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회와 함께 어린이 행사 참가…강원 잔류 가능성엔 “마음은 있지만 원소속팀과 얘기해봐야”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나눔재단 자선 축구 페스티벌에 나선 선수들(맨 앞줄)과 어린이들. 사진=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일요신문] 지난 8월 18일 강원 FC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강원 강릉 강남축구공원,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시점에도 치열한 순위 경쟁을 치르고 있는 울산 현대와 강원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근호, 조수혁, 김보경, 박용우, 김오규, 윤석영, 정승용, 함석민, 이영재, 이광연 등 대다수가 팀 내 주축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나선 현장은 전날부터 진행된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나눔재단 자선 축구 페스티벌’이었다.
자선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초등 클럽팀 대회로 치러졌다. 각 학년별로 부문을 나눠 실력을 겨뤘다. 1박 2일간 대회를 치르고 2일째엔 K리그 스타들이 참가한 페스티벌이 열렸다. 5, 6학년 학생들에겐 프로 선수들이 기술과 노하우 등을 전하는 ‘축구클리닉’이 열렸다. 저학년 학생들은 학생 선수 100명과 프로 선수 10명이 경기를 하는 ‘10 vs 100 매치’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등장한 선수들은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타이틀을 달고 나섰다. 선수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근호와의 인연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강원 수비수 정승용은 “예전부터 (이)근호 형이 말씀하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웃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서 나도 즐겁게 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자선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이근호 자선 축구대회’로 열리다 협회가 적극 나서며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리그 일정을 치른 직후였다. 각각 16일(울산)과 17일(강원) 경기에 나서 상대와 사투를 벌였다. 강원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인근에서 행사가 열렸지만 경기를 치른 운동장은 약 2시간 거리의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이었다. 울산 선수들은 더욱 먼 걸음을 했다.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울산에서 5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근호 선수협회장은 밀려드는 사인공세에 유난히 바쁜 하루를 보냈다.
회장 이근호를 도와 윤석영은 선수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행사를 치른 소감으로 “근호 형이 일구고 대한축구협회가 힘을 합친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어린 아이들과 같이 뛰어 놀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 또한 바로 전날 90분 풀타임으로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한편에서는 피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어제 저녁 경기를 하고 오전부터 나오는 게 피곤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땐 정말 힘들었다(웃음)”면서도 “그래도 나와서 아이들을 보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석영 역시 어린 시절 우러러보던 프로 선수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고향이 수원이다. 어린 시절에 수원 삼성 경기를 빠지지 않고 찾아갔다. 지금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고-데-로 트리오(고종수, 데니스, 산드로)’를 눈앞에서 지켜봤고 차범근 감독님과는 사진도 찍었다. 사실 그땐 그냥 감독님인 줄만 알았지 어떤 분인지 잘 몰랐다. 어머니 등쌀에 떠밀려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설레는 일이다”라며 웃었다. “수원 삼성 경기를 보며 나도 축구선수 꿈을 키웠다. 오늘 우리와 함께한 아이들이 오늘을 기억하며 축구 선수가 된다면 굉장한 일 아닌가. 꼭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즐거운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원 수비의 한 축으로 연일 맹활약하고 있는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선수협회 이사로 나섰다. 그는 선수협 합류에 대해 “이사를 맡고 있지만 염기훈 형, 이근호 형, 박주호 형 등에 비해 내가 큰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협회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설립됐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섰다. 형들이 이끄는 대로 잘 따라갈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영은 지난해 12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선수협회 이사로 취임했다. 왼쪽부터 박주호 이사, 이근호 회장, 김훈기 사무총장, 윤석영 이사. 사진=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선수협의 향후 활동은 ‘선수들에게 불리한 제도 개선’으로 방향을 잡아갈 전망이다. 그는 “다른 나라와는 조금은 다른 제도들이 우리나라에 몇 가지 존재한다. 선수들과 구단, 연맹이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팬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다. 제도 개선으로 보는 재미를 더하면 더 많은 분들이 K리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더 많은 선수들이 선수협회에 가입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선수협회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줘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아직 선수협회 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설명을 들으면 다들 취지를 공감하고 동참해준다”고 말했다.
선수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선수협회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아산 무궁화 구단이 해체 위기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그 안에서 근무하시는 조리사나 프런트 직원 분들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선수협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국, 덴마크, 일본 등에서 활약했던 그는 해외 무대에서 선수협회의 필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영국, 일본 모두 선수들이 팀과 계약을 할 때 의무적으로 선수협회에 등록하게 돼있다. 권익 등 선수를 보호하는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훈기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윤석영 이사가 워낙 많은 경험을 했던 선수 아닌가. 유스팀 출신으로 K리그에 발을 들였고 해외 진출, 올림픽, 월드컵까지 다녀왔다. 앞으로 선수협회 내에서 활약이 기대된다”며 웃었다.
소속팀 강원에서는 최후방을 지키고 있는 윤석영이다. 강원은 올여름 상승세에 오르며 K리그에서 유달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팀 중 하나다. 그는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보니 역시 선수들이 자신감도 가지고 있고 ‘해보자’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영은 최근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중앙수비수로 나서며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지난 7월부터는 중앙수비수로 나서고 있다. 데뷔 시절부터 측면을 지켰던 그에겐 낯선 포지션이었다. 윤석영은 “3백에서 왼쪽 위치에선 많이 서봤지만 이전까지 본격적으로 중앙수비수를 맡은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실수도 있었다. “중앙수비수로 처음 나선 게 지난 7월 9일 상주 상무전이었는데 전반전에는 정말 어색했다. 후반전에는 조금 편해졌지만 공이 발에 잘못 맞으며 자책골을 만들 뻔하기도 했다. 다행이 팀이 4-0으로 이겨서 웃어넘길 수 있었다. 몇 경기를 치른 지금은 오히려 중앙이 편하다. 그동안 하던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리그 초반과 달리 어느덧 붙박이 수비수로 거듭났지만 현재로선 그와 현 소속팀 강원의 인연은 한시적이다. 원 소속팀 가시와 레이솔(J리그)에서 강원으로 임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많은 팬들은 윤석영이 내년에도 국내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여기서 정도 많이 들었고 축구도 즐겁게 하고 있다. 물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계약은 가시와 팀과도 이야기해봐야 할 문제다. 가시와도 나를 많이 배려해준 고마운 팀이다. 강원에 남든 가시와로 돌아가든 구단과 에이전트, 구단과 구단간의 문제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