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졸업해 SKY로스쿨 나와야 대형로펌·검찰 가기 쉬워…사시 1차합격자 대놓고 우대도
로스쿨 지원자가 급증하며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학벌과 나이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인서울 로스쿨 가려면 대학교 편입해야겠죠?” 로스쿨 준비생이 모인 카페에서 흔하게 보이는 질문이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학벌 위주의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좋은(?) 로스쿨을 가기 위해 출신 대학 간판을 바꾸고, 학점관리는 기본에 고득점의 토익 성적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이 심해지자 로스쿨을 다니면서도 반수를 해 서울에 있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도 많다. 대학 순위가 그 대학에 설치된 로스쿨에 그대로 반영되며 학벌위주의 줄 세우기는 더 심해졌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해 SKY로스쿨을 나와야 대형로펌이나 검찰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은 공고하다. 로스쿨생이 선망하는 소위 검클빅(검사, 로클럭(재판연구원), 빅펌(대형로펌))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로스쿨을 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궤도에서 벗어나면 ‘그저 그런 변호사’가 되어 시장에서 영업 경쟁만 하게 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12~2018년 사이 임용된 검사는 SKY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신규 임용된 검사 중 SKY 대학 출신은 67.6%, SKY 로스쿨 출신은 47%다. 대학이 로스쿨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어느 로스쿨이냐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는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32명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니 연세대 69명, 서울대 43명, 고려대 2명 등 서울 대학이 다수를 차지했고, 지방대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입학자 124명 가운데 고려대 출신이 69명, 서울대 27명, 성균관대 8명 등으로 역시 지방대 출신은 없었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 입시결과도 비슷하다. 지역 출신보다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학생들은 로스쿨 진학에 앞서 출신 대학 간판을 바꾸기 위해 편입까지 하는 실정이다. 출신 대학이 로스쿨 입시 전형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 물론 훌륭한 학생을 뽑았더니 서울 출신에 SKY 학생들이 많은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입시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학벌에 대한 조바심은 나름 이유가 있다.
로스쿨 입시 전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로스쿨은 공식적으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통해 선발한다. 학점과 토익, 그리고 LEET(법학적성시험)까지 세 항목이 정량평가 기준이다. 여기에 사회경력과 자기소개서를 고려해 정성평가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정량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며 변별력이 부족하다. 일부 대학은 정량평가 항목에서 상위 지원자와 하위 지원자 차이가 크지 않도록 만들어 놔 정량평가 변별력이 거의 없다. 정성평가에 비중을 높게 두지만 ‘정성’의 기준을 알기가 어렵다.
사회경력이나 전문자격증은 대표적인 정성평가 요소다. 하지만 회계사나 의사 등 전문직 자격증에만 가점이 반영된다. 로스쿨 지원자 가운데 전문자격증 보유자는 소수라 적용 폭이 좁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들은 학벌과 나이 등이 정성평가 요소에 반영된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성적을 공개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로스쿨 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고득점의 LEET 성적을 갖고도 입학이 어려운 케이스가 다수 발견됐다. 나이가 많고 지방대학교를 나온 경우 감점요인이 크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9 연세대 로스쿨 입학생 132명 가운데 29세 미만이 120명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화여대 로스쿨 역시 입학생 119명 가운데 111명이 20대다. 한양대 로스쿨은 합격자 전원이 31세 이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 교수는 “30세가 넘어가면 현실적으로 입학이 쉽지 않다.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다 온 사람보다 학부 때부터 공부한 어린 친구들이 시험에 강하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시험 합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이 학생 선발의 주요 기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사협회에서 매년 합격자 수를 1500명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시장에 나오는 변호사 수에 제한이 있어 변시 탈락자는 매년 누적되고 합격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9년 경우 변시 합격자 수가 30%로 떨어진 로스쿨도 여럿 나왔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교육 이념으로 하고 있다. 사법시험에만 매진하다 배출되던 과거의 법조인과는 다른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 양성이 그 목적이다.
일부 로스쿨은 정성평가에서 ‘사시 1차 합격’을 공식적으로 우대한다고 밝혔다. 로스쿨 도입취지에 전면 배치되는 처사다. 이런 이유로 로스쿨이 입시학원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조차 대놓고 사시합격자를 우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제한돼 있어 로스쿨이 설립취지와 다르게 입시학원화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늘리면 법률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증가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와 로스쿨 교수들 간의 주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도 로스쿨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에도 로스쿨 출신이 들어와서 화제가 되곤 했다. 다들 똑똑한 친구들이지만 사시 출신 간부들은 아무래도 중요한 업무를 사시 출신 후배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다”며 “사시가 폐지된 만큼 로스쿨 출신이 검찰에 많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점차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우회로 열어줘야 개천에서 용 난다”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하소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여러 차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스쿨을 옹호하는 조 후보자에 대해 비판한 것. 또 조 후보자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논란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입시비리’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고시생모임은 특권층 자제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법조 권력을 세습하고 있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또 고시생모임은 일본식 제도를 모방한 우리의 로스쿨이 실패한 제도라고 비판한다. 학생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은 데다 학벌과 나이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권민식 고시생모임 대표는 “학력, 경제력, 연령 등 진입장벽으로 로스쿨에 갈 수 없지만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를 위해 우회로를 열어둬야 한다”며 “사법시험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재은 기자 |
’스펙왕‘들 넘쳐나네…로스쿨 입시설명회 이모저모 전국 25개 로스쿨이 합동으로 개최한 입시설명회가 지난 8월 30일 열렸다. 이날 행사장은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교별로 부스를 만들어 교수와 재학생의 입시상담이 이뤄졌다. 부스마다 번호표를 나눠주고 줄을 서는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상담을 대신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수험생이 학점, 토익성적, LEET 성적을 말하면 현직 로스쿨 교수나 재학생이 입학 적정선인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알려준다. 수험생들이 들고 있는 사전 조사지를 얼핏 훑어보니 훌륭한 스펙을 가진 학생들이 넘쳐났다. ‘토익 985점, 학점 4.3’이 흔한 수준이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법조인으로서의 진로, LEET 성적에 따른 지원 방향에 대해 주로 상담을 받았다. 한 로스쿨 교수는 “요즘은 정량 성적으로 합격선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초창기와 달리 지원자가 많아져 다들 성적이 상향됐다”며 “자기소개서는 단점을 만회하려는 형식보다 현재 자신의 장점에 대해 잘 소개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