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켈리 MLB서 준수한 활약... KBO 리그 선수 출신 켈러웨이는 NYM 지휘봉 잡아
KBO 외국인 선수 출신으로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에릭 테임즈-메릴 켈리-미키 캘러웨이.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1990년대 후반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한국 야구 세계화’의 분기점이 된 일대 사건이었다.
1994년 박찬호는 KBO 리그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1990년대 말 박찬호가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뒤 미국으로 직행하는 한국 야구 유망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김병현을 비롯해 서재응, 김선우, 최희섭, 추신수 등 1세대 메이저리거들은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했다. 다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증가했지만 KBO 리그의 평판이 높아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2012년 12월. KBO 리그를 대표하던 왼손투수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류현진의 가치는 높았다. 다저스는 류현진을 영입하려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이적료 2573만 7737달러 33센트(한화 약 300억 원)를 지불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KBO 리그에 시사한 바는 컸다. KBO 리그 출신 선수가 빅리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류현진 이후 KBO 리그는 강정호를 비롯해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등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KBO 리그의 선수 수출은 내국인 선수에 그치지 않았다. KBO 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가 다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역수출 성공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KBO 리그를 호령했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와 메릴 켈리가 대표적이다.
# 잘나가는 테임즈-켈리… KBO리그서 선수생활 전환점 마련
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활약 중인 에릭 테임즈. 사진=연합뉴스
2014년 KBO 리그는 ‘외국인 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KBO 리그 10개 구단이 외국인 타자를 한 명씩 활용하게끔 유도한 것. 그리고 여기서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에릭 테임즈다.
테임즈는 2014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테임즈의 활약은 KBO 리그 판도를 뒤바꿀 정도로 강력했다. 신생팀 NC는 단숨에 리그 우승을 노릴만한 강팀으로 떠올랐다. 2015시즌 테임즈는 KBO 리그 최초로 단일시즌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작성했다. KBO 리그 역사를 새로 쓴 타자로 거듭난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시즌 동안 테임즈의 활약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KBO 리그 통산 390경기에 출전한 테임즈는 타율 0.349/ OPS(출루율+장타율) 1.172/ 124홈런/ 64도루/ 382타점/ 343득점을 기록했다.
NC 입단 전까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던 선수에 불과했던 테임즈의 가치는 폭등했다. 테임즈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리고 테임즈는 2017년부터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했다.
메이저리그 재입성 첫 해였던 2017년. 테임즈는 31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것. 그리고 올 시즌까지 테임즈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에도 테임즈의 활약은 준수하다. 2019시즌(6월 19일 기준)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 OPS 0.872/ 10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야말로 ‘역수출 메이저리그’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테임즈다.
2018시즌 SK 와이번스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메릴 켈리. 켈리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5선발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메릴 켈리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켈리는 2018시즌을 끝으로 SK와 작별을 고했다. 켈리는 KBO 리그 통산 119경기에 등판해 729.2이닝을 소화하며 48승 32패 평균자책 3.86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출신인 켈리는 고향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SK 입단 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차례도 밟아보지 못했던 켈리로선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켈리는 자신이 KBO 리그에서 성장했음을 실력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켈리는 애리조나의 다섯 번째 선발 투수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올 시즌(6월 19일 기준) 15경기에 선발 등판한 켈리는 88이닝을 소화하며 7승 7패 평균자책 3.99를 기록하고 있다.
켈리의 준수한 활약은 KBO 리그 입장에서 뿌듯한 일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었던 테임즈와 달리 켈리는 ‘육성형 외국인 투수’였던 까닭이다. 켈리는 SK에서 꾸준한 활약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에서도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테임즈와 켈리는 KBO 리그에서 야구인생 전환점을 마련한 대표적인 선수다. 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KBO 리그의 경쟁력을 직·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KBO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앤서니 스와잭이다.
스와잭은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2016년부터 꾸준히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2019년 스와잭은 시애틀 매리너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5월 20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다. 올 시즌(6월 19일 기준) 스와잭은 2승 2패 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 3.12를 기록 중이다.
미국 야구인들은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마이너리그 최상위 레벨)를 오가는 선수들을 ‘AAAA급 선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AAAA급 선수’가 KBO 리그에 입성하는 빈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역수출 메이저리거’의 탄생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 현대 유니콘스 출신 캘러웨이 뉴욕 메츠 감독으로 선전… 힐만-로이스터 근황은?
KBO리그 현대 유니콘스 외국인 투수 출신 미키 캘러웨이. 캘러웨이는 2018시즌부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연합뉴스
KBO 리그가 역수출한 건 메이저리거뿐 아니다. KBO 리그를 경험한 뒤 메이저리그 지도자로 경력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 메츠 미키 캘러웨이 감독을 들 수 있다.
켈러웨이 감독은 선수 시절 KBO 리그에서 활약했다. 캘러웨이는 지금은 ‘전설의 팀’이 된 현대 유니콘스 외국인 투수였다. 캘러웨이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시즌 동안 현대 소속으로 70경기에 등판해 32승 22패 평균자책 3.56을 기록했다.
캘러웨이는 2009년 대만 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에서 1시즌을 활약한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이후 캘러웨이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이너리그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도자 캘러웨이는 승승장구했다. 2013년 클리블랜드 투수코치로 콜업된 캘러웨이는 ‘명품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날렸다. 캘러웨이 투수코치가 육성한 대표적인 투수로는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리 클루버가 있다.
그리고 2017년 10월 22일. 캘러웨이는 마침내 메이저리그 감독 자리를 꿰찼다. 캘러웨이는 뉴욕 메츠 지휘봉을 잡게 됐다. 3년 계약이었다.
캘러웨이의 감독 데뷔 첫 해였던 2018시즌. 메츠는 77승 85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2019년 캘러웨이 감독은 메츠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6월 19일 기준 메츠는 34승 38패로 지구 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2월 SK 와이번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훈련 현장을 찾은 트레이 힐만. 2018시즌 SK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힐만 감독은 2019시즌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 1루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SK
KBO 리그에서 감독 직을 수행한 뒤 미국 야구계로 복귀한 외국인 감독도 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 1루 코치직을 맡고 있다. 힐만은 SK 감독 재직 시절이었던 2017년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 감독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 정도로 힐만은 미국 현지에서 명망이 높은 지도자다.
여기에 힐만은 메이저리그 감독직을 수행한 경험도 있다. 힐만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캔자스시티 로열스 지휘봉을 잡았다. 앞으로 힐만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지휘봉을 다시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과거 롯데 자이언츠의 ‘NO FEAR’ 야구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2011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3루 코치로 활동했다. 로이스터는 2013시즌을 끝으로 보스턴 코치직을 내려 놓았다. 이후 로이스터는 멕시코 야구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이어간 뒤 미국 고교야구 지도자를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