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 이야기 내가 먼저 꺼내… 남편 올스타전 선발투수 돼 기쁘다”
LA 다저스 류현진과 부인 배지현 씨. 사진=이영미 기자
[일요신문] 7월 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는 이색 시구가 펼쳐졌다. 해마다 진행되는 ‘스타워즈 데이’를 맞아 류현진의 바블헤드를 ‘한 솔로’가 아닌 ‘현 솔로’로 개명해 이벤트를 연 것이다. 선수의 바블헤드 데이 때는 아내 또는 가족이 시구자로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이날 시구는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 씨가 맡았다.
배 전 아나운서는 시구를 앞두고 집 앞 공터에서 5분 가량 류현진으로부터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공을 ‘패대기’ 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 활약한 만큼 던지기 어려운 체인지업보다 포심 패스트볼로 연습을 반복했다는 후문.
아내의 시구를 직접 받은 류현진은 연습했을 때보다 더 잘 던졌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다저스타디움에서 시구를 마친 아내에게 다가가 포옹으로 격려를 대신하는 장면은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날 시구는 배지현 씨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한몫했다. 그는 남편의 바블헤드 데이가 정해지는 걸 알고 자신이 시구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어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시구하고 싶다고 말이다. 아나운서 시절 KBO 리그 마운드에서 시구한 경험이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또 다르지 않나. 더욱이 남편이 오르는 마운드를 밟는다는 건 내게 큰 의미를 전해주는 듯했다. 마침 남편의 등판 일정이 조절되면서 현진 씨가 직접 내 공을 받아줄 수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최근 다저스 선발진들의 로테이션을 조정하며 류현진에게 추가 휴식을 부여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아내의 시구가 있는 날, 류현진의 등판이 예정돼 있어 포수석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등판 일정이 조정되었고, 류현진은 아내의 손을 잡고 다저스타디움에 설 수 있었다.
배지현 씨는 시구를 마친 후 결혼 생활과 류현진의 좋은 활약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신없이 전반기를 보낸 것 같다. 무엇보다 현진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전반기를 잘 마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주위에서는 내가 내조를 잘해서라고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현진 씨가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난 그 옆에서 도와줬을 뿐이다. 성적이 좋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 고생하고 노력한 부분들에 대해 현진 씨가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