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연계 원하는 민주당 넙죽 받자 당황…‘경제 실정’ 지적하다 ‘되치기’ 당할까 우려도
자유한국당의 제안으로 여야가 경제원탁토론회에 뜻을 모았지만, 시작부터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추경 처리를 위해 속도내는 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의 입장 차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지난달 한국당 제안은 ‘경제실정청문회’였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경제 성적을 도마 위로 올려 공세를 펼친다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지만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 중재로 ‘경제원탁회의’로 뜻을 모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어떤 형식이든 방식이든 수용할 수 있다. 청문회라는 네이밍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원탁회의도 좋다”고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추경 처리를 염두에 두고 경제원탁토론회를 수용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에 추경 예산안 통과를 경제원탁회의 조건으로 걸고 있다. 참 기가 막힌 노릇”이라며 “민주당은 경제원탁회의를 한마디로 맹탕 추경, 총선용 추경, 현금 살포성 추경, 가짜 일자리 추경과 무조건 맞바꾸려 하고 있다. 경제원탁회의는 추경과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원탁회의를 둘러싼 양당의 온도 차는 단장 선정 및 발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춘숙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원탁토론회 단장님을 각 당에서 구성하기로 했다. 우리는 김진표 의원이 하기로 했고, 제가 알기로는 한국당 김광림 의원님. 바른미래당은 김성식 의원 이렇게 정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언론 보도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김성식 의원실은 “우리는 당 원내대표실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고, 김광림 의원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정춘숙 의원은 기자의 문자 메시지에 “김성식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광림 의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냥 서로 의원들끼리 내정하는 단계일 뿐이고, 원내에 잘 아는 사람들끼리만 얘기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발표에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이건 정치적인 의도다. 민주당에서 여론 몰아가기를 하는 것 아니냐. 대변인이 정확하지도 않은, 공식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를 먼저 전망하고 추측과 팩트를 섞어서 여론 전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추경과 경제원탁토론회를 묶어서 시도하는 것 같은데, 우리 원내대표도 합의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이렇게 밀어붙이냐”며 “(8일 3당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 회동에서) 3개 처리(북한 목선-추경-경제원탁토론회)가 불발됐던 거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처음엔 한국당이 이를 공격의 기회로 삼고 제안했는데, 막상 하려다보니 이게 득인지 실인지 애매해서 갈팡질팡하는 게 아니겠나”라며 “김진표‧김광림‧김성식 의원이 어떤 멤버인지 아는가. 과거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경제좌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들 셋 모두 무난하고 건전한 경제 토론을 했다. 김광림 의원은 꽤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당은 이들 멤버가 이번 경제원탁토론회에 거론되는 것을 보고 더 주저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원하는 그러한 분위기의,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쉽게 그려지기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차피 경제 데이터를 가지고 논한다 할지라도, 경제가 하루아침에 다 망쳐진 건 아니지 않나. 민주당 측에서도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주당 입장에서도 큰 걱정은 안 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최악을 만든 게 누구 때문인가. 전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지 않나”라고 밝혔다.
한국당 고민은 또 있다. 지금의 경제 실적은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전쟁 등 여러 변수에 따른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경제 논리가 얽혀 무턱대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개각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경제원탁토론회에 올릴 대상을 선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앞서 정춘숙 의원이 밝힌 경제원탁토론회 날짜는 15일이었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김광림 의원은 “15일로 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다음 주(15~19일) 내에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제원탁토론회는 아직 또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이다. 각 당의 단장도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시기와 내용, 형식도 구체적이지 않다. 한국당은 경제원탁토론회에 올릴 인물로 김수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김수현 전 실장 대신 현직인 김상조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남기 장관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