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활동 시너지 위해 배우 전문 소속사로 이적…짧은 활동 주기·치열한 경쟁도 아이돌 이동 부추겨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가수이자 연기자인 수지가 9년간 몸담은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배우 전도연과 공유 등이 속한 매니지먼트숲으로 이적했다. 또 다른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들도 속속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다. 이미 소녀시대 멤버들도 비슷한 선택을 통해 연기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가수이자 연기자인 수지가 9년간 몸담은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배우 전도연과 공유 등이 속한 매니지먼트숲으로 이적했다. 일요신문 DB
수지의 소속사 이적을 두고 연예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지는 케이팝 등 음반 중심의 엔터테인먼트인 JYP에서 사실상 연기 사업 파트를 이끌어온 대표 얼굴이다. 앞서 전속계약 만료가 임박할 때마다 재계약을 통해 서로 신뢰를 증명해온 양측은 9년간의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한 협업을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론 서로 관계가 틀어진 건 아니다. 배우들을 전문으로 담당해온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아래 연기자로 더욱 깊이 있는 활동을 벌이고 싶다는 수지 본인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JYP는 수지의 독립이 확정된 뒤 “새로운 수지의 활동을 늘 응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수지 역시 “연습생으로 시작해서 데뷔하고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JYP와 함께했던 여러 영광의 순간들이 있다”며 “비록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지만 9년간 항상 도움을 준 JYP 모든 직원 분들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수지는 소속사 이적과 맞물려 더욱 다양한 연기활동에 나선다. 현재 배우 하정우와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 위기를 다룬 영화 ‘백두산’ 촬영에 한창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연이어 1000만 관객 흥행을 일군 김용화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블록버스터다. 그동안 ‘건축학개론’과 ‘도리화가’를 통해 영화 작업을 이어온 수지는 한국영화 메이저 제작진과 함께하는 이번 작업을 통해 블록버스터에 처음 얼굴을 내민다.
사실 수지는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로 출발해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상태다.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와 더불어 영화주연까지 맡는 ‘투 톱’으로도 인정받는다. 10년 넘게 SM엔터테인먼트에 잔류해 위치를 다지는 윤아와 달리 수지는 소속사 이적 결단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에서 역량을 쌓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런 선택을 하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수지뿐만이 아니다. 그룹 걸스데이의 핵심 멤버이자 연기자로도 자리매김한 혜리 역시 10대 때부터 몸담은 회사에서 독립해 현재 새로운 소속사를 찾고 있다. 목표는 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기회를 잡으면서 연기자로 활동의 폭을 넓히려는 각오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는 최근 연기 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소속사에서 독립했다. 일요신문 DB
# 배우 전문 회사 이적해 다양한 도전 거듭
최근 걸그룹 아이돌 스타들의 소속사 이적 릴레이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들은 “장기 활동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대표는 “걸그룹으로 크게 인기를 얻지만 아이돌 특성상 활동 주기가 짧은 만큼 장기적으론 연기나 예능 등 방송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연기활동에 더 유리한 소속사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적이 이뤄지는, 장기적인 고민의 반영”이라고 짚었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맞닥뜨리는 ‘한계’도 아이돌 스타들의 이동을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 매년 수십 팀의 걸그룹이 새롭게 등장하는 데다, 기존 그룹들 간의 경쟁도 치열한 상태에서 아이돌 활동의 생명력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팬덤이 막강한 남성 아이돌에 비해 걸그룹의 경우 비교적 활동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아이돌 스타들은 그룹 활동 도중에도 연기 등으로 눈을 돌려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거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연기자로서의 방향성을 정립하면서 자신과 협업할 새로운 회사를 물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속사 이적 뒤 실제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다양한 연기 활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소녀시대의 수영이 대표적이다. 다니엘 헤니가 속한 에코글로벌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은 그는 한·일 합작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의 주연을 맡아 이달 초 작품을 내놓았다. 5월에는 또 다른 주연영화 ‘걸 캅스’로 관객과 만난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 당시 주로 드라마를 통해 연기 활동을 이은 수영은 이적 뒤에는 주로 영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상업영화는 물론 예술성 짙은 작품들을 넘나들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붙잡는다.
물론 도약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의 한쪽에선 잡음도 나온다.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송지은은 소속사 이적 과정에서 서로 해석이 엇갈려 분쟁에 휘말렸다. 시크릿을 배출한 TS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법적으로 현재까지 송지은과 계약이 유효하지만 다른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위반이자 사전접촉의무 위반에 따른 이중계약”이라고 지적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송지은은 올해 1월 하지원 소속사 해와달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연기자로 활동해왔지만 분쟁 여파 탓에 해와달과도 계약이 해지되는 잡음에 휘말린 상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