급된 돈의 상환금 매월 400만 원과 김 전 대표에게 급여 명목으로 매월 1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공동 경영은 단 한 달 만인 9월에 파국을 맞는다. 김 전 대표가 통장에서 직원 급여로 지급될 금액을 마음대로 썼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나도 지금 생활을 해야 한다’며 ‘8월 달 비용은 9월에 줘야 하지 않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2017년 9월 1일 이전에 발생한 미지급금 및 연체금에 대해서 김 전 대표가 해결하기로 명시했다. 이에 항의하자 ‘이해 못하겠지만’, ‘카드대금은 막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씨는 이미 3억 원 이상 돈을 쓴 마당에 접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바디웍스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 OTP, 도장’ 등을 달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은행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11월 계좌번호를 모두 바꿨고 이에 한 씨는 ‘지분 담보를 걸라’는 조건을 걸었다.
문제는 계속 발생됐다. 한 씨가 운영하기 직전에 운영하던 ‘휘트니스 클리닉’이 이바디웍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다. 휘트니스 클리닉은 한 씨와 비슷하게 돈을 내고 운영 계약을 맺었지만 김 전 대표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나간 업체였다. 휘트니스 클리닉은 이바디웍스를 상대로 채권 가압류 소송을 냈고 2017년 11월 27일 1심 승소했다.
휘트니스 클리닉의 승소로 통장과 카드 매출 채권 등도 압류됐다. 영업을 못하는 수준이 되자 김 전 대표도 한 씨에게 한 씨가 운영하는 다른 피트니스 클럽인 DNV로 법인을 바꿔 운영하라고 권했다. 2017년 12월 초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휘클(휘트니스 클리닉)이 가압류를 푸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비켜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매출을 DNV로 끊는 거다”라고 말했다.
2018년이 되면서 김 전 대표와 한 씨 사이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2017년 12월 중순 김 전 대표가 통장을 변경해 돈을 썼다. 여기에 한 씨 대신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서 관계는 파탄이 났다.
2018년은 김 전 대표는 한 씨를 내보내기 위해 점유사용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4월 이 소송 1심에서 김 전 대표가 패소했다. 김 전 대표는 한 씨를 사기, 배임죄로 형사고소했고 검찰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소송에서 패하자 김 전 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8년 6월 김 전 대표가 피트니스 센터로 침입하기 위해 방화문을 용접으로 뜯어낸 모습.
이후 김 전 대표는 피트니스 센터 회원들에게 직접 ‘한 씨가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종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피트니스 센터 협력업체나 거래처에는 돈을 김 전 대표 개인계좌로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가스 공급업체와 수도사업소에 공문을 보내 공급 중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12월이 되자 그래도 ‘전직 회장님’이었던 김 전 대표는 막나가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김 전 대표는 용역 깡패를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했다. 12월 7일에는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 건물 지하 7층 보일러실에 침입했다. 주차장 문이 열려 있을 때 들어간 뒤 기관실 문이 잠겨 있어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약 6000만 원에 달하는 피트니스 센터 보일러 배선판을 부숴 샤워실의 온수를 쓸 수 없게 만들었다. 다시 고칠 수 없도록 부품까지 가져갔다. 이 건으로 김 전 대표는 특수절도, 재물손괴, 업무방해, 주거침입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상황에 처했다.
12월 13일 김 전 대표는 용역 20여 명을 동원했다. 캠코 건물 지하주차장 셔터를 쇠지렛대(빠루)로 부쉈고 비상계단으로 접근한 뒤 비상방화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방화문을 부수다 피트니스 센터 직원이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2018년 12월 13, 14일 용역들이 피트니스 센터의 천장과 벽체를 뜯어내고 기물을 파손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용역들은 20여분 동안 경찰 진입을 막았다. 용역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다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벽체, 운동시설, 운동기구 등 남아나는 게 없을 지경이었다. 경찰이 ‘비키지 않으면 현장체포하겠다’는 말에 그제서야 용역들은 떠나갔다. 김 전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들은 용역이 아니다. 내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인터넷에서 보고 계약했다”라고 말했다.
12월 14일 이번에는 대낮인 12시에 다시금 김 전 대표와 용역 7명이 침입했다. 경찰이 ‘추가적 범행이 있으면 현장체포하겠다’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거울, 천장, 벽을 부쉈고 래커칠을 하기도 했다. 한 씨는 “13일, 14일 사건에서 전직 경찰 김 아무개 씨가 같이 왔다. 버닝썬 사건처럼 뒤 봐주는 경찰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 김 씨도 13일 사건으로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12월 13일 사건은 특수 주거침입, 특수 재물손괴, 업무방해로 경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12월 14일 사건은 재물손괴, 업무방해, 주거침입에다 용역이 휘두른 망치에 맞은 직원이 있어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2019년 경찰과 검찰의 김 전 대표 조사는 계속됐다. 특히 6월 사건을 조사받을 때 김 전 대표는 ‘훔쳐간 것 없다’, ‘내 재산이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8년 점유사용방해 가처분 사건에서 김 전 대표가 직접 낸 증거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가 ‘회원 카드 결제 영수증을 한 씨가 정산 안 해준다’는 증거로 카드결제 내역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걸 6월에 가져가지 않았다면 김 전 대표가 갖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당초 경찰에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특수절도 혐의가 기소 의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월 사건도 문제지만 12월 3번의 침입 사건으로 ‘삐삐왕’ 김 전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이게 했다. 그는 과거와의 영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왜 용역까지 동원했냐는 질문에 김 전 대표는 “(점유 방해 금지 가처분 사건은) 법원에서 판사가 판단을 잘못했다”며 “캠코가 이바디웍스를 상대로 원상 회복 조치를 요구했지만 한 씨가 불법 점거를 하고 있어 원상회복 조치를 못해 영업장에 들어가 일부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3월 이바디웍스와 한 씨는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 예고장을 받았다”며 “협의 없이 매출금을 사용한 건 한 씨가 먼저 매출금을 마음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 씨는 “김 전 대표를 사기, 배임, 횡령으로 추가 고소하고 김 전 대표가 내게 제기한 허위에 의한 폭행 고소 건도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의 타법인 한국금융플랫폼 피해자들과 추가 고소도 하려고 한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본인의 욕심만 채우려는 김 전 대표 행동에 대해 수사기관이 적법한 처분을 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