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측 “명칭만 착각, 안전·성능 문제없다”…업계 “너무 안이한 대응” 질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는 이우석 대표.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돼 업체 측에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1액에 포함된 연골세포 성장을 돕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2액의 세포가 한국에서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사람연골세포와 이를 변형한(형질전환) 세포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형질전환세포는 세포분화를 촉진하는 물질(TGF-β1)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사람연골세포에 삽입한 것이다. 코오롱이 이름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성분이 바로 이 형질전환세포다. 코오롱은 형질전환세포가 사람연골세포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인보사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 중 코오롱이 최신 기술(STR)로 재분석해보니 형질전환세포가 사람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코오롱은 이 사실을 지난 3월 22일 식약처에 보고했고, 식약처는 국내 라이선스 파트너인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코오롱티슈진도 임상3상의 환자모집을 잠정 보류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즉시 수습에 나섰다. 이우석 코오롱 생명과학 대표가 지난 1일 ‘인보사 잠정판매 중단’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와 “인보사에 대해 성원 보내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려 이 자리에 섰다.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이어 “17년 전인 2003년, 처음 만들어서 현재까지 쓰고 있는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가 저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태아신장유래세포주라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게 됐다”며 “참으로 부끄럽다. 오랜 기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스스로도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인보사의 안전·유효성은 크게 문제없다”며 “개발단계에서부터 상업화 출시까지 모두 일관된 세포를 사용해왔다”고 강조했다.
인보사 사태의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 지난 1일 증시 개장과 동시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가격제한폭(29.90%)까지 급락했다. 이튿날인 2일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9.96%, 18.43% 떨어졌다. 지난 3월 29일 3만 4450원이던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단 이틀만에 1만 9700원으로 하락했으며 2조 1020억 원을 기록했던 시가총액은 이틀간 1조 원가량 증발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10위에서 22위로 밀려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 역시 지난 3월 29일 7만 5200원에서 이틀 만에 4만 745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경영일선 퇴임 의사를 밝힌 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코오롱그룹
이번 사건처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주성분과 의약품의 성분이 다른 사례는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처음 허가 받은 인보사와 이번에 문제가 된 인보사가 같은 성분을 가졌지만, 정밀 조사 과정에서 결과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유전자 세포 특성분석을 진행했을 때는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유래세포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보사 국내판매 허가를 받았다”며 “국내 판매되는 인보사는 코오롱이 직접 제조생산을 담당하지만, 미국의 인보사는 위탁생산업체(CMO)를 거쳐야 한다. 이에 세포 오염 우려 때문에 선제적으로 최신 유전자 검사기법인 STR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장세포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아직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의 인보사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세포 명칭만 달라졌을 뿐 임상부터 허가까지 같은 세포였기 때문에 안전성과 성능은 유효하며 구성품목 이름만 변경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성분을 10년 넘게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다시 정밀조사해보니 자신들이 생각했던 주성분은 아니었지만 안전성과 성능에는 문제없어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한 대응”이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사람연골세포여야 할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뀌어 다른 세포명으로 허가가 난 만큼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문제였는지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점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측 부실이 드러난다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판매·제조업무 정지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제조사 인·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는 국내 판매된 인보사에 쓰인 형질전환세포를 조사 중이며 오는 15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바탕으로 조사할 것이 많아 발표 시점은 정확히 알기 힘들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조사 초기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투심 위축될라’ 바이오업계 서둘러 선긋기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가 바이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회계문제와 기술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바이오기업에 대한 불신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대기업 바이오기업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바이오벤처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가 팽배하다. 이를 우려했는지 이우석 코오롱 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오늘 이 순간, 가장 가슴이 아프고 두려운 점은 저희의 실수가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 혹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오업계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에게 결코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한미약품이나 셀트리온 등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이 생물의약품 허가가 취소된 경우 다른 회사에도 투자심리 위축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업계에서는 인보사 사태와 국내 바이오산업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보사 사태처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주성분과 의약품의 성분이 다른 사례는 이전에는 없었다”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문제일 뿐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