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리 구속 영장 기각 등 참담한 성적…10년 전 부실수사 비난 받을 때 주지훈 마약 사건 발표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검찰 전략부 비밀 자료실. 영상 캡처.
“요즘 연예계가 위태위태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와 다음 주가 특히 고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윤 총경은 핵심 혐의가 불기소 의견으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에 극심합니다. 경찰 입장에선 세상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절실할 겁니다.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연예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주지훈입니다. 엄청난 경찰 인력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장자연 사건 수사 직후 경찰은 바로 주지훈 사건을 터트렸습니다. 물론 잘못한 부분이 있어 처벌 받았지만 그렇게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궁지에 몰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승리 수사도 비슷하게 종결되는 분위기입니다. 경찰이 이번에도 또 다른 사건을 터트려 관심을 돌리려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려 합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우선 그가 언급한 주지훈 마약 사건부터 살펴보자. 잘 알려졌듯이 주지훈은 지난 2009년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 향정신성 의약품 투약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 추징금 36만 원을 선고받았다. 연예계 활동을 전면 중단한 주지훈은 이듬해 2월 군에 입대했고 전역 이후 다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9년 4월 24일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서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이 장자연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문제는 주지훈 사건이 매스컴에 공개된 방식이다. 경찰은 2009년 4월 26일 주지훈 등 연예인 연루 마약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발표를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개의 경우 수사가 종료된 뒤 수사발표를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진행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 안선모 팀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통상 수사를 완결해서 검찰 송치 시점에 발표를 하는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 “항상 그렇게 해왔는데 그때는 자료 유출의 가능성이 있었다. 이게 저희 우려였다”고 밝혔다. 분명 오해가 풀릴 만큼 명쾌한 해명은 아니다.
게다가 중간 수사발표 당시 경찰은 “연예인 7~8명이 더 연루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스타급 연예인인 주지훈의 이름이 거론됐고 추가 연예인이 있다는 얘기에 각종 이니셜 보도가 쏟아졌다. 바로 장자연 문건에 향했던 국민의 관심은 연예인 마약 사건으로 돌아섰다.
이후 경찰 행보는 다시 통상적이 됐다. 아니 통상적이라면 검찰 송치 직후 수사발표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검찰에 송치하고 2주가 지난 뒤에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추가 연루 연예인도 없었다.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급하게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주지훈의 이름을 실명으로 언급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이틀 전인 4월 24일에 장자연 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장자연 문건’에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지만 경찰은 유장호 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소속사 김 아무개 대표를 기소 중지하는 등 총 9명을 사법 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우선 종결했다.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매스컴을 통해 거물급 고위 관계자 연루설이 연일 보도됐지만 경찰 수사 결과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못했다. 당시 수사는 10년이 흐른 뒤인 최근 재수사가 결정될 만큼 부실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돌연 경찰이 주지훈 마약 사건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승리. 결국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고성준 기자
요즘 경찰이 다시 위기다. 역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경찰 수사는 승리와 박한별의 남편인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의 구속 영장 기각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겼다. 게다가 경찰 유착의 핵심 고리이던 윤 아무개 총경에 대해서는 핵심 혐의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뇌물죄’가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또 다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민감한 시기를 보내는 경찰 입장에선 분명 악재다. 연예관계자들은 바로 요즘 분위기가 10년 전 장자연 사건 경찰 수사 당시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한 원로 연예계관계자의 푸념 섞인 지적의 말이다.
“이번에도 연예인 사건이 터지면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검찰은 몰라도 경찰은 분명 그런 짓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되니까요. 또 희생양이 등장한다면 아예 경찰윤리강령에 ‘급할 땐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예인 사건을 활용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