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호실적 기록했지만 불매운동 직격탄…모터사이클마저 위기
2001년,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는 한국에 ‘혼다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혼다코리아는 어코드, 시빅 등의 차량과 커브 등 모터사이클(이륜차)을 판매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10년 전인 2008년 사업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매출 3060억 원, 영업이익 179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 사업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는 매출 4674억 원, 영업이익 196억 원을 거두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혼다코리아는 이지홍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02년 혼다코리아에 입사해 2013년 사업관리부 이사, 2014년 모터사이클 영업부문 이사, 2015년 자동차 영업부문 이사, 2016년 자동차 사업부 상무이사 등을 거쳤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올해 자동차 부문에서 1만 1000대를 판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당시 자동차 사업부 상무)가 발표를 하고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사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1만 2356대를 판매하며 이미 ‘1만 대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독일산·미국산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고 글로벌 경영위기까지 겹치며 이전만 못한 판매량을 기록해 왔다. 혼다코리아는 2017년 1만 299대를 팔며 9년 만에 1만 대 클럽에 재가입했다.
실제 혼다코리아의 매출은 2016년 사업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2795억 원에서 2017년 사업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4152억 원으로 급상승하며 미래가 밝아 보였다. 그러나 혼다코리아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에는 각종 악재에 휘말렸다. 2017년부터 혼다코리아의 CR-V 차량 하부에서 녹이 발생한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 이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월 분쟁조정에 참여한 CR-V 소유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혼다코리아에 명령했다.
당시 혼다코리아는 “표면에 발생한 녹이 차량의 안전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에 따라 하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맞섰지만 결국 1만 9000여 명의 고객에게 지원금 60만 원 지급하는 등 260억 원 상당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혼다코리아는 CR-V 판매를 중단했고,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차량 판매량은 2017년 대비 22.7% 하락한 7956대였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2월 18일 ‘2019년형 CR-V 터보’를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서 CR-V를 다시 선보였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출시에 앞서 한 달간 진행된 사전 예약 판매에선 400여 대의 계약 주문이 있었다.
실제 혼다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5684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지난해 상반기(2924대)는 물론이고, 좋은 실적을 거뒀던 2017년 상반기(5385대) 보다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7월 혼다코리아의 차량 판매량은 468대로 올해 6월(801대) 대비 41.6% 줄었다. 다른 일본계 자동차 회사인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한국닛산의 7월 판매량은 6월 대비 각각 37.5%, 19.7% 하락해 혼다코리아의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큰 이슈는 아니었지만 올해 혼다코리아에 악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지난 6월 혼다코리아의 오딧세이 1880대에 TCU(트랜스미션 컨트롤 유닛) 결함이 발견돼 리콜 조치가 시행됐다. 지난 8월 1일에는 CR-V의 조종핸들 제작 불량으로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700대 이상을 리콜했다. 잦은 리콜이 회사 입장에서 좋은 일은 아니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만큼 기존 자동차 홍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섣부른 홍보는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일본계 기업들은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한국닛산은 지난 7월 16일 ‘6세대 신형 알티마’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한국닛산의 공식 입장은 “내부사정 때문”이지만 최근 반일감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혼다코리아는 한국토요타자동차나 한국닛산과 달리 모터사이클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2014년 1만 2573대에서 2018년 2만 1741대로 크게 늘었다. 그간 자동차에 비하면 모터사이클은 불매운동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사로는 대림, KR모터스 등이 있지만 이들은 650cc 이상 모델을 판매하지 않으며 성능 면에서도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8월 19일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가 일본산 모터사이클 수입 거부 및 불매 운동 돌입을 선언하면서 혼다코리아의 모터사이클 사업마저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진수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장은 “모터사이클은 대림과 효성(KR모터스)이 연 60만 대를 생산, 판매할 정도로 토종기업이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혼다, 야마하 등 일본 브랜드가 완전히 장악한 상태이고 국내 기업들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며 “일본의 농단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번 기회에 소비자들의 힘으로 일본 모터사이클 기업들을 퇴출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