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국민의당’이라도 지금보단 낫다…손학규 ‘비례대표 제명’ 여부에 관심
정계개편이 임박한 모습이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3지대’ 구성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박정환 기자
유성엽 평화당 의원은 연일 제3지대 구성에 대한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공개석상에서 “제3지대 정당을 만든다면 정기국회 전에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평화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고, 최경환 평화당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의 손학규계와 무소속(이용호‧손금주 의원), 민주평화당으로 구성된 제3지대라면 기호 3번도 가능하다”고 제3지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3지대’ 논의는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평화당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논의가 있는 건 사실이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내의) 당권파, 구체적으로는 유성엽 평화당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더라. 최근 바른미래당 내홍과 함께 그 논의와 시도가 유독 거세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아직은 큰 그림만 그리고 있지, 아주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도 “여기 몇 명과 호남 의원들이 다시 뭉칠 계획이다.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눠지고 있다. 누구는 새로운 당명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더라”고 말했다. 조배숙 평화당 의원 역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반기에는 이대로 안 된다’는 데에 여러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제3지대’라는 건 글쎄…. 그건 좀 더 있어봐야 알겠지만, 정치라는 게 한치 앞을 모르는 거라서”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처한 배경에서 ‘제3지대설’의 가능성은 무게를 더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YTN의뢰, 지난달 27~31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5.8%, 평화당은 2.3%로 한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게다가 바른미래당은 창당 이후 끊이지 않는 계파 싸움으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제3지대는 ‘호남 정당’과 흡사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평화당과 호남 인사가 대부분인 바른미래당의 당권파가 통합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당권파는 주승용‧박주선‧김동철‧이찬열‧김관영‧김성식 의원, 비례대표는 채이배‧임재훈‧최도자 의원이다. 대부분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외에 주요 인사로는 손학규 대표, 문병호 최고위원 등이다.
만약 이들이 제3지대 구성을 위해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하면,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20명 기준)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반면, 그렇게 탈당한 이들이 평화당으로 입당 또는 합당을 하면 그 정당은 새로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현재 평화당 소속 의원은 14명이며 바른미래당의 당권파는 9명(지역구 6명, 비례대표 3명)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비례대표의 탈당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는 정당에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당에서 ‘제명’ 조치를 취해야만 비례대표는 의원직을 유지한 채 무소속이 될 수 있다. 비례대표 3명이 당에서 제명당하고 제3지대를 구성하면 총 의석수 23석의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고, 제명당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20석의 정당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물론 이 계산에서 단 한 명이라도 제3지대 구성에 반대하면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해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비례대표 제명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먼저 제명시킨다면 첫 번째 대상은 박주현‧장정숙 의원일 수 있다. 두 사람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후 바른미래당 창당으로 이들 의사와는 무관하게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바른미래당 소속인 박‧장 의원은 지난해부터 이미 수석대변인과 대변인으로 평화당에서 활동해 왔다. 손 대표 또는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이 둘을 제명시키고, 두 의원이 평화당으로 입당하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귀국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제명을 시켜줘야 (우리도) 당을 결정할 수 있을 텐데, 미리 예견하는 것은 의미 없다. 현실성 있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이 소속 비례대표를 제명시키고, 이들 중 일부가 평화당으로 입당하게 되면 제3지대 구성과 교섭단체 충족 역시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도 이들의 입당으로 의석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후 제3지대 구성에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들을 제명시키기 위해선 당 내 3분의 2 이상의 의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의원은 8명이다. 당원권이 정지된 비례대표 3인(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 25명 중 3분의 1이 되지 않는 숫자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은 다르게 해석했다. 하 의원은 “우리 당 내부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오신환 원내대표에 표를 던진 사람이 3분의 2인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당시 과반을 득표했다(당내 규정에 따라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음). 당권파들이 탈당해 제3지대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하 의원은 “지역구 가려면 가라고 해야지. 좋은 그림 아니겠나. 나간다고 할지라도 바른미래당의 교섭단체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면 나가야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탈당할 때처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어차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측에서도 당권파가 얼른 나가주길 원한다. 이들이 나가면 바른정당 출신 8~9명, 안철수계 6명이 남는데.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이 이기는 게임 아니겠나”라며 “손 대표도 ‘추석 전 지지율 10% 기록하지 못하면 사퇴’라고 말했는데, 누가 봐도 10% 안 된다. 이들이라고 모르겠나. 그 출구전략이 바로 제3지대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화당에선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내부서도 자리를 지키며 욕심을 부리고, 한편으로는 평화당에 노크도 하고 있다”며 “양손에 떡을 쥐고 둘 다 먹으려면 체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3지대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 두 거대 정당으로 흡수될 부분도 있는지 앞으로 더 지켜볼 문제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뜻을 모아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