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7년 만에 올스타전 출전 노리는 ‘코리안 몬스터’
메이저리그 데뷔 7년 만에 올스타전 입성을 노리는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올 시즌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인 류현진(32·LA 다저스)이 오는 7월 10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을까.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감독은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 팀 감독이 이듬해 올스타전 감독을 맡는다). 로버츠 감독이라면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류현진을 이미 내정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류현진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다투고 있는 맥스 슈어저가 올스타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월 20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의 다저스 더그아웃에는 경기를 앞두고 어김없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경기 전 감독 인터뷰에는 전날 선발 투수나 경기 내용을 복기하고 당일 경기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날 로버츠 감독은 기자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일(21일) 선발 투수로 훌리오 유리아스가 등판한다.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라고 밝힌 것.
다저스 선발진의 등판 일정이 조정된다는 의미는 자연스럽게 류현진과 연결된다. 로버츠 감독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은 올스타전이 열리기 직전인 8일(전반기 마지막 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순서였다. 만약 류현진이 8일 등판한다면 10일 열리는 올스타전 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로버츠 감독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바람에 류현진은 23일 콜로라도 홈경기, 28일 콜로라도 원정 경기, 7월 4일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 등판한 다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들어 다저스 5인 선발 로테이션은 단 한 차례도 조정된 적이 없었다. 4일(중간에 경기 없는 날 제외) 쉬고 5일 등판이 계속되다 올스타전 앞두고 갑자기 조정된 부분은 류현진의 올스타전 선발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의 별들이 모이는 올스타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아메리칸리그인 경우 홈인 클리블랜드 투수의 선발 등판을 예상할 수 있는 반면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로버츠 감독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류현진을 내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올스타전 이후 원정 경기를 갖는 다저스의 상황을 떠올렸다.
“다저스가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첫 원정 경기 상대팀이 보스턴 레드삭스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보스턴에 패한 아픔이 있는 터라 시리즈 동안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할 것이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보스턴 1차전 선발로 류현진을 염두에 둘 수 있다. 그렇다면 올스타전에 류현진은 등판하기 어렵다.”
송재우 위원은 로버츠 감독이 최근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올스타전에 내보내기 위해 선발 투수들에게 추가 휴식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한 선수만을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 다저스의 성적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고, 시즌 개막 후 선발 투수들이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전반기 종료 앞두고 등판 일정을 조정하면서 휴식을 선사했을 것이라고 본다.”
다저스는 올 시즌 류현진-마에다 겐타-클레이튼 커쇼-리치 힐-워커 뷸러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마에다 겐타와 리치 힐이 부상을 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로테이션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송 위원의 설명이다(리치 힐 부상은 로버츠 감독의 발표 이후 발생한 일).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 조정으로 어쩔 수 없이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과 원정에서 두 차례 연속 만나게 된다. 콜로라도는 류현진에게 천적이나 다름없다. 콜로라도전 통산 10경기에 나와 4승 6패,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 특급 투수로 진화한 이후 류현진은 콜로라도를 상대한 적이 없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최근 콜로라도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고 다소 걱정 어린 시선을 드러냈다.
“20일 애리조나와 콜로라도 경기에서 애리조나 선발 투수로 등판한 잭 그레인키가 콜로라도의 불방망이 타선에 침몰하고 말았다. 7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콜로라도는 최근 3연승을 내달리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40승 34패). 다저스로선 홈과 원정에서 만나는 콜로라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로버츠 감독이 콜로라도전 경기에 두 차례나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우는 건 올스타전 출전 배려라기보다 콜로라도전을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서라고 본다.”
류현진과 함께 ‘NL 올스타팀’ 선발투수 후보로 거론되는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맥스 슈어저. 사진=연합뉴스
송재우 위원은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말한다. 현재 류현진과 함께 사이영상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슈어저는 내셔널리그의 각종 기록을 류현진과 양분하고 있는 상황.
류현진은 올 시즌 14경기 9승 1패 평균자책점 1.26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 0.82를 기록했다. 14경기 2자책점 1볼넷 이하의 기록은 류현진만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부문. 통산 4번째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맥스 슈어저는 16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2.62 WHIP 1.06의 성적을 올렸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다저스와 워싱턴의 수비력을 비교하면서 류현진이 다저스의 뛰어난 수비력에 도움을 받았고, 세이버 매트릭스의 기록을 감안하면 슈어저가 류현진보다 앞서 있다고 주장한다.
올스타전이 열릴 경우 일부 감독들은 소속팀 선발 투수가 후반전 첫 시리즈 경기에 등판을 앞두고 있다면 사전에 그 선수가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르게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건넨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끄는 로버츠 감독이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류현진은 외부의 시선, 평가에 개의치 않고 조용히 훈련을 소화하며 ‘마이웨이’ 중이다. 인터뷰 때마다 자신의 등판 경기에만 신경 쓰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데뷔 후 7년 만에 경험하게 될 올스타전은 류현진한테도 영광스러운 경험임이 분명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