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내 첫 판결 ‘초미관심’…미국·독일 법원 아우디폭스바겐에 ‘철퇴’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아우디폭스바겐에 낸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3건으로, 약 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를 포함해 민사합의31부와 민사합의30부가 각각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9월 아우디폭스바겐이 배출가스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주행 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조작한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민사30부가 지난 1월에야 1차 변론기일을 진행한 만큼 민사16부의 판결이 전례가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앞에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오는 6월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불법 차량을 판매한 데 따라 불거진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미국에서 민사 배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미국 청정대기법에 바탕을 둔 법이다. 국내 소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대기환경보전법 48조에서 정한 배출가스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만 수입·판매할 수 있도록 한 법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미 청정대기법 위반을 들어 아우디폭스바겐에 환불·현금 배상을 판정했다. 이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은 미국에서만 민사 배상, 형사 벌금 등으로 모두 43억 달러(4조 8508억 원)를 치러야 한다. 미국에서는 연방환경청(EPA)과 캘리포니아주 환경청(CARD)이 조작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리콜로는 청정대기법에서 정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규정, 환불을 명령하면서 민사 배상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국내 첫 인증 취소와 판매정지를 명령하고도 리콜을 진행했다. 환경부는 법은 미국을 따르지만,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은 유럽을 따르고 있어 리콜로 대기환경보전법 기준 준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국의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은 0.044g/㎞로 독일과 같은 유럽의 유로5(Euro5) 기준 0.18g/㎞보다 4배 넘게 엄격하다.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 리콜을 승인한 홍동곤 전 환경부 교통환경과 과장은 지난 18일 민사소송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국내 최초로 인증 취소를 진행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배출가스 기준은 독일 등 유럽 기준에 따르고 있어 리콜만으로 배출가스 조작 등 대기환경보전법 기준 충족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미국과 같이 법에 따라 인증 취소를 진행하고도 시정조치에선 법이 다른 유럽을 따른 것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허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로는 초과된 배출가스의 25%밖에 줄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증 취소 없이 리콜만 진행한 독일에서조차 법원이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금전 보상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독일 바이에른주 아우크스부르크 법원은 아우디폭스바겐이 피해 차주에게 차량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며 지난 1월 독일 쾰른 고등법원은 “리콜이 배출가스 하자 제거에 부족하다”며 “아우디폭스바겐이 소비자에게 차량 구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아우크스부르크 법원은 전액 배상 판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이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였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퀄른 고등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 폭스바겐 차량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소비자가 자동차를 취득하는 순간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피해 복구는 궁극적으로 상환으로만 보상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독일 법원은 ‘아우디폭스바겐의 부도덕’도 질타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피해보상 민사소송에서 독일 소비자들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시험 인증에서만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차량을 구매했으므로 매매대금 자체가 손해라는 것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사전인증제도는 배출가스가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엄격한 제도”라면서 “환경부가 인증 취소를 했다는 것은 법 위반을 했다는 말이고,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김앤장, 소비자 도덕성 지적 왜? “리콜엔 불참하고, 바우처만 챙겨” 디젤게이트 손해배상 1심 소송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소송을 대리하는 로펌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피고 아우디폭스바겐 법률대리인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는 국내 소비자의 도덕성 흠집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 제6차 변론기일에서 법 위반에 따른 인증 취소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받은 제재조치로 국내 소비자에 상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낸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어 김앤장은 “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고 피고가 진행한 공적 절차인 리콜을 원고가 따르지 않고 있다”며 되레 원고의 도덕성을 지적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김앤장에 따르면 피해보상 소송 참여자의 리콜이행률은 약 20% 수준이며 전체 리콜이행률(70%)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앤장 소속 한 변호사는 “고객 배려 차원에서 리콜 대상 차량뿐 아니라 국내 판매 전체 차량 27만 대에 대해 2700억 원을 들여 지급한 바우처는 대부분 받아 사용했다”면서 “공익을 위한 리콜엔 참여하지 않고 개인 이익은 챙긴 원고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