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히어로 6명 이야기 마침표”...인종·성별 장벽 넘는 히어로물로 컴백 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을 앞두고 마블스튜디오의 대표 케빈 파이기를 비롯해 시리즈에 참여해온 존 루소, 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과 주요 배우들이 4월 13일 내한해 16일 출국하기까지 나흘간 대규모 프로모션을 벌였다. “지금의 마블이 있기까지 한국 관객의 힘이 주효했다”는 마블 관계자들의 설명처럼, 이들에게 한국은 흥행을 일구는 데 있어서 핵심 시장으로 꼽혀왔다.
4월 15일 오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조 루소 감독, 안소니 루소 감독, 배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임준선 기자
4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자회견에는 아시아 11개국에서 모인 취재진도 함께했다. 마블의 지난 10년을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본 주역들은 앞으로 펼칠 마블의 세계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비밀유지 조항을 철저하게 지키는 할리우드 스타일 그대로,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면서도 간간이 ‘힌트’를 던졌다.
# 마블의 시대 연 ‘아이언맨’ 로다주 “프로답게 다 했다”
마블스튜디오의 시리즈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경에는 동일한 세계관으로 여러 히어로 시리즈를 구축한 탁월한 기획의 힘이 있다. 마블 세계관 즉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가능케 한 인물은 마블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대표다. 이번 내한 프로모션에 동행한 그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 22편의 집대성”이라며 “우리는 늘 팬을 먼저 생각하면서 지난 10년간 동안 작품을 만들었고 오직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밝혔다.
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관심과 호기심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향하지만 영화 개봉까지는 스토리를 밝힐 수 없다는 게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심지어 내한 기자회견은 물론 프로모션 과정에서도 숱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들은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몇 가지 힌트는 나왔다. 존 루소 감독은 “마블의 엔딩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오리지널 히어로 6명의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는다”고 예고했다. 공개된 예고편 분위기 역시 장엄하고 엄숙했다. 어떤 캐릭터가 이별을 고할지 팬들 사이에서 이미 활발한 전망이 오가고 있다.
영화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 이벤트 행사 당시 모습.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참석했다. 임준선 기자
3박 4일 일정의 내한 행사에 참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브리 라슨, 제레미 러너 등이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32명의 역대 마블 캐릭터 가운데 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특히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008년 1편 개봉 때부터 내한해 마블의 시작을 알린 주역이다. 12년 동안 마블 시리즈를 이끌어오면서 마블 세계관 구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프로답게 모든 걸 다 했다”는 그는 “처음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나를 위해서 ‘아이언맨’에 나섰지만 10년이 지나고 돌아보니 세계적인 문화현상과 순간을 직접 겪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돌이켰다. 그 사이 “아이의 아빠가 됐을 만큼 인생에서도 중요한 순간이었다”고도 했다.
비록 영화이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의 삶을 살아온 이들 배우에게 마블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마블 시리즈 가운데 첫 여성 히어로 솔로무비인 ‘캡틴 마블’의 주인공 브리 라슨은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캡틴 마블을 위해 9개월간 훈련을 받으면서 생각도, 음성도 강해졌다”며 “캡틴 마블은 여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상징하는 캐릭터이지만 그건 꼭 여성에게만 국한된 메시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호크 아이’ 제레미 러너는 “세상에는 여러 분열이 있지만 마블영화는 세계를 아우르는 여정으로 가치가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 분열의 시대, 마블의 기치는 ‘공동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어벤져스’ 시리즈로 보면 네 번째 이야기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동시 촬영해 순차 개봉하는 작품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2015년 2편과 지난해 3편이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히어로 영화가 국내서 1000만 흥행에 성공하기는 이들 두 영화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때문에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1000만 기록은 무난하게 이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008년 1편 개봉 때부터 내한해 마블의 시작을 알린 주역이다. 임준선 기자
마블 시리즈에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오락영화를 넘어서 전하는 메시지 덕분이기도 하다. 인류애를 아우르고 때때로 사회적인 문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더욱 견고해진 건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부터다. 존 루소와 안소니 루소 감독은 이 시리즈를 통해 실력을 입증하며 마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 연출까지 맡았다. 존 루소는 ‘마블의 철학’을 두고 “마블은 아주 다른 별개의 캐릭터들이 모여 공공의 적을 상대하는 메시지로 전 세계의 공감대를 얻는다”며 “예술이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대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마블은 여성,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아우르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내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트린 트랜 프로듀서는 “마블은 여성 히어로를 지원할 것”이라며 “지금도 엄청난 분들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마블은 스칼렛 요한슨을 내세운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와 앤젤리나 졸리의 출연이 유력한 ‘더 이터널스’를 기획하고 있다. 아시안 영웅이 주인공인 ‘샹치’ 제작에도 돌입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