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노브라? “그냥 액세서리일 뿐”…여성단체 해시태그 달며 동조 움직임
설리의 가수 복귀는 햇수로 5년 만이다. 2014년 스트레스를 이유로 소속 그룹이던 에프엑스 활동을 멈춘 그는 이듬해 그룹에서 공식 탈퇴했다. 당시 설리는 “연기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어쩐지 이후 활동은 저조했다. 가수로도, 연기자로도 공백이 상당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연예계에서 1~2년 공백의 여파는 상당한데도 설리는 예외다. 오히려 대중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가깝게’ 느끼고 있다.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설리는 과감한 패션과 사진으로 자주 시선을 붙잡았고, 도발적인 화보로도 줄곧 화제를 뿌렸다. 관심과 악성 댓글을 동시에 자극한, ‘노브라 사진’이 만든 화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 2014년 악성댓글 고통으로 ‘활동 중단’
설리가 그룹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다시피한 때에는 유명 가수와 공개 연애 중이었다. 계획된 스케줄에 돌연 나타나지 않는 등 행동으로 몇 차례 구설에 오른 설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언급하면서 그룹 활동을 중단했다. 연기자로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세웠지만 정작 활동은 저조했다. 2017년 김수현 주연의 영화 ‘리얼’에 출연해 파격적인 연기로 주목받았지만, 워낙 작품 자체에 대한 악평과 흥행 실패의 여파로 인해 이후 4년 동안 연기할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때문에 설리의 이번 솔로 가수 데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SM엔터테인먼트에 몸담은 그는 음반 제작에 있어서 전문성이 탁월한 소속사의 지원 아래 싱글을 발표했다. 가상의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드라마나 영화와 비교해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창구’로서 음반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설리가 속해있던 그룹 에프엑스의 팬들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설리의 갑작스러운 탈퇴는 에프엑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공개 연애와 잇단 돌발 행동을 벌인 설리의 행보에 지나치게 시선이 집중된 탓에 정작 에프엑스는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연기 집중’을 이유로 그룹에서 탈퇴하고, 솔로 가수로 나선 결정에 의아함을 표하는 팬들도 상당수다.
# 설리가 이끈 ‘탈브라’ 캠페인
뭐니 뭐니 해도 설리가 ‘이슈메이커’로 통하게 된 배경은 자유분방한 일상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 행보가 결정적이다. 과감한 노출을 시도한 사진들은 누리꾼의 뜨거운 관심 속에 즉각적으로 화제가 되기 일쑤였고, 특히 2016년 무렵부터 SNS를 통해 공개하는 이른바 ‘노브라 사진’에는 관심이 집중됐다. 악의적인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아도 꿋꿋했다.
사실 속옷 착용은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일 뿐이다. 설리의 ‘노브라 사진’에 향하는 관심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아이돌 스타의 ‘노브라 사진’은 온라인에서 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 아무리 ‘관음증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해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는 그만큼 확산성이 강했고 이에 힘입어 설리의 존재감은 확고해졌다.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 방송 화면 캡처.
설리는 이런 이슈를 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의 사진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유포돼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설리는 이번 싱글 발표 시기와 맞물려 방송에 출연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않고 꺼냈다. 이는 또 다른 화제로 이어진다.
설리는 6월 21일 처음 방송한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 진행을 맡았다. 스타들이 출연해 악성 댓글에 대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악성 댓글과 설리는 역시 뗄 수 없는 관계다. 첫 방송에서부터 설리는 자신을 향하는 악성 댓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브라’에 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방송에서 “나와 관련한 악성 댓글은 ‘기승전 노브라’ ‘그냥 설 XX’라는 성희롱 섞인 내용”이라며 “이런 댓글은 정말 인정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군가의 관음증을 자극하거나, 선정성을 노리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브래지어 착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브래지어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 와이어가 있지 않냐. 나는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며 “처음 노브라 사진을 SNS에 올리고 말이 많았지만 그때 무서워서 숨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의 편견이 없어졌으면 했다”며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 ‘이거 별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역시 이슈메이커답다. 악성 댓글에 맞서 소신을 지키겠다는 설리의 이른바 ‘탈브라 선언’을 응원하고 동조하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설리가 ‘악플의 밤’을 통해 노브라에 대한 생각을 밝힌 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는 트위터를 통해 ‘#브라는_액세서리다’라는 문구를 공유하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해 반응을 얻고 있다.
브래지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 사이에서 문제로 인식돼 왔지만 폭발력 강한 아이돌 스타 설리가 공개 선언 이후 ‘탈브라’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편견을 깨고 싶다”는 이슈메이커 설리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