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튀어서 후배 때렸다’ 이승훈 후배 폭행 논란… 빙상계 “폭행 논란 관련 부적절성 사실상 인정된 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후배 폭행’ 논란에 휘말렸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에 출전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2018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검토를 권고한 지 14개월 만이다.
익명을 요구한 빙상계 소식통은 “빙상연맹 관리위원회가 이승훈에 대해 출전정지 1년 징계 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제보했다. 사실이었다. ‘일요신문’은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의 이승훈 징계 사실을 확인했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7월 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출전정지 1년으로 징계를 의결했다”고 이승훈 징계 사실을 인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제8차 관리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이승훈 논란과 관련한 징계를 심의했다. 그런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내용이 달라서 7월 4일 진행된 ’제12차 관리위원회‘에서 징계가 최종 의결됐다”고 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출전정지 1년 징계를 받게 되면, 앞으로 1년 동안 빙상연맹 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국내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2018년 5월 23일 문체부는 이승훈 폭행 건과 관련해 빙상연맹에 ‘징계 검토’ 권고를 내린 지 14개월 만인 2019년 7월 빙상연맹 관리위원회가 이승훈을 전격 징계한 것이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7월 4일 열린 ‘제12차 관리위원회’에서 이승훈 폭행 논란 관련한 징계를 심의했고, ‘출전정지 1년’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일요신문’이 단독입수한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의 메일. 사진=일요신문
이 메일엔 “지난 문체부 특정감사를 통해 조사된 스피드스케이팅 후배 선수 폭력 이슈와 관련해 가해자 및 피해자의 진술이 상이한 부분이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목격자 참고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제11차 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제11차 관리위원회로는 서면 부의 관련 회의가 논의됐고, 이승훈 징계 관련 회의는 제12차 관리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메일 내용과 관련해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상이하다는 것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피해자의 진술이 바뀌었거나, 가해자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아무래도 가해자 쪽의 진술이 바뀌었거나, 사건과 관련한 폭행·폭언 수위와 관련한 진술이 엇갈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5월 23일 문체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아무개 선수가 국외 대회 참가 중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무개 선수의 정체는 ‘일요신문’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바로 ‘올림픽 스타’ 이승훈이었다. ‘일요신문’은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발표 당일 <‘밥풀 튀었다고 선수들 다 보는 앞에서’ 이승훈 선수의 후배 폭행 드러나>란 제목의 기사로 이승훈 폭행 논란의 실체를 다룬 바 있다.
이승훈 폭행 논란은 2018년 5월 23일 열린 문체부의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발표’ 발표 내용을 통해 불거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보도에 따르면, 이승훈은 2016년 12월 ‘2016-2017 스피드스케이팅 4차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후배 선수 A 씨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A 씨가 씹던 밥풀이 이승훈 쪽으로 튄 뒤 일어난 사건이었다.
2013년 독일 엘푸르트에서 훈련하던 이승훈은 훈련을 함께한 후배 선수 B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B 씨가 이승훈 선수 방으로 불려가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폭언 논란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 빙상국가대표 선수들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즈음 이승훈이 B 씨와 함께 훈련한 뒤 대표팀 감독에게 ‘이런 쓰레기들이랑 더 이상 못 타겠다’고 소리쳤다”고 증언했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이승훈의 출전정지 1년 징계와 관련해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의 이번 징계 처분은 ‘이승훈 후배 폭행 논란’에 대한 부적절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빙상연맹 관리위원회가 이승훈 징계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의문의 시선이 존재한다. 빙상계 일각에선 “이승훈 징계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빙상연맹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4일 징계를 의결한 뒤 8일 징계가 최종 승인됐다. 최종 승인과 함께 당사자에게 징계 결과가 통보됐다. 징계 결과와 관련한 공식적 발표 여부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징계 내용은 선수 개인에게만 전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은 오픈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