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케이런’ 700억 펀드 운용사 선정 특혜 의혹…포스코·한국벤처투자 수상한 투자도 ‘눈길’
문 대통령 사위가 다녔던 회사.
문 대통령 사위 서 아무개 씨는 토리게임즈라는 게임회사에 근무했다. 토리게임즈와 법인등기상 같은 주소지에는 플레너스앤파트너스란 회사가 있다. ‘플레너스’는 토리게임즈 정 아무개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회사 이름이다.
플레너스앤파트너스 김 아무개 대표는 2016년 2월 케이런벤처스라는 벤처캐피탈 업체 대표가 됐다. 공교롭게도 대통령 사위 서 씨가 토리게임즈에 입사한 시기도 2016년 2월이다.
케이런벤처스는 설립 2년 만인 2017년 12월 700억 원 규모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 공동운용사로 선정됐다.
케이런벤처스는 자본금이 6억 원에 불과했고, 2016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억 6917만 원이었다. 신생 벤처캐피탈 업체가 700억 규모 정부 주도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일요신문은 해당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플레너스앤파트너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기업 부사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한국당 곽상도, 김종석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10년 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우리들창업투자 부사장을 지냈다.
우리들창업투자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과 이 원장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었던 회사다. 김수경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고,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은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허리수술을 집도한 바 있다.
김수경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다. 김 회장이 문 대통령 저서의 감수를 맡은 적도 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지난 대선 기간 김수경 회장이 최대주주인 우리들제약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특히 김 대표는 플레너스앤파트너스 모회사격인 플레너스투자자문에서 부사장을 지냈는데 플레너스투자자문 부사장 재직기간과 우리들창업투자 부사장 재직기간이 한 달 겹친다. 양사가 특수관계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케이런벤처스와 관련해서는 이외에도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케이런벤처스는 포스코기술투자와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 공동운용사로 선정됐다.
특구재단은 운용사 선정 조건으로 펀드 약정총액의 1% 이상을 출자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기술투자와 케이런벤처스는 총 52억 5000만 원을 출자했다.
지난 2월 본지가 각각 얼마씩 출자금을 냈느냐고 질문했을 때 포스코기술투자 측은 기밀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양사가 반반씩 출자금을 내야 했지만 실제로는 포스코기술투자가 45억 원을 출자했고, 케이런벤처스는 7억 5000만 원을 출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포스코기술투자 측이 출자한 금액이 훨씬 많았음에도 양사는 펀드 운용 관리보수를 동등하게 배분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측은 “관리보수 배분은 공동운용사끼리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정해진 규정은 없다”고 했다.
펀드 운용사는 조합약정총액의 2%를 매 분기 말 관리보수로 받는다. 지난해 지급된 관리보수만 6억 1500만 원이다. 펀드를 청산할 때 기준수익률을 초과했다면 성과보수도 가져갈 수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케이런벤처스보다 6배나 출자금을 많이 냈지만 펀드 투자 및 회수 심의위원 숫자도 오히려 케이런벤처스 쪽이 더 많았다.
펀드 투자 및 회수 심의위원은 케이런벤처스 측 3명과 포스코기술투자 측 2명으로 구성됐다. 투자 및 회수 위원회는 심의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 및 출석인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훨씬 많은 출자금을 내고도 관리보수는 동일하게 나누고, 의사 결정권은 적은 이상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 같은 계약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포스코기술투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답변이 없었다.
한국벤처투자가 해당 펀드에 출자한 과정도 미심쩍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속 공기관이다.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펀드 운용사 선정 조건으로 출자금 300억여 원을 6개월 이내에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케이런벤처스는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에 출자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운용사 선정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벤처투자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5월 해당 펀드에 280억 원을 출자했다.
한국벤처투자가 2018년 1차 출자사업에서 민간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450억 원이다. 이중 60%가량을 해당 펀드에 몰아준 셈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펀드에 이렇게 많은 돈을 몰아 준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심의과정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형철 당시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지난 3월 청와대 경제보좌관(차관급)으로 임명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벤처투자 대표 임기는 3년이지만 주형철 보좌관은 취임 1년 만에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번 쓴 사람을 또 다른 자리에 돌려막는 ‘회전문’ 인사하는 것처럼 사위와 연관된 회사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청와대 보좌관 등으로 영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케이런벤처스 측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일요신문은 케이런벤처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는 등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