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김재환-오지환-강정호 악플 잔혹사... 전문가 “루틴-평정심 유지가 가장 중요”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 홍상삼은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4⅔이닝(72구)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714일 만의 승리를 꿈꿨던 홍상삼은 5회 고비를 넘지 못하고 폭투를 연발하는 바람에 강판당했는데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1년만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버텼고 워낙 욕을 많이 먹다 보니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는 내용이었다.
‘공인’으로 포장되는 운동선수들은 포털 사이트의 댓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다양한 비난과 비판에 직면한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지난 시즌 52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이어갈 때만 해도 그에 대한 찬사가 대단했지만 후반기 들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추신수 관련 기사 댓글의 대부분이 비난 일색이었다. 비난의 글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음주운전 관련 내용이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2011년 파나마 월드컵 폐막 후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적이 있었다. 김재환은 당시 피로 해소제로 알고 약을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그는 금지 약물 관련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8시즌을 마치고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음에도 금지약물 복용 전력으로 그의 수상에 팬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LG 트윈스 오지환. 사진=연합뉴스
LG 트윈스 오지환은 지난해 경찰야구단과 상무 입단을 거부하고 대표팀 승선을 노렸다가 ‘병역 기피’ 논란의 중심에 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자 ‘국민 욕받이’로 떠올랐다. 이후 오지환 관련 기사에는 온갖 비난과 조롱이 차고 넘쳤다.
오지환 논란에 선수보다 구단 관계자, 동료 선수들이 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악플’이 달리는 터라 아예 오지환 관련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걸 꺼려했을 정도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세 차례나 음주 운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공분을 샀다. 더욱이 그는 팬들에게 “야구로 속죄하겠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팬들에게 노출된 삶을 살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 자신의 실수로 불거진 비난들이지만 그 비난이 계속될 때는 멘탈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심할 경우에는 비밀리에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평소 운동 선수들의 심리 치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 운동 선수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한 사례가 많다는 박종석 원장(구로 연세 봄 정신건강의학과)은 다음과 같은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팬들의 비난에서 감정과 팩트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팬들이 격앙된 마음으로 댓글을 쓸 때 필요 이상의 분노가 실린다. 여기서 감정적인 부분은 일시적인 배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최대한 팩트나 반성할 내용만을 수용해야한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팬들도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비난이 뒤따르는 것이다. 악플은 언제나 나를 향한 응원으로 바뀔 수 있다. 비난과 욕으로 가득했던 반응이 몇 번의 활약이나 반전으로 칭찬 글로 바뀌는 일이 정말 많다. 팬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하게 본인의 루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신수는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터라 어떤 비난에도, 어떤 악플에도 담담할 수 있지만 가족을 향한 비난은 여전히 큰 상처로 남는다”고 토로했다. 강정호는 “사람들이 왜 자살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말로 견뎌내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본 적이 있었다.
박종석 원장은 심리적인 상처를 받았을 때는 이를 반복해서 생각하지 말고 육체적인 훈련과 음식으로 인한 영양 보충, 충분한 수면 등으로 회복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