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종합검사 앞두고 업계 긴장…즉시연금 일괄 지급 거부로 ‘첫 타깃’ 될 가능성 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지난해 즉시연금 과소지급 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통해 같은 사례에 대해 일괄 지급을 권고했으나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조정한 민원 1건의 결정에 대해서만 수용했으며, 일괄 지급은 거부했다. 이후 다른 생보사들도 일괄 지급을 거부하고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생보사와 금감원의 갈등은 깊어져갔다.
결국 지난해 8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소비자가 부당하게 취급받는 것은 감독자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시연금 관련 제재를 위한 검사나 종합검사에 대해 보복 프레임이 제기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요하다면 욕을 먹어도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종합검사 실시를 코앞에 둔 생보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에도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으나 결국 금감원의 중징계 제재에 백기 투항한 바 있다. 당시 생보사들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점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으며, 대법원도 생보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금감원의 강력한 제재 예고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최근 금감원 인사에서는 윤 원장의 의지가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8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을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임명했다. 이 부원장보는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보험준법검사국장으로서 미지급 보험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주도, 백기투항을 받아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윤 원장과 금감원은 보험담당 인사와 관련해 내홍이 있었음에도 뜻을 관철시켰다. 그만큼 보험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외부의 풍문은) 오히려 종합검사를 앞둔 금감원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의 이성재 부원장보 인사는 생보업계를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이뤄진 예전 종합검사는 솔직히 조사를 하더라도 일부 눈감아주는 관행이 있었지만, 이번에 부활한 종합검사는 성격이 완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첫 타자로 지목된 보험업계가 특히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종합검사의 칼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은 최근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출신 인사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이유를 설명하더라도 영입 시기가 애매하다”며 “금감원 종합검사에 대비했다는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문턱 낮췄는데 재보험사 신규 진입 왜 없을까 ‘재보험’이란 보험사가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겪게 될 경제적 손실을 대비해 드는 보험으로서 ‘보험을 위한 보험’으로 인식된다.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보험과 달리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으로, 보험사의 보상책임을 분담한다. 국내 재보험시장은 코리안리재보험(코리안리)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코리안리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따라 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1999년부터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해 관련 시장을 독점하고, 잠재적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 또 특약을 위반해 해외재보험사와 거래를 시도한 손해보험사들에 불이익을 줘 거래를 강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국내 재보험 시장에 대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재보험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신규 재보험사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소 요건만 갖추면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 그러나 제2 재보험사가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기존 보험사들이 코리안리에 큰 불만이 없는 데다 재보험 사업의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아 제2 재보험사 설립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코리안리의 실적 부진세가 이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3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데다 코리안리의 독점으로 크게 피해를 입었다고 보지 않아 보험사들이 재보험시장에 굳이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