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페이와 닮은 듯 다른 전략…HDC “범 현대가와의 파트너십, 암호화폐 발행 계획 없어”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목적 추가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타 정보기술 및 컴퓨터 운영 서비스업’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 매개 서비스업’ 등을 추가해 블록체인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건설 업체로 언뜻 보기에는 블록체인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HDC아이콘트롤스의 회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HDC아이콘트롤스의 사업부문은 크게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SOC(사회간접자본), M&E(Mechanic & Electric·기계 및 전기) 4개로 나뉜다.
스마트홈과 스마트빌딩은 IT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업부들이다. 또 HDC아이콘트롤스의 SOC 사업은 통신, 신호 분야에 집중돼 있고, M&E 사업의 소방설비나 자동제어설비 등도 IT와 관련이 적지 않다. HDC그룹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을 추가한 것에 대해 “IT회사로서 역량을 극대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성장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기술 관련 업을 추가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스마트홈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정대선 현대BS&C 사장은 2016년 말 현대페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현대페이는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을 융합한 스마트홈 솔루션 ‘스마트 헤리엇(HERIOT) 홈’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홈 관련 사업에 나서고 있다.
현대페이에는 범 현대가라는 이점도 있다. 조문옥 현대페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미 공개된 스마트 헤리엇 홈 이외에 현재까지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위한 2건의 개념증명(PoC)을 마쳤다”며 “올해 상반기 중 범 현대가에서 4건 이상의 본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현대페이가 범 현대가로부터만 사업을 수주하는 건 아니고, 향후 모든 범 현대가가 관련 파트너십을 맺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범 현대가로부터 사업 수주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이익이다.
공교롭게도 HDC그룹 역시 범 현대가다. 다만 HDC그룹 측은 현재로선 범 현대가와의 블록체인 기술 관련 파트너십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HDC그룹 관계자는 “블록체인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HDC그룹이 암호화폐 발행에 나설지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HDC그룹 관계자는 “암호화폐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HDC그룹이 암호화폐(가상화폐) 발행에 나설지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정대선 사장이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 회사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암호화폐 ‘에이치닥 코인(Hdac)’을 코인베네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코인베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로 한국 지사를 비롯해 전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지점을 두고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Hdac을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에 상장하는 등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HDC그룹 관계자는 “암호화폐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해 암호화폐 시장에서 두 현대가의 경쟁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HDC그룹은 어떤 회사? HDC그룹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그룹은 1976년 건설 계열사 한라건설을 설립했고, 1977년에는 다른 건설 계열사인 한국도시개발을 세웠다. 이후 1986년 두 회사가 합병해 현대산업개발이 탄생했다. 1999년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그룹으로부터의 계열 분리를 단행했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가진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맞교환한 것. 현대자동차에서 오랫동안 일한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가지려했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의 중재로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갖고,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 분리 후에는 정세영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 그룹명인 HDC는 현대산업개발의 영문명 ‘Hyundai Development Company’의 약자다. 이전에도 HDC자산운용처럼 사명에 HDC를 쓰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HDC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HDC신라면세점이 2015년 출범하면서부터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면세점으로 지난해 약 6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인적분할을 단행해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설하고, 존속회사는 HDC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때부터 HDC그룹 계열사들도 사명 앞에 HDC를 붙이기 시작했다. 현재 HDC그룹의 주요 사업은 유화, 건설, 유통 등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C(주)의 매출 중 유화부문이 9153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건설부문이 242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건설(170억 원)이 유화(158억 원)보다 높았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