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전용배 교수, NC 다이노스 발주한 연구용역 사업 참여 논란… ‘NC 관련 솜방망이 처벌’ 오버랩되는 이유는?
창원NC파크. 사진=NC
[일요신문] KBO 상벌위원은 ‘야구계의 판사’라 불린다. 숱한 사건사고의 징계 수위 결정 권한을 보유한 까닭이다. 그런데 KBO 상벌위원이 특정 프로야구단의 용역 사업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 씨는 ‘일요신문’에 “KBO 상벌위원인 단국대 전용배 교수가 NC 다이노스가 발주한 ‘창원NC파크 사용료 산정 연구 용역 사업’에 참여 중”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A 씨는 “용역 사업 계약 주체는 NC 다이노스 야구단과 단국대학교(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단국대 전용배 교수는 2018년부터 KBO 상벌위원 직책을 맡고 있다. 전 교수가 KBO리그 상벌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NC는 세 차례에 걸쳐 상벌위원회로부터 징계 심의를 받았다.
2018년 11월 27일 KBO 상벌위원회는 ‘강민국 음주운전 적발 미신고 후 트레이드 논란’과 관련해 NC 구단의 징계를 심의했다. 이날 상벌위는 NC에 벌금 10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이미 KT 위즈로 이적한 강민국에겐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2019년 5월 17일엔 ‘NC 프런트 불법 도박 논란’과 관련한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상벌위는 “NC가 ‘이미 해고된 직원의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직원 관리 감독 소홀 책임이 있다”며 NC 구단을 경고 조치했다.
같은 날 상벌위는 또 다른 NC 관련 징계를 심의했다. ‘여성 폭행 혐의’를 받는 NC 소속 선수와 관련한 심의였다. 상벌위 개최 당시 해당 선수는 임의탈퇴 신분이었다. 상벌위는 “해당 선수의 폭행이 KBO리그 등록(2012년 2월) 이전의 일이다. 여기다 현재 선수가 임의탈퇴 신분이다. 그러므로 해당 선수가 KBO리그에 복귀하면 징계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징계를 연기한 것 외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셈이다.
전 교수는 세 가지 사건과 관련한 상벌위원회에 모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세 사건은 NC 관련 징계 건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졌던 이유를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선 “KBO가 NC에게만 유독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보자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논란의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구단과 KBO 상벌위원의 유착 스캔들’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인 까닭이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야구관계자 B 씨는 “KBO 상벌위원이 특정 구단 용역 사업에 참여한 게 사실이라면, ‘야구판 사법농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는 “KBO 상벌위원은 10개 구단에 공정한 상벌을 심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특정 구단의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KBO 상벌위원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A 씨의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에 돌입했다.
단국대 산학협력단 “계약 사실 없어”, NC 다이노스 “전용배 교수 책임연구원으로 용역사업 참여 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동섭 기자
7월 2일 ‘일요신문’은 먼저 단국대 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에 ‘단국대 전용배 교수가 창원NC파크 사용료 산정 용역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질의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단국대 산학협력단은 ‘NC 다이노스 야구단 홈구장 관련 용역사업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말로는 그런 이야기가 들린다. 그런데 계약을 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전용배 교수가 NC 발주 연구용역 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은 거짓이었을까. 7월 3일 ‘일요신문’은 NC 야구단 사업 영역 전반을 총괄하는 배석현 사업본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의혹의 사실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전용배 교수의 연구용역 사업 참여’ 여부를 묻자, 배 본부장은 “팩트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희가 검토를 해서 진행하는 바는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용역 사업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엔 “진행 중”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전 교수의 용역 참여 의혹은 사실이었다.
이어 배 본부장은 “내부적으론 (KBO리그 상벌위원의) 이권 개입 문제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게 스포츠산업진흥법이라든가 진흥조례를 바탕으로 검토했고, (전 교수의) 경험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본부장은 “용역 사업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담당자를 통해 전달하겠다”며 말을 줄였다.
창원NC파크. 사진=NC
이튿날인 7월 4일. NC 구단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전 교수의 용역사업 참여 논란과 관련해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NC 관계자는 “아직 용역사업 계약은 행정절차 중에 있다”면서 “계약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NC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한다면, 계약 주체는 NC 다이노스와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C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진 않았지만, 용역 사업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NC 관계자는 “용역 사업은 6월부터 리서치 과정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 ‘계약’이란 행정절차는 진행 중이다. 사업은 NC 다이노스가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에 돈을 지불하고 일을 맡기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NC 관계자는 논란의 중심에 선 용역 사업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용역은 새 야구장에 대한 적절한 사용료를 산정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적절한 사용료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조언과 근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창원시와 구단의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스포츠 전문가들에게 연구 용역을 줄 필요가 있었다”는 게 NC 측 설명이다.
‘창원NC파크 사용료 산정 연구 용역’의 핵심 인물은 KBO 상벌위원인 전용배 단국대 교수가 맞았다. NC 관계자는 “전용배 교수가 연구 용역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 교수는 이번 용역의 책임 연구원이다. 책임 연구원은 전 교수가 유일하다. 그 외에 다른 교수와 연구원들이 공동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 용역에 참여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NC 측은 ‘KBO 상벌위원의 이권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이권이 개입됐다고 판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NC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구단의 사업적 영역이다. 구단 운영과 별개인 사안이기에 (KBO 상벌위원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용배 교수 “지나친 논리적 비약”
2018년 11월 27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 상벌위원회가 ‘강민국 음주운전 적발 후 트레이드 미신고’ 관련 징계를 심의하는 장면. 사진 맨 왼쪽에 앉은 상벌위원이 단국대 전용배 교수다. 사진=연합뉴스
7월 4일 ‘일요신문’은 논란의 중심에 선 KBO 상벌위원 전용배 단국대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NC가 발주한 창원NC파크 사용료 산정 연구용역에 참여 중이다. 용역의 책임 연구원인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전 교수는 “아직 계약서에 사인만 하지 않았을 뿐, 연구 용역은 진행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용역사업 참여 관련 논란과 관련해 전 교수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란 반응을 보였다. 전 교수는 “연구 용역을 맡는 건 교수의 본업”이라면서 “KBO 상벌위원 직을 맡는 것과 야구단 경영과 관련해 ‘연구 용역’이란 본업에 충실하는 것에 이해상충 관계가 있느냐. 어떤 논리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그게(연구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이권 사업인가. 연구 용역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권장하는 이행해야 하는 의무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교수는 “연구 용역에 참여하는 것과 KBO 상벌위원 직을 맡는 것 사이에 어떤 이권이 걸려 있는지 모르겠다. 누구의 이권이 걸려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의 인포메이션(정보)이 부족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단국대 전용배 교수는 ‘창원NC파크 사용료 산정 연구 용역 사업’의 책임연구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최근 NC 관련 징계 심의 결과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 교수는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봤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KBO 상벌위원회는 1년에 몇 번 모일까 말까 하는 비상설기구다. 여기다 상벌위원은 무보수직이다. 몇 번 모이지도 않는데, 구단과 어떻게 이해관계가 생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KBO 상벌위원회는 선수의 징계 심의권을 보유한 기구다. 다른 말로 ‘주요한 인사권’을 손에 쥔 기구인 셈이다. 인사권을 보유한 기구는 ‘상시근무-보수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전 교수는 “KBO 상벌위원회의 일이 인사와 관련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KBO 상벌위원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징계는 KBO 이사회가 정한 양형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상벌위원은 그 기준에 따라 징계를 심의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이번 용역 사업은 한국 야구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다. 프로야구단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야구장 사용료 산정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 연구용역 사업은 연구 그 자체로 봐줬으면 한다. ‘메신저 공격’이 아니라, 한국 야구산업 전반에 걸쳐 어떤 논리가 더 도움이 될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결론적으로 NC 구단과 단국대 전용배 교수의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특정구단 연구용역 사업 참여와 KBO 상벌위원 임무 수행 사이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벌위원의 용역 사업 참여’, KBO는 몰랐다
KBO. 사진=이동섭 기자
그렇다면, ‘상벌위원의 특정구단 연 용역 사업 참여 논란’과 관련한 KBO의 입장은 어떨까. ‘일요신문’ 취재 결과 KBO는 전용배 상벌위원의 용역사업 참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KBO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상벌위원은 KBO 직원이 아니다. 자문 역할만 한다. 별도로 ‘상벌위원이 특정구단 용역 사업에 참여하면 안된다’는 제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조심스럽게 “상벌위원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야구계 일각에선 해당 논란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취재에 응한 일부 야구계 관계자는 “KBO 상벌위원이 특정 구단 연구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야구인 C 씨는 “프로야구계 전반에 걸친 사안 관련 중립을 유지해야 할 상벌위원이 특정 구단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KBO 상벌위의 공정성과 신용을 뿌리채 뒤흔들 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KBO 야구규약에 관련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KBO의 주요한 인사권한을 가진 상벌위원이 구단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상식의 문제임과 동시에 도덕성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C 씨의 의견이다.
반대 의견을 가진 야구관계자들도 있었다. 일부 야구계 관계자들은 “선수단 운영 분야가 아니라, 경영·마케팅 분야라면 협의를 거쳐 용역에 참여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의견은 두 갈래로 갈렸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야구계와 달리 대동소이했다. 법조계 복수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분명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조계 복수 관계자는 “KBO 상벌위원의 특정 구단 연구용역 사업 참여가 KBO리그 규정상으론 문제가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법률을 위반했을 소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김민진 변호사(법무법인 플랜)는 “만약 KBO 상벌위가 특정 구단의 ‘벌금 징계’를 감해줬다면, ‘재산상 손해’를 일으킨 것으로 간주해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상벌위원과 NC 사이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을 경우엔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여지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KBO 상벌위원인 전용배 교수의 특정 구단 연구용역 사업 참여는 사실로 드러났다. 야구계에선 이번 논란과 관련해 뜨거운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