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 기각 배후에 오바마 측근 개입설…검사장과 측근들 석연찮은 이유로 사임
자신이 흑인 게이라는 이유로, 트럼프 치하의 보수적 사회에서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저시 스몰렛 앞에서, 시카고 경찰은 직격탄을 날렸다. 그들은 CCTV를 근거로 범인을 특정했고, 그들의 집을 습격해 증거물을 압수했으며 심문을 통해 증언을 들었다. 스몰렛을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두 사람은 올라 오순다이로와 아벨 오순다이로 형제. 나이지리아계 흑인으로 저시 스몰렛이 ‘엠파이어’에 출연할 때 엑스트라였으며, 그것은 인연으로 알게 되어 함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곤 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그들은 스몰렛에게 3500달러를 받고 폭행을 가하는 듯 연기를 했다. 범행 전날 인근 철물점에서 밧줄을 샀고, 집엔 범행에 사용된 마스크와 표백제 등이 있었다. 경찰은 수사 후 그들을 풀어주었고, 형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동성애를 혐오하지도 않으며 안티 트럼프도 아니다. 우린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 시민”이라고 밝혔다.
결국 스몰렛은 거짓 증언 문제로 검찰에 기소되었고 FBI는 협박 편지가 자작극인지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범죄 원인을 돈으로 보았다. 당시 스몰렛은 ‘엠파이어’에서 낮은 개런티를 받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일으켜 지명도를 올린 후 재계약 때 더 많은 개런티를 요구하려 했다는 게 경찰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2월 21일, 시카고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어 스몰렛이 명백하게 자작극을 벌였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단상에 나선 에디 존슨 경찰서장은, 같은 흑인으로서 스몰렛의 행동에 대해 크게 분노한 듯 보였다. 흑인 남성으로서 스몰렛은 자작극을 벌이기 위해, 왜 굳이 올가미의 상징을 사용했을까. 미국 사회에서 올가미는 흑인을 교수형에 처한다는, 인종 차별의 대표적인 상징물. 스몰렛은 자신의 경력을 확장하기 위해, 흑인으로서 흑인의 고난 받았던 역사를 착취했던 셈이었다. 존슨 서장은 스몰렛이 협박 편지를 조작한 후 별 반응이 없자, 오순다이로 형제를 끌어들여 가짜 린치 사건을 만들었다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시카고에서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렇게 충격적인 거짓말로 서민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가.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제 다른 증오 범죄들도 이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리노이 쿡 카운티의 검찰은 스몰렛의 모든 혐의를 기각하고 기록을 삭제했다. 대신 1만 달러의 보석금과 16시간의 공공 봉사를 명령했다. 이에 시카고의 람 엠마누엘 시장과 존슨 경찰서장은 우려를 표시하며 “유명세를 이용해 범죄를 표백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혐의를 기각했던 조 마가츠 검사도 스몰렛이 자작극을 벌였다는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폭력 범죄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모두 기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마가츠 검사에 대한 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특히 시카고 경찰은 쿡 카운티의 검사장인 킴 폭스가 부적절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때 불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었다. 전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의 영향력이 제기된 것이다. 폭스 검사장은 시카고 경찰청장에게 스몰렛 사건 수사 이관을 지시했는데, 그 배후에 티나 첸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버락 오바마의 아내인 미셸의 비서실장이었던 것. 흑인 여성이었던 폭스 검사장이, 스몰렛의 조작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이 사건을 이용해 인권 이슈를 일으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시카고 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됐다.
한편 시카고 시는 스몰렛에게 13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그가 벌인 일 때문에 시의 행정력이 낭비되었고, 그 비용은 최소한 13만 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이었다. 스몰렛의 주장이 전적으로 모두 거짓이라고 판명되면 배상액은 세 배인 39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유색인종에 성 소수자인 한 셀러브리티가 증오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프레임은 급변했다. 사회적 약자의 포지션을 돈 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한, 어느 셀러브리티가 벌인 어처구니없는 소동극이 된 것이다. 이후 킴 폭스 검사장과 측근들은 자리에서 모두 사임했다. 겉으로는 스몰렛 사건과 무관하며 개인적인 일 때문에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것이 중론. 그렇다면 저시 스몰렛은 이제 어떻게 될까.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겠지만, 일단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퇴출 대상에 오르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