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사장, 경영진 불러 모아 “서울시 부시장이 사직서 내라고 한다”고 허위 진술
변창흠 신임 LH 사장
2017년 변 사장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연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직원들의 정치 성향이나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의 관계 등을 담은 이른바 ‘SH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일부 직원들은 이를 토대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변 사장은 연임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당시 경영진 급 임원 7명의 사표도 함께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사표를 낸 7명의 임원 가운데 1명의 사표만 수리됐다는 점이다. 피해 임원은 이 아무개 씨로 당시 SH 블랙리스트 내부고발자라는 의혹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변 사장은 2017년 11월 6일 오후 1시쯤 이사직 임원 6명과 감사 1명을 사장실로 불러 “오전에 서울시 부시장을 만나고 왔는데, 서울시 부시장이 최근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경영진들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준비해둔 사직서를 꺼내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부시장은 곧바로 언론을 통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관련 보도를 접한 이 씨는 8일 변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9일 사표가 수리됐다. 함께 사직서에 서명한 7명 가운데 유독 이 씨의 사표만 수리된 것.
판결문을 보면 당시 사직서 제출을 요구 받은 임원 가운데 한 명은 “변 사장이 도의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준비된 사직서를 가져와 서명하도록 하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 역시 “만약 사직서 제출에 관하여 서울시의 지시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변 사장의 행위를 기망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11일 “변 사장은 서울시 부시장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요구 받은 사실이 없었음에도 임원들에게 그런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했다”며 “SH 공사는 이 씨가 정상적으로 임기를 만료했다면 받았을 보수 4400여 만원을 지연손해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변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경영상 공동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SH 홍보실 역시 “이 전 임원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인사 담당자였기 때문에 이 씨의 사직서만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곧 항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