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다는 아냐” 부모 교육방침 따라 대학 단념…고졸 이유로 미·일에서 번번이 구직 좌절
지난 3월 일본 지상파 방송국 TBS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타 미사키. 대형 IT기업에 취업했으나 고졸이라는 이유로 콜센터에 배치되기도 했다(아래).
오타 미사키는 ‘일본 최고의 IQ 소유자’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IQ는 무려 188. 참고로 도쿄대생의 평균 IQ는 120으로 알려졌다.
여느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미사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유치원생 때는 기하학 모양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의 아름다운 형태에는 일정한 비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자연스럽게 ‘황금비율’의 존재를 깨닫게 됐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다소 문제에 부딪혔다. 산수 시간마다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시간 계산을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좀처럼 시간 개념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천문대에서 상대성이론에 대한 해설을 듣자,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이러한 남다름은 비단 학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배운 적 없는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는가 하면, 교향곡까지 작곡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미사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16세의 일이다. 당시 미사키는 ‘멘사’ 입회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취득해 화제를 모았다. 멘사는 상위 2%의 지능지수(IQ)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1946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영국에 본부가 있으며, 일본인 회원은 약 3500명이다.
덧붙여 미사키는 멘사보다 입회 조건이 까다로운 ‘올림피큐 소사이어티(OLYMPIQ Society)’에도 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멘사의 경우 IQ가 최소 130 이상이어야 하는 반면, 올림피큐 소사이어티는 175가 요구되는 매우 특수한 조직이다.
이렇듯 미사키는 ‘일본 사상 최고의 IQ 가진 고등학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혹자는 ‘세계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물’이라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열에 아홉은 장밋빛 미래를 점칠 것이다. 그런데 이후 미사키가 걸어온 길은 그렇게 빛나지도, 평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재 그는 무직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간겐다이’는 “미사키가 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고졸인 부모님의 교육방침에 따라 단념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사키의 모친은 과거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남자아이니까 기술을 지니면 좋겠다. 아이의 일은 원래 ‘뛰어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느긋하게 자라줬으면 한다.”
미사키 부모는 자녀에게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든지, 엘리트로 자라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부모의 영향으로 미사키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그래밍 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명석한 두뇌를 살려 단시간에 프로그래밍을 마스터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독학으로도 충분했다. 이와 관련, 미사키는 “전문학교에 다닐 의미를 찾을 수 없어 1년 만에 중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 뒤 대형 IT기업에 취업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 또한 쉽진 않았다. 최종 학력이 고졸이라는 이유로 콜센터(고객상담실)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능력을 꽃피우고 싶다.’ 간절한 바람으로 ‘학력사회’ 일본을 떠나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영어를 하지 못했던 그였으나 미국 생활을 통해 3개월 만에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취업활동에 열중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고졸은 고용하기 어렵다’는 면접관의 이야기를 듣고,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중도귀국하고 만다. 결국 현재는 학사학위를 따기 위해 지방 국공립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언뜻 ‘그 정도의 IQ라면, 당연히 도쿄대를 목표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능지수와 수험공부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지금의 수험제도는 기억력이 높으면 점수를 받기 쉬운 시스템이다. 이른바 ‘기억학습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IQ와는 다르다. 실제로 미사키는 암기과목이 약해서 도쿄대학 합격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IQ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정보처리 속도나 언어처리능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수치다. 세계에는 많은 IQ 테스트가 존재한다. 멘사의 IQ 테스트는 그 가운데서도 역사가 있고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요컨대, 미사키는 멘사가 실시하는 IQ 테스트에서 일본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린 셈이다.
뛰어난 IQ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꽃피우는 길을 찾지 못해 빙빙 돌고만 있는 청년. 미사키의 모습은 ‘천재’라 불리는 삶 또한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며 ‘답답하다’고 웃어넘길 수 있는 범인의 삶이, 어쩌면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천재들의 진짜 고민은? “재능 키워줄 시스템이 없다” “높은 IQ를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가급적 밝히지 않고 있다.” 도쿄에 사는 행정사 이와카미 요시노부(54)는 이렇게 말했다. 그 역시 ‘천재’라 불리던 소년이었다. 학창시절 수학과 물리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항상 만점을 받았으며, 취미로 시작한 기타도 바로 즉시 칠 수 있었다. 가정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이와카미는 고교졸업 후 주유소, 경비업체 등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그는 “세무사 사무소에서 10년 일한 다음 독립했다”고 밝혔다. 혼자인 것이 편해서다. 예전부터 상대가 무얼 생각하는지 미리 예측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느긋한 속도로 대화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됐다. 직장에서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유로 아내와도 이혼했다. 정신과의사 와다 히데키 원장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천재들의 인생에 대해 “성능이 너무 높아 벌어지는 비극”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초등학생인데 고교생과 같은 축구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인기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아이는 프로 육성팀처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하지만 IQ 188의 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괴짜 취급을 당하기 쉽고, 커뮤니티에도 융합되기 힘들다. 심지어 일본에는 그 재능을 단련시켜줄 시스템조차 없다. 이러한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천재들에게 억지로 주위에 맞추라고 하는 건 그들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른이 되고 나서도 유치원생과 계속 이야기하라는 것과 같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